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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첫 번째 군더더기

단문 쓰기 지향

by 김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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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군더더기일까. 없어도 뜻 전달에 지장 없으면 군더더기다. 크게 셋이 있다. 첫째, 접속사(문장 부사); 둘째, 관형사와 부사; 셋째, 여러 단어로 이루어져 있지만 관형어나 부사어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문장 성분이다.

없어도 좋은 접속사는 과감히 삭제해야 한다. 문장을 잇는 사이에 '그러나' '그리고' '그러므로' 같은 접속사를 넣는 것은 나쁜 습관이다. 문장과 문장이 자연스레 연결되면 접속사는 불필요하다. 부사와 관형사도 적게 쓸수록 좋다. 같은 글자를 반복한 흔적이 있다면 운율을 해치므로 문장을 고쳐야 한다. 화려함과 기교에 치우친 문장 성분도 걸러내는 것이 좋다.




유시민 작가는 자신의 지난 글을 예로 삼아 군더더기 고치는 법을 알려준다. 다음은 《거꾸로 읽는 세계사》에서 발췌했다.



①. 인류에게 불의 저주를 퍼부은 첫 번째 제국주의 세계전쟁이 끝난 후 세계는 다시 '영원한 번영의 새로운 시대'로 접어든 것 같았다. / ②. 패전국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전쟁배상금 때문에 어려움에 처했고 아시아 아프리카의 식민지 종속국 민중들은 변함없는 제국주의의 억압과 수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었지만 선진 자본주의의 나라들은 눈부신 경제적 부흥을 이루었다. / ③. 치열한 군비 증강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긴박한 국제정치의 표면에서는 국제연맹이 세계 평화를 위해 힘쓰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전쟁이 '아득히 멀어져 간 옛이야기'인 것처럼 느끼게 되었다. / ④. 혼란에 빠졌던 세계경제도 다시 제자리를 찾아 영국을 중심으로 한 금본위 체제가 회복되었다. / ⑤. 특히, 1차 대전 기간을 통해 30억 달러의 대외 채무를 지고 있다가 일약 150억 달러의 채권국으로 변신한 미국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유럽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여 전후 경제 부흥을 계기로 돈을 벌었다. / ⑥. 세계경제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는 데에 따라 신흥부국인 미국의 뉴욕 '월가(Wall Street)' 증권거래소는 날마다 오르기만 하는 증권을 사기 위해 모여든 투자자들로 북적거렸다.




임의로 동그라미 숫자와 슬래시 기호를 넣었다. 두 문단 정도인 글이 여섯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복문을 쓴 탓도 있지만 단문 자체도 지나치게 길다. 여기서 단문은 주어와 술어가 하나씩 있는 문장을 말한다. 긴 문장도 주어와 술어가 하나라면 단문이다. 복문은 둘 이상의 문장을 대등하게 연결한 '중문', 한 문장이 다른 문장의 성분이 되는 '좁은 의미의 복문', 중문과 복문을 모두 가진 '혼성문'을 한데 아울러 말한다. 유시민은 예시 글을 다음처럼 고친다.





①. 인류에게 불의 저주를 퍼부은 첫 번째 제국주의 세계 전쟁이 끝났다. / ②. 세계는 다시 '영원한 번영의 시대'로 접어든 것 같았다. / ③. 패전국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전쟁배상금 때문에 어려움에 처했다. / ④. 아시아·아프리카의 식민지 종송국 민중은 변함없는 제국주의의 억압과 수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었다. / ⑤. 하지만 선진 자본주의 나라들은 눈부신 경제적 부흥을 이루었다. / ⑥. 국제정치는 치열한 군비 증강 경쟁이 벌어지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 ⑦. 그러나 표면에서는 국제연맹이 세계 평화를 위해 힘쓰고 있었다. / ⑧. 사람들은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전쟁이 '아득히 멀어져 간 옛이야기'인 것처럼 느끼게 되었다. / ⑨. 혼란에 빠졌던 세계경제도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 ⑩. 영국을 중심으로 한 금본위 체제가 회복되었다. / ⑪. 특히 30억 달러의 대외 채무를 지고 있던 미국은 1차 대전 기간을 통해 약 150억 달러의 채권국으로 변신했다. / ⑫. 전후 경제 부흥을 계기로 전쟁으로 폐허가 된 유럽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더 많은 돈을 벌었다. / ⑬. 세계경제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자, 신흥부국 미국의 뉴욕 '월가(Wall Street)' 증권거래소는 날마다 오르기만 하는 증권을 사기 위해 모여든 투자자들로 북적거렸다.



복문을 고쳐 단문으로 만들자 문장 수가 13개로 늘었다. 중간중간 '~했고', '~있었지만' 등 불필요한 접속사를 삭제했다. 대신 온점을 찍어 문장을 나누었다. 한 문장에 이해해야 할 정보가 한 가지라 읽기 수월하다. 문장 연결이 접속사를 쓰지 않고도 자연스럽기는 유시민 작가마저 어려운 모양이다. '하지만'과 '그러나' 등 최소한의 접속사는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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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첫 번째 군더더기」 단문 쓰기 지향 20.03.04.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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