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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후생 Mar 13. 2020

개강 말고 집에서 사이버 강의




 지각할 일도 결석할 일도 없다. 수업하는데 잔다고 혼날 일도 없고, 봄을 만끽하겠다고 무리해서 출튀할 일도 없다. 세상은 난리인데, 나는 집에서 참으로 한산하다. '나무늘보 모드'인 나에게 사이버 강의 듣기는 기네스 등재보다 버겁다. 동기들 흐름에 휩쓸려 함께 준비하고 함께 수업 듣는 일상이 그립다. 강의실 찾아가서 자리에만 앉아 있으면 '알아서' 떠먹여 주시던 교수님이 그립다. 



  '재택근무'가 좋을 줄 알았다만. 막상 집에 있으니 아기와 놀아줘야 하는 시간이 늘었다던가. 회사라면 간단한 소통으로 끝났을 일이. 메신저나 통화로 하니 더 불편해졌다던가. '직장인은 출근도 퇴근도 따로 없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도 좋을 줄만 알았다. 개강 않고 집에서 사이버 강의를 들으면 좋을 것 같았다. 마치, 공부 잘하는 친구가 자퇴만 하면 자기 공부 열심히 할 수 있을 줄 아는데. 막상 자퇴하면 공부 흐름 깨지는 거랑 비슷하다.


  나는 본가와 학교의 지역이 다르다. 개강한다고 하면 짐 싸서 지방으로 내려가야 한다. 자취할 집은 일찍이 구했다. 아직 가스 설치를 안 했다. 월세며 지방세는 꼬박꼬박 날려 먹는데, 가스비까지 까먹으면 눈물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쩌다 보니 방학이 한 달 더 연장되어 이득 같기도 하지만. 사실 할 일도 없고, 아르바이트를 구할 수도 없고, 나가서 놀 수도 없고, 친구를 만나기도 까다롭고, 뭐 하자니 이렇고 저거 하자니 저런, 그런 상황이다.


  나는 규칙적인 일과가 없으면 나태해지는 타입이다. 스스로 규율하는 것을 매우 어려워한다. 그런 나에게 '알아서' 사이버 강의를 챙겨 듣고 '알아서' 리포트를 써서 올리란다. 아, 상상만으로도 귀찮다. 


담당교수 ㅇㅇㅇ입니다. 코로나로 인한 재택수업 실시에 따라 면대면수업 대체 과제를 e클래스에 게시했습니다. 과제 관련 문의가 있으면 연락 주세요.


여러분 반갑습니다. ㅁㅁㅁ입니다. 과대표를 통해서 미리 공지를 했는데요, 코로나로 인해 2주간 대체 강의가 진행됩니다. 우리 수업에서는 1주는 온라인 강의로 진행하고, 2주는 보고서 제출하고 개인별 피드백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모두들 건강 조심하시고, 대면 수업하는 날 밝은 얼굴로 만납시다!


☆☆☆ 교수님 수업 공지입니다. e-class에 1-2주 차 강의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16일부터 27일까지
꼭 수강해주시길 바랍니다.


반별로 카페를 개설하여 교수님이 카페에 수업 자료, 과제 안내 자료를 업로드하시면 질의응답을 하고 기한 내에 과제를 업로드하는 형식으로 수업이 진행됩니다. 우선 카페는 네이버로 개설될 예정입니다. 네이버 아이디를 게시글 댓글로 작성해주세요!!


코로나 시국 대책으로 e클래스가 열렸다. 지각할 일도 결석할 일도 없다. 수업하는데 잔다고 혼날 일도 없고, 봄을 만끽하겠다고 무리해서 출튀할 일도 없다. 세상은 난리인데, 나는 집에서 참으로 한산하다. 


  1주 차는 온라인 강의를 하고, 2주 차는 보고서를 제출하여 피드백 받는 식이다. 교재는 대부분 학교 서점에서 마련한다. 지금은 본가인지라 일일이 한 권 한 권 구해야 한다. '나무늘보 모드'인 나에게는 기네스 등재보다 버겁다. 동기들 흐름에 휩쓸려 함께 준비하고 함께 수업 듣는 일상이 그립다. 강의실 찾아가서 자리에만 앉아 있으면 '알아서' 떠먹여 주던 교수님이 그립다. 

































「개강 말고 집에서 사이버 강의」  20.03.12.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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