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차이로 인생 난이도 헬모드 탄 오빠

오빠야, 내 대신 욕 좀 먹어줄래?

by 김결 kimgyoel


"우울한 날에 밥 굶지 말고, 맛있는 거 먹고 털어 버려"

[오빠님이 50,000원을 보내셨습니다.]



일하다 화장실로 도망치듯 나와 눈물을 훔쳤다. 돈을 받아서가 아니라, 오빠의 굶지 말라는 말이 너무 따뜻하게 내 마음을 위로해서. 어느 날부터인가, 힘든 일이 생길 때면 오빠를 찾았다. 어릴 땐 '2년 먼저 태어난 게 뭘 안다고!' 하며 짜증 냈는데, 2년 더 먼저 앞서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이제 조금 알아가고 있다.



잠시 오빠에 대해 아는 것만 이야기하자면, 장남이자 장손으로 태어나 할아버지를 비롯해 모든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으며, 엄마는 맏며느리로 오빠를 키우는 데 최선을 다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친가에서 유일하게 딸이었던 나는 사랑을 적게 받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은 그를 시샘하고, 질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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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작가'의 꿈을 꿨던 나는 부모님의 반대가 한 번도 없었지만, 오빠는 달랐다. 부모님은 오빠에게 기대하는 것이 컸고 부모님뿐 아니라 집안 어른들의 시선까지 오빠는 고스란히 받아내야 했다. 그땐 그들의 관심이 너무나 부러웠지만, 이젠 그때 오빠가 받았을 관심이 그 어린 나이에 매우 견디기 벅찼겠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



오빠도, 나도 사춘기 없이 얌전히 학창 시절을 보냈다. 한창 유행하는 패딩을 사달라고 조르지도, 사고를 쳐서 부모님이 학교에 불려 다니는 일 하나 없이 우린 '착한 아이'병에 걸려 착하게 성장했다. 그러던 오빠의 첫 반항은 19살 수능이 끝나고 시작되었다. 그는 합격한 대학교를 멋대로 취소하고, 20살이 되자마자 편의점 야간 알바를 시작했다. 그 당시 엄마는 매일을 한숨을 쉬며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고, 나는 대학을 가야 한다는 부담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그가 조금은 밉기도 했다.



정시로는 힘들 것 같아 수시를 준비하던 어느 여름날, 밤을 새우며 글을 쓰고 있을 때 야간 알바를 일찍 마친 오빠가 집에 들어왔다. 편의점 폐기품과 맥주를 무겁게 들고 온 오빠는 거실에 앉았고 나도 자연스레 그의 앞에 앉았다. 나는 그날 그의 속마음을 처음으로 들여다봤다. 아니 사실 그의 속마음인지, 아니면 그의 인생인지 아직 헷갈리지만, 확실한 하나는 그가 외로웠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3학년까지 그는 울타리에 갇힌 것처럼 답답했다고 했다. 벗어나고 싶었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했다. 그의 행동이 비록 어른들에게 상처를 줄지언정 그는 다시 돌아가도 똑같이 했을 거라고,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랑을 받는다고 모두 마음이 채워지는 건 아니구나. 그를 보며 생각했다. 잠시나마 그를 시샘하고 질투했던 내가 너무 어린애로 느껴졌다. (물론 그 당시 19살은 어린 나이긴 하다.) 캔맥주를 한 모금 마신 후 그는 말을 이었다.



"내가 이랬다고 너도 꿈을 포기해야 한다는 거 아니야.
난 너의 꿈을 평생 응원할 거야.
네가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 있게 내가 최선을 다해 도와줄 거야.
난, 네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이 말을 들었던 당시에도,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 말을 떠올리는 순간에도 나는 눈물이 차오른다. 고작 20살이었지만, 오빠는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 있었다. 2살이 고작 별거라며 욕했지만, 별거였다. 그때부터일까, 나는 힘들 때면 오빠를 찾는다. 인간관계가 힘들 때도, 회사 분위기에 압박받아 고통스러울 때도 늘 내가 연락하는 마지막 사람은 오빠였다. 그렇다고 오빠가 큰 해결책을 주는 건 아니지만, 그저 다소 퉁명스럽지만 다정하고, 따뜻하지만 무심한 그의 말 한마디에 위로를 얻는다.



얼마 전, 엄마가 전화 와서 "오빠는 친구들 만나면 너 칭찬을 그렇게 한대! 동생이 제일 자랑스럽다고! 너는 너무 좋겠다~ 오빠 같은 사람 있어서~" 그 말에 또 한 번 마음이 뭉클해졌다. 오빠는 여전히 나를 조용히 응원하고 있구나,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어서 전화를 끊고 한참을 울었다.



드라마 작가 중 막장의 대가라 불리는 임성한 작가가 있다. 사실 이 이름은 본인의 친오빠 이름이라고 한다. 혹시라도 드라마 왜 이렇게 썼냐며 욕먹을 것이 무서워 본인의 친오빠 이름으로 활동하면 타격을 덜 받지 않을까 싶어 친오빠 이름으로 드라마를 썼다고 한다.



나 역시 내가 드라마든, 책이든 글을 써서 성공하는 날이 올 때 오빠 이름으로 활동할까? 생각할 때가 있다. 내가 원하는 건 다 해주겠다고 했으니… 나 대신 욕을 먹어주는 것도 오빠는 해주지 않을까?



내 추구미는 아무도 나를 모르지만, 나는 돈이 많았으면 좋겠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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