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에 앉기도 전에 이미 지친 사람
일요일 오전만 되면 그렇게 우울해진다. 이건 내가 회사를 가기 싫어서도 아니고, 퇴사를 하고 싶어서도 아니고 그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앓고 있는 그런 고질병이라고 할까. 사실 토요일 밤에 자려고 누우면 그때부터 출근하기 싫어증에 걸린다. 그러면서 늦게 자고, 다음 날 늦게 일어나고 싶은데도 몸은 어찌나 정직한 지 출근 준비 해야 할 시간에 맞춰 눈을 뜨게 만든다.
괜히 출근이 다가오면 그때부터 하고 싶은 게 미친 듯이 떠오른다. 어제 다녀온 국제도서전에서 사 온 책도 읽고 있고, 그전에 먼저 읽고 있던 책도 읽고 싶고, 마음을 따스하게 해 줄 영화도 한 편 보고 싶고, 미지의 서울도 봐야 하고, 일기도 써야 하고, 어떻게 하면 돈이 생길까도 고민해야 하고...
그냥 할 일이 너무 많다. 어쩔 땐 하고 싶은 걸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에너지가 빨려 지친 적도 많다. 하지도 않았는데 한 것 같이 에너지가 소모됐고, 읽지도 않았는데 괜히 책이 쳐다도 보기 싫고, 쓰지도 않았는데 괜히 손가락 하나 꿈쩍이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매월 1일이 되면, "하... 또 한 달을 어떻게 버티냐"라고 머리로는 생각하면서, 열심히 일어나서 지옥철을 타고 왔다 갔다 하면 금방 30일, 혹은 31일이 되어 있더라. 괜한 걱정이었다. 둥근 해 미친 것은 아침마다 떴고, 나는 매일 '으악!' 하며 일어나는 어느새 직장인 9개월 차가 되었다.
아마 정규직으로 이렇게 오래 버틴 건 처음이 아닐까 싶다. 프리랜서일 땐 그래도 '이것만 끝나면...'이란 생각으로 버텼는데, 정규직은 그런 게 없다. 내가 관두기 전까진 끝이 없다. 출근하는 게 제일 힘들 줄 알았는데, 역시나 나에게 허락된 기적은 언제나 밍기적이었다.
잘 지내고 싶었던 부사수는, 생각과 달리 자신의 길이 아니라며 떠났고, 난 여전히 이곳에 남아있다. 나에게 '왜 이게 재밌고, 즐거운지 생각해 보세요'라고 말했던 부사수는 행복을 찾아 절로, 성당으로 떠다니며 '나'를 찾겠다고 하더니... 잘 찾았을까.
사실 그때 얘긴 못했는데, 이제와 구구절절 얘기해 보자면, 내가 '작가의 길이 힘들다고 얘기한 건, 다음 생에 태어나면 작가가 되지 않겠다고 사람들에게 얘기한다고 한 건' 내가 '작가'라는 직업이 '그냥' 좋아서, 글 쓰는 게 '그냥' 좋아서가 아니다. 그만큼 '작가'의 길은 힘들고, 외롭고, 어려우면서, 성취감 없고, 무의미한 것 같고, 그럼에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시 문맥을 이해하지 못했던 거 같아 이 자리를 빌려... 하고 싶은 말을 털어내 본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오늘이 일요일이고, 내일이 월요일이라 그렇겠지. 그럼에도 가장 하고 싶은 건, 책을 읽고 마음에 와닿는 구절을 필사하는 것.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온갖 생각들을 아무렇게나 풀어 적어 내려 가는 것.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사실, 생각이 너무 많은데 그 생각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아무 말이나 적고 있는 거와 같다. 예전엔 내 기준에서 이 정도의 완성이 되어야 사람들 앞에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그 기준치를 높여 나를 괴롭혔는데 이제는 그냥 적어서 올리고 있다. 생각을 쏟아내기 위해 글을 쓰는데 그 글을 다 쓰고 나서도 이걸 올려도 될까? 안 될까? 또 생각하는 게 이제는 좀 지쳤달까.
어제부터 오늘까지 갑자기 글이 알고리즘을 탔는지 조회수가 미친 듯이 뛰었다. 기쁜 것도 잠시, 갑자기 심장이 쿵쾅거리면서 무서워졌다. 혹시라도 누가 이 글을 보고 상처받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 때문에. 근데 또 생각하니 한낱 직장인의 하소연 글을 보고 누가 상처를 받았을까 싶다.
아무도 나를 모르고, 나는 돈이 많아지는 게 추구미인데. 계속 알고리즘이 열일해서 내 글이 자주 뽑혔으면 좋겠다. 가명이니까 아무도 나를 모르겠고, 알고리즘이 날 띄워주면 내가 뭔들 못하리. 그렇게 유튜브도 시작하고... (라는 말만 벌써 1년째. 아직 유튜브 올릴 계정도 안 만들었다. 편집할 영상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