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다 이렇게 사는 건가요

사랑 앞에서 바보가 되는 사람의 변명

by 김결 kimgyoel


요즘 '팍팍하다 팍팍해'라는 말을 자주 한다. 말 그대로 삶이 팍팍하다. 쳇바퀴 같은 하루가 모여, 한 달, 일 년을 보내는 것도 그럼에도 나의 인생은 역전이 되지 않고 여전이라는 점도.



이 글을 쓰기 전 유튜브 '민음사 TV' 박정민 편을 봤다. 그가 한 말 중 '오, 저건 또 나와 다른데 저런 생각도 좋다.'라는 걸 느껴 적어보기로 했다. "박정민에게 책이란?"이라는 질문을 받고 박정민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박정민에게 책이란?


지금의 저한테는... "책은 장난감이다."
여기다가 큰 의미 부여하고 싶지도 않고
재미있게 갖고 놀면서 사람들한테 소개도 해 주고
나도 좀 재미있게 접근을 하고
왜냐하면 자꾸 이렇게 좀 너무 빠져들어 가면
제가 상처를 받아요.
약간 상처를 입기 싫어요.
제가 좋아하는 책이라는 것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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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9.jpg 출처 : 민음사 TV




그의 대답을 듣고 한 동안 생각에 잠겼다. '아, 저럴 수도 있구나.' 내가 이렇게 조용히 생각에 잠겼던 이유는 난 좋아하면 몰입하고, 몰입해서 상처를 받아도, 그럼에도 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글을 쓰며 상처를 받아도, 꾸준히 글을 쓰는 게 좋았고, 여전히 글로 돈 버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이 유 중 하나다.



가족이 좋지만, 가족은 늘 나의 어딘가에 상처를 낸다. 그게 싫다고 욕을 하거나, 연을 끊기보단 '가족이니까'하며 나는 늘 나를 타일렀다. '참자' '참아야지'하고 말이다. 사랑과 증오가 공존하듯 나는 그렇게 매몰되고 상처받고 그럼에도 사랑하는 인간이었기에 그의 마인드가 신기하고, 새로웠다.



아 저럴 수도 있구나. 그냥 재미로만, 장난감처럼, 너무 매몰되면 상처받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것에는 상처받고 싶지 않다는 저 마인드, 부러우면서 질투 났고, 질투 나면서 부러웠다. 꽤 오래전에 봤던 문장인데 아직도 무언가를 사랑했다가, 그 사랑에 상처받을 때면 꺼내보는 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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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말씀하셨다. 너무 작은 것들까지 사랑하지 말라고. 작은 것들은 하도 많아서 네가 사랑한 그 많은 것들이 언젠간 모두 널 울리게 할 테니까.


나는 나쁜 아이였나 보다. 아빠가 그렇게 말씀하셨음에도 나는 빨간 꼬리가 예쁜 플라밍고 구피를 사랑했고 비 오는 날 무작정 날 따라왔던 하얀 강아지를 사랑했고 분홍색 끈이 예뻤던 내 여름 샌들을 사랑했으며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갈색 긴 머리 인형을 사랑했었고 내 머리를 쓱쓱 문질러대던 아빠의 커다란 손을 사랑했었다.


그래서 구피가 죽었을 때, 강아지를 잃어버렸을 때, 샌들이 낡아 버려야 했을 때, 이사를 오며 인형을 버렸을 때, 그리고,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그때마다 난 울어야 했다.


아빠 말씀이 옳았다. 내가 사랑한 것들은 언젠간 날 울게 만든다. < 신지상 & 지오 _ very very 다이스키 中 >



나는 5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사랑하고 상처받을 때면 이 글을 꺼내볼 것이다. 그와 동시에 먼 훗날 이 글을 다시 되돌아보며 박정민이 한 말도 곱씹어 볼 테지. 늘 나는 딜레마의 상황에 놓인다. 덜 사랑하고, 덜 상처받을래? 더 사랑하고, 더 상처받을래?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나는 오늘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머리와 마음을 따로 놀린 채, 머리로는 박정민의 말을, 마음으로는 very vert 다이스키의 글을 받아들인다.



아무리 힘들어도, 지켜서 집에 와도 글을 쓰는 일을 사랑하는 것처럼, 그럼에도 어느 날은 까만 글씨가 적힌 흰 종이가 나의 살을 베고 피를 흘리게 만들어도, 놓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는 늘 사랑 앞에 주저하고, 사랑 앞에 뛰어드는 아이러니하고 한 치 앞도 모르는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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