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고마워. 사랑해.
할머니,
나 수민이야.
할머니 손녀, 수민이.
요양 병원에 할머니 보러 갈 때마다, "수민이냐?" 하고 불러주던 할머니 모습이 눈에 선해.
내가 전화해서 "할머니, 나 수민이야" 하면 반가워하던 할머니.
며칠 바빠서 전화 못 하면, 할머니는 간병인 선생님께 휴대폰에서 수민이 이름을 찾아달라고 해서 내게 전화하곤 했었지.
할머니,
어제 요양 병원에서 할머니에게 미처 못한 말이 있어.
할머니가 수민이의 할머니라서 정말 고맙고, 사랑해.
할머니는 최고의 할머니였어.
나를 가장 예뻐하고 언제나 찾아주던 할머니.
이제는 할머니에게 전화를 할 수도 없고, 불러도 응답받을 수 없어.
하지만, 할머니.
수민이에게 할머니는 완벽한 할머니야.
그 사실은 내가 죽을 때까지 평생 변함없을 거야.
어제 오빠 가족들과 함께 할머니를 뵈러 갔잖아.
내가 한 말 다 들었지?
말씀은 못하신다고 해도, 마지막까지 들을 수는 있다고 해서
"할머니, 수민이 왔어"를 엄청 여러 번 말했어.
할머니, 분명히 들었지?
사랑해. 고마워.
그리고 부족한 손녀라서 미안해.
이 말 꼭 전하고 싶었어.
할머니와의 추억이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차곡차곡 쌓여 있어.
학교 다닐 때 비 올 때마다 우산 들고 찾아와 준 할머니,
예쁘고 곱게 낭자머리를 했던 내 할머니,
다 큰 손녀에게 용돈을 주며 많이 못 준다고 미안해하시던 할머니,
내 생일을 잊지 않고 챙겨주시던 할머니.
많이 부족한 손녀라서 미안해.
할머니와 찍어놓은 사진이 있어서 다행이야.
내 휴대폰에도, 실제 사진으로도 인화해 놓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할머니가 보고 싶을 때마다 꺼내 볼 거야.
할머니가 내 할머니였던 사실이 너무 자랑스러워.
월요일 출상까지 장례식장에서 할머니와의 마지막 시간 잘 보낼게.
그리고 할머니 마지막 눈 감기 전에 나 오는 것 기다려줘서 고마워.
할머니 돌아가시기 전에 할머니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고,
"할머니, 나 수민이야"라고 말할 수 있어서 좋았어.
수민이는 할머니 잊지 않을 거야.
할머니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될게.
할머니, 할머니가 가신 곳에는 할아버지도, 큰아빠도 계시니까
절대 외로워하지 말고 같이 잘 지내고 있어.
나도 나중에 할머니에게 갈게.
할머니.
사랑해. 고마워.
할머니의 손녀,
김수민 올림
할머니께서는 '김수민'이라는 이름으로 저를 평생 불러주셨기에, 이 편지에 그 이름을 사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