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아빠의 인생을 사셨으면 좋겠어요
가끔 나의 아빠와 데이트하는 날이 있다.
자주 아빠와 데이트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처럼 아빠와 나 둘 다 시간이 나면 아빠와 나는 아빠 차를 타고 드라이브한다.
차를 탔더니, 아빠는 잠깐 자리를 비우셨다.
아빠는 오늘도 역시 나를 위해 커피를 준비해 주셨다.
항상 드라이브 갈 때, 아빠는 나를 위해 커피를 준비하시는 것을 빠트리지 않는다.
내가 커피를 좋아하고 즐겨 마시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아빠.
그래서 아빠는 매번 근처 마트에 가서 내가 차에 타기 전에 커피를 사서
자리 옆에 놓아두신다.
커피를 보고 신나 하면 아빠는 항상 그렇듯이 방긋 웃으며 행복해하신다.
그리고 슬며시 한마디 하신다.
"김해가 행복하면 아빠도 행복하단다."
나는 참 복도 많지.
이렇게 너그럽고 사랑 많은 사람이 내 아빠라니.
항상 가족들에게 사랑을 받기만 하고 예쁨만 받은 나 김해.
아빠는 가끔 말씀하신다.
"우리 김해가 제일 사랑을 받아서 마음씨가 고운데,
마음이 강하지 못해서, 모질지가 못해서 걱정이란다.
아빠는 고생을 많이 하고 자라서, 우리 자식들은 고생을
안 시키고 싶었거든."
아빠는 가족들을 위해서 희생을 많이 하셨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는 아빠의 가족들을 위해.
우리 삼 남매가 태어나고서는 우리를 위해.
그리고 믿었던 지인의 사기로 인해,
그분의 빚을 대신 갚느라고, 아빠 인생은 하나도 없었다.
지나가는 말로 아빠는 말씀하셨다.
"검정고시 보고 싶어. 김해가 시간 나면 가르쳐줘."
그런데, 나는 지금까지 그 작은 일도 아빠와 함께 못하고 있다.
나는 우리 집 형편이 많이 어려웠을 때도,
돈을 펑펑 쓰고 다니고, 경제적 어려움 없이 편하게 지냈다.
대신 우리 부모님, 오빠가 쪼들리고 힘들었을 것이다.
이제는 충분히 알 수 있고, 부모님과 오빠에게 죄송하다.
"멍청하게 사기나 당하나, 이 사람아."라고 아빠를 함부로 무시하는 사람들 속에서
아빠는 얼마나 속상하고, 수치심을 느끼셨을까.
그때, 나는 아빠 편에 서 있지 않아서...
반항하고...
소리치고...
매번 부모님 탓만 하고...
얼마나 슬프셨을까.
아빠도 아빠 인생이 있는데.
배우고 싶었던 아빠의 꿈도 있고,
영어도 딱 보면 읽을 줄 알았으면 좋겠다는 우리 아빠.
콜라를 한 모금 마시면 갈증이 사라진다는 우리 아빠.
아빠도 좋아하는 것이 있는데.
우리 가족 때문에,
아빠는 아빠 인생이 없었지.
김해는 다짐한다.
나의 아빠.
이제는 김해 걱정은 그만하고,
아빠 인생을 살도록,
김해 어른이 되겠다고.
더 이상 마음 약해지지 않고,
마음 강하게 먹고 김해가 한 걸음
용기 내서 어려움도 이기고 나가겠다고.
그리고, 검정고시 이제는 아빠가
됐다고 하시는데,
아빠가 다시 공부하고 싶으실 때,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아빠, 김해 걱정 안 하시게 잘 살게요.
이제는 아빠 인생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