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엄마의 고향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라는 점.
굉장히 영리하고 문과 쪽으로 머리가 비상하다는 점.
나에게는 외할머니, 외삼촌, 그리도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엄마에게 가족이라는 점.
예전의 대한민국의 어머님들이 그랬듯이 가족을 위해 많이 희생하시면서 사셨다는 점.
그리고 우리 집 형편이 어려워지자 주 7일 일하시면서 고생하신 점.
지금은 우리 집 먹고 살기에 크게 어려움이 없는데도,
여전히 주 7일 일하시는 우리 엄마.
그게 내가 아는 엄마에 대한 전부이다.
언젠가 내가 또 불만에 가득 차 있자 아빠가 조용하게 말씀하셨다.
"김해야. 엄마한테 잘해야 해.
너네 엄마 고생만 하며 산 사람이다.
그래서 아빠가 엄마에게 두 배, 세 배 잘하는 거야.
엄마, 많이 힘들게 자랐다."
궁금한 나는 엄마가 어떻게 사셨는지 아빠에게 여쭤봤지만
아빠는 더 이상 말씀해 주시지 않으셨다.
"네가 조금 더 어른이 되면, 감당할 수 있을 때 말해줄게. 지금은 아니야."
아빠는 나에게만 엄마의 삶을 이야기하지 않은 건 아니셨다.
오빠에게도 내 동생에게도 때가 되면 말씀해 준다고 하셨다.
많이 궁금하고, 한편으로는 엄마가 어떤 삶을 사셨는지,
얼마나 아프고 슬픈 삶을 사신 건지 걱정되기도 한다.
아빠는 항상 말씀하셨다.
"엄마한테 그러지 말아라.
김해가 대우받고, 사랑 많이 받은 것처럼,
엄마는 그렇게 살지 못했어.
엄마한테 잘해야 해."
항상 소녀 같은 우리 엄마,
귀여운 우리 엄마,
사랑이 많은 우리 엄마,
나는 내 삶이 고달프다고 생각하고,
엄마의 삶을 한 번도 유심히 바라본 적은 없다.
엄마는 어렸을 때,
무슨 꿈을 가졌을까?
공부를 좋아했을까?
엄마도 그 시대의 어머님들처럼
고등학교, 아니 중학교라도 집에서
보내주길 바랐을까?
간절히 바랐던 물건이 뭐였을까?
나는 억울하게 따돌림을 당해서 서럽고 슬펐는데,
엄마는 언제가 서러웠을까?
엄마에게 물을 수는 없다.
엄마는 내가 걱정할까 봐...
엄마의 아픔을 절대 이야기 안 해주는 분이니까...
내가 어른이 되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러면 내가 감당할 그릇이 됐을 때
아빠가 말해주시겠지.
가장 좋은 결말은 엄마 스스로가 나에게 엄마의 인생을
말해주셨으면 좋겠다.
"김해야, 엄마는 이때 슬펐고, 엄마가 되고 싶은 것은 OO이었어.
엄마는 OO도 가지고 싶었단다."
이 역시 내가 엄마에게 든든한 울타리, 보금자리가 되어야 가능한 일이겠지.
많은 세월, 철 없이 산 나 김해.
이제는 우리 엄마, 아빠에게 든든한 집이 되고 싶다.
내가 제일 든든하고, 똑 부러진다는 우리 부모님께
똑순이 김해가 이제는 지켜드릴 거다.
두 분이 마음 편안하게 두 분의 삶을 이야기하실 수 있도록...
엄마, 엄마의 삶이 궁금합니다. 엄마의 인생을 편하게 이야기하실 수 있게
김해 흔들리지 않고 다시 일어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