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에게 배우기

빌드업데이 이야기

by 하나김

북저널리즘 디지털 플랫폼 론칭, 준비하고 있는 콘텐츠 작업, 구성원의 변화... 최근 몇 달은 여유가 없었다. 회사 성장의 계기들이 여럿 있었고, 모두가 에너지를 모아야 했다. 지속적으로, 규칙적으로 해왔던 프로그램 가운데 일부는 중단했다. 한 달에 한 번, 구성원 모두가 각자 고민한 회사 발전 방안 혹은 공유하고 싶은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빌드업데이' (앞선 글 참조) 도 두 번 건너뛰었다.


빌드업데이는 준비 과정에도, 발표를 듣고 토론하는 과정에도 노력이 필요한(=귀찮을 수 있음) 프로그램이지만, 동시에 너무 재미있고 유익하다.(이 표현들이 너무 적확해서 아무리 진부한 표현이라도 안 쓸 수가 없다...)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자극받는 것뿐 아니라, 서로가 회사에 대해 얼마나 애정을 갖고 고민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어서 그렇다. 평소에 뜬금없이 말하기 어려워서 못 했던 이야기들, 각자의 시각에서 보는 회사와 상품의 개선 방안에 대해서 비교적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


내 입장에선 좀 더 각별하다.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의 발표를 들으면서 반성을 많이 하게 된다. 저렇게 정성 들여 준비했다니. 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일하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나만큼 고민하는 사람 없을 거야'라든가 '나 너무 잘하는 듯'이라든 식의 이기적인 재단을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리더로서의 역할에 대해 늘 고민하지만, 듣고 배우는 것보다는 내가 경험한 것, 아는 것을 하나라도 더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늘 앞선다. 물론 그동안 해 온 경험은 분명 큰 자산이고, 그걸 공유하는 건 나의 책무이기도 하다. 과거의 내가 선배들과 일하면서 가장 기뻤던 기억을 돌이켜 봐도 그렇다. 일의 방향을 알려 주고 도와주고 나의 성과로 만들어 주는 선배, 중요한 사람들을 나에게 소개해 주는 선배, 사소한 것이라도 본인이 경험으로 개발한 노하우를 알려 주는 선배. (맛있는 거 사 주는 선배) 그런 선배가 좋았다. 그래서 나 역시 그렇게 되려고 해 왔다.


대여섯 시간 얘기했더니 지쳤다, 다들. 나는 안 나왔으니 당당하게 올려 봅니다. :)

며칠 전 두 달 만에 재개한 빌드업데이에서 내가 그동안 해 온 방식에 뚫려 있었던 큰 구멍을 발견했다. 잘 안 듣고 별로 안 배우고 있었다는 것. "이상하다는 말은 하지 마라."(나는 이상하다는 말을 하루에 20번 정도 하는 사람임) "각자가 채용 공고에서 밝힌 인재상에 부합하는지 생각해 보자." (전통적 미디어의 틀에 갇히지 않는 사람을 찾는다고 하고선 내가 틀에 갇혀 있었던 것 같은 느낌적 느낌) 후배들의 얘기가 폐부를 찔러서 솔직히 부끄럽고 창피했다. 창피해하는 것 자체가 이미 좀 이상한 거지만..(눈물)

손흥민 화이팅.

구체적인 업무 프로세스 혹은 상품 개선 방안에 대한 이야기들도 뇌리에 남았다. 두 가지 의미에서인데, 하나는 공감이 되고 정말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또 한편으론 내가 기여를 많이 한 업무 혹은 상품인데 그게 문제가 많았다니 찔리고 부끄러워서. (또 눈물)


누구에게나 배울 점은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 누구보다 후배들로부터 더 적극적으로 배워야 한다는 얘기다. 내가 보고 듣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는 동료들이니까. 경험으로 아는 부분 외의 것들은 많이 묻고 듣는 것이 상책이다. 다시 태어나서 어려지거나 마인드 리딩을 할 게 아니라면..; 구체적으로는 업무의 본질, 노하우는 내 쪽에서 이야기하고, 수행 과정의 방향성과 피드백은 동료들이 제안할 수 있도록 잘 들으려고 한다. 일단은 말을 줄이자. 두 번 말할 거 한 번만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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