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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김 Jan 12. 2021

남들이 모두 안 된다고 해도

우리에게는 뒤집기의 에너지가 있어

오늘로 딱 100일이 된 아기. 100일 전후의 아기들은 누워 있다가 엎드리는 자세로 몸을 돌리는 ‘뒤집기’를 시도하기 시작하는데 육아 책으로만 이해했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상황에 요 며칠 많이 놀라고 있다.
나는 아기들이 조금씩 몸을 움직이다 어느 날 ‘짠’ 하고 뒤집는 걸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기는 울면서 고통스럽게 몸을 움직인다. 너무 힘들어 보여서 도와주기도 하고 말리기도 하는데, 뒤집으려는 의지를 꺾을 수가 없다. 정말 지칠 때까지 한다.
뒤집으려고 밤마다 우는 아기를 보면서 생각한다. 사람은 고통을 참아 낼 수 있는 의지를 처음부터 갖고 태어나는구나, 원하는 대로 몸을 움직이고 싶다는 열망이 팔다리가 아프고 숨이 막히는 육체적인 고통보다 훨씬 강력하구나.
북저널리즘 콘텐츠 <비생산적인 생산의 시간>​의 문장도 떠올랐다. “순수한 형태의 열정은 우리 안에 분명 존재한다. 남들이 모두 안 될 거라고 해도 한 번 몸을 던져 보고 싶은 마음 같은 것이다.” 그렇다. 우리 안에는 뒤집기의 에너지가 있어...!
매일 성장하는, 끈기 있고 강인한 작은 철학자 덕분에 불초소생은 인간이 되어 가고 있다. 마늘이랑 쑥보다 더 효험이 있다.
(오늘 프라임 레터에 쓴 글 약간 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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