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별 아나운서의 KBS 퇴사 일기 #06]
2023년 01월 01일
13년 간의 새벽 앵커를 드디어 탈출하게 됐습니다
사실 저녁 메인 뉴스나
다른 시간 뉴스의 제안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저의 대답은 하나였습니다
“저녁에 뉴스를 하면 가족과의 시간이 없잖아요. 저는 새벽에 하겠습니다”
새벽 뉴스는 다들 좀 꺼려하시기에
오히려 저의 선택은 많은 아나운서들의 응원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자발적으로 새벽뉴스 앵커를 선택한 13년
저처럼 오랫동안 새벽출근을 한 아나운서는 많지 않았습니다
암묵적으로 이제는 ‘바꿔줘야’ 한다는 의견이 모일 무렵
저는 새벽뉴스 앵커를 내려놓습니다
그렇다고 전혀 다른 시간으로 바뀐 것은 아닙니다
아침뉴스, 2시간 정도 늦은 시간의 뉴스를 맡게 됐습니다
저녁에 뉴스를 하면 가족과의 시간이 없잖아요.
저는 새벽에 하겠습니다
사람의 습관이라는 것은 참 무섭더군요
13년 동안 몸에 배어있던 습관은
저에게 늦잠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알람 시간도 1시간 뒤로 늦췄지만 몸은 기억했습니다
원래 일어나던 새벽 시간에 말똥말똥해지는 눈
뭔가 억울했습니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새벽 수영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늘 출근해서 방송 준비를 하던 시간에 운동을 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물론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하다 보니 적응이 되더라고요
회사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수영장까지 러닝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새벽뉴스를 할 때처럼 일어나 일단 출근
회사 샤워장에서 러닝 복장으로 갈아입고
러닝으로 수영장까지 달렸습니다
어차피 땀이 나면 수영을 하면 되니까요
그렇게 다시 러닝으로 회사로 와서
회사 샤워실에서 샤워를 하고 나면 출근 시간입니다
바로 방송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내 삶에 없던 것들이 루틴이 되어갔습니다
자연스럽게 체력도 좋아지고 몸에 변화도 생기기 시작했죠
욕심이 생겼습니다
목표를 만들었습니다
‘40대, 바디프로필, 섹시한 아빠’
가끔 아나운서 김한별이 아닌
‘강사 김한별’로 진행하는
<퍼스널 브랜딩> 강의를 합니다
아나운서라는 수식어가 있지만
작가, 가수, 크리에이터, 라테파파 등
제 앞에는 또 다른 많은 수식어가 있어요
그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누군가는 궁금해했습니다
강연을 요청하시기도 하고,
1대 1로 만나거나, 비대면으로 도움을 요청하셨습니다
거창하게 ‘컨설팅’까지는 아니어도
제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분들께
약간의 힌트를 드리고 싶었어요
퍼스널 브랜딩의 가장 기본인
나를 파악하여 ’한 문장‘으로 표현하기를 주문합니다
나와 관련된 여러 가지 키워드들을 자유롭게 나열하고
필요한 조건들로 묶어내고 솎아냅니다
몇 단계의 과정을 거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 문장’으로 정리됩니다
나를 발견하고 표현하는 가장 기본적인 과정이죠
강의를 할 때는
그동안 컨설팅을 진행했던
다른 분들의 예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물론 사전 동의를 받고)
얼마 전 ’한화 그룹‘ 강의에서는
’김한별‘ 자체를 예시로 활용해 봤습니다
일부터 그 자리에서 ‘김한별’이라는 키워드로 함께 찾아봤습니다
그 결과, 그때의 김한별은
’ 갓생 사는, 섹시한 아나운서 아빠‘를 키워드로 살아가더군요
그 키워드에 맞게
삶의 루틴도, SNS 업로드도 구성된 걸 보니,
윤슬이가 저를 보며
‘근육 짱짱맨 아빠’로 부르는 걸 보니,
키워드에 맞게 잘 살아가고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한동안 탄수화물을 먹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살을 빼겠다 ‘라는 생각보다
몸을 좀 가볍게 하고 싶었어요
특히 정제되지 않은 백미나 밀가루를 멀리했습니다
그리고 당, 단 것들을 멀리했어요
내가 먹은 것들이
결국 나의 몸을 만드니까요
다행히 생각보다 괴롭지는 않았고
딱히 빵이나 면, 단 것들이 생각나지는 않았어요
달라지는 몸을 보며 오히려 만족감을 느꼈습니다
정작 당사자보다 힘들어하는 것은 주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것도 딱히 가깝지 않은 지인들
5년 전, 처음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
“유난 떤다. 어떻게 참아?”
10개월 전, 금주를 선언했을 때
“유난 떤다. 너 사회생활은?”
5개월 전, 바디 프로필 계획을 말했을 때
“유난 떤다. 안 피곤해?”
유난까지는 아니었어요
저는 그냥 묵묵히, 하루에 할 일들을 했을 뿐이거든요
제 생각대로, 제 목표대로…
그래도 남들이 생각하는 그 ‘유난’ 덕분에
5년 동안,
건강하고 천천히 살도 뺐고
10개월 동안 술 없이도
매우 성공적으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었고
바디프로필을 준비한 5개월 동안
삶도 몸도 많이 바뀌었네요
그 ‘유난’ 덕분에 말이죠
‘다른 사람의 성과를 함부로 예측하지 말 것’
이번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내가 몰랐던 세상을,
어쩌면 평생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다른 세상’을 경험해 본 것입니다
수영, 러닝, 헬스, 태닝, 왁싱, 포징, 식단, 밴딩, 로딩…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었고
모든 과정이 나름의 이유와 방법, 노하우가 있었어요
이 과정을 기꺼이 해내는 사람들은
하루하루 전쟁을 치르듯 치열하게 살고 있었고
무엇보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며,
지금 이 순간, 내 삶에 가장 충실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본격적인 운동과 식단, 관리는 5개월이었지만
어쩌면 5년 전,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부터
나의 도전은 시작된 것일 수 있어요
그 하루하루의 충실함이 쌓여서
지금의 결과를 만들어냈겠죠
막판 2주 간의 다이어트와 밴딩, 로딩,
마지막 24시간의 수분 조절,
촬영을 마치고 작가님이 열어준 스튜디오 냉장고에서
시원한 파워에이드를 한 모금 먹는 순간의 행복까지!
해보지 않으면 절대 모르는 희열과 기쁨
해냈다는 뿌듯함과 안도
해보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절대 내가 직접 해보지 않은,
다른 사람의 성과는 함부로 예측하지 않으리라 다짐합니다
절대 ‘나와는 상관없는’ 세상은 없다는 믿음으로
내 안의 목소리가 원하는 것들을
두려움 없이 도전하고, 기꺼이 성취하리리라 다짐합니다
제가 바디프로필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선물입니다
해보지 않으면 절대 모르는 희열과 기쁨
해냈다는 뿌듯함과 안도
해보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었습니다
나와는 먼 얘기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삶에 들어왔습니다
해보니 되더라고요
결코 나와 멀리 있지 않았어요
금주, 러닝, 수영, 헬스, 태닝, 바디프로필…
자연스럽게 환경도 사람도 루틴도 많이 바뀌게 됐죠
방송과 사람, 운동과 공부, 가족에 집중하는
‘예측 가능한’ 삶이 또 다른 평온함을 줬습니다
‘이게 될까?’라는 물음에서
‘이게 되네!’라는 확신이 생긴 것이
가장 큰 수확입니다
물론 하나의 목표를 이뤘다는 건
다음 목표를 준비한다는 의미일 겁니다
신납니다
두근거려요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가고 싶습니다
섹시하게 말이죠!
40대, 바디프로필, 섹시한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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