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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킴 starkim Apr 29. 2024

AI 아나운서가 몰려온다. 그럼, '인간' 아나운서는?

[김한별 아나운서의 KBS 퇴사 일기 #07]

"AI 아나운서가 뉴스에 투입됩니다"


그리고 인간 아나운서는

생방송 뉴스에서 그 소식을 전했습니다

'우리의 직업이 AI에게 위협받고 있어요'를

아나운서가 직접 전하는 뉴스

이 뉴스 장면은 꽤 유명한 '짤(밈)'이 되었죠

AI 아나운서 소식을 전하는 인간 아나운서라니!

이 아이러니한 상황의 주인공

네, 그 아나운서가 바로 저였습니다


AI 아나운서 소식을 전하는 인간 아나운서, 그게 바로 접니다



처음에는 그저 재밌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직은 서툴고 어색한 AI 아나운서

오히려 안심이 됐습니다

'아직 멀었어'

위협보다는 신기하다는 느낌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정교해지는 AI

뉴스에서 AI를 다루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대체 어떤 잠재력이 있는 걸까?

호기심은 걱정과 두려움으로 바뀌어갔습니다

급기야 AI 아나운서의 방송 투입을

인간 아나운서가 소개하는 날이 온 거죠

솔직히, 저에게는 충격이었습니다


AI 아나운서 소식을 전하는 인간 아나운서
네, 그 아나운서가 바로 저였습니다






'잡아 먹히기 전에, 먼저 내 편으로 만들 것'


ChatGPT를 비롯해 바드, 미드저니, 스테이블 디퓨전, Dall-E, SUNOai 등

AI에 대해 공부를 하면 할수록 더 많이 보였습니다

이미 AI 아나운서가 방송에 투입된 시대,

뉴미디어에게 이미 주도권을 빼앗긴

올드미디어(레거시 미디어)의 현실

부정하거나 외면하면

잡아먹힐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 알고 싶었고,

더 궁금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당당히 마주하기로 다짐했습니다


처음에는 공부하고 준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우리를 위협하는 존재를 철저히 파고들어

내 편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위태롭지 않을 테니까요

(지피지기백전불태, 知彼知己百戰不殆)



잡아 먹히기 전에, 먼저 내 편으로 만들 것





그런데 그 과정에서 재미있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단순히 채우는 것에 머무르지 말고

이 내용을 활용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보자

흥미로운 도전이었고

호기심이 생기는 프로젝트였습니다


ChatGPT와 바드를

어떻게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을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치열한 고민의 결과물로

책까지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올드미디어를 대표하는 아나운서는

뉴미디어를 대표하는 ChatGPT와 바드에게 질문을 던젔습니다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존재에게

우리의 미래에 대해 물었습니다

이 책의 부제가

<뉴미디어가 알려준, 올드미디어의 미래>인 이유입니다






'AI 아나운서로 인해 아나운서 직업은 사라지게 될까?'

ChatGPT는 어떤 답을 들려줄까 궁금했습니다

그들은 얘기했어요

'위협'이 아닌 '공존'이라고.

AI를 어떻게 횔용하는지에 따라,

올드미디어, 그리고 아나운서는 더욱 경쟁력을 가질 수도

결국 도태되어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어느 정도 동의했습니다

그리고 AI를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달라지게 됐죠

동시에 지금 내가 몸 담고 있는 미디어 환경과

내 직업, 아나운서에 대한 관점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2024년 3월 24일

어쩌면 공중파 방송 역사에 아주 중요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AI 아나운서를 활용한 첫 '(주말) 메인 뉴스'를 시작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직 허락되지 않아서였던 영역이 이제는 허락된거죠

드디어 시작된 겁니다

CJB를 시작으로 제주, 부산 민방도 시작됐죠

얼마나 바뀔 지, 얼마나 변화할 지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이 글을 작성하는 바로 이번 주, KBS에서는 인공지능 DJ가 방송을 시작했네요)





영상, 이미지, 음악, 텍스트..

AI에게 가장 나중에 위협받을 것이라 여겨졌던

창작과 예술의 분야들이 가장 먼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상하죠?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술은 진짜 예술이 맞았을까?

어쩌면 우리는 모니터 안, '가상의 현실'을

예술과 창작이라 착각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요즘 우리가 접하는 예술은, 

실체가 있는, 오프라인 속 예술이 아닌

모니터 속, 가상의 현실인 경우가 많았죠


실체가 없는 것들은

이미 AI에게 대체되고 있는 상황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본질적인 것들은

AI로부터 가장 안전합니다

아직까지는요…


결국, 실체가 있어야 합니다

본질적이어야 하고,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며, 스킨십이 가능해야 합니다

가장 평범한 것이, 매일 반복되는 우리의 이야기가

결국 가장 특별한 것일 수도 있어요

매일매일 직접 겪는, 실체 그 자체니까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직접, 생생한 기록을 해야 합니다

특별한 사람은 세상이 그들을 기록해요

기록할 필요가 없죠

평범한 우리는 스스로 기록해야 합니다

누가 안 해주거든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스토리를,

일기장이 아닌 플랫폼을 활용해 콘텐츠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 콘텐츠가 세상에 드러났을 때

콘텐츠는 나의 또 다른 자아가 되죠

제가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죠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본질적인 것들은
AI로부터 가장 안전합니다
아직까지는요…




그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생각이 바로,

'내가 뭐라고'

우리는 분명 ‘무엇’입니다

실체가 있으니까요

내가 오늘 흘린 땀과 그 땀을 식혀준 바람,

내가 고민한 흔적과 직접 만나 나눈 눈빛들은

AI가 대체할 수 없습니다

'실체'가 있는 진짜니까요


이미 특별합니다 우리 모두

아직 내 스토리로만 머물러 있기 때문이에요

다른 사람에게 닿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는

콘텐츠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나의 경험과 스토리가 콘텐츠가 되어

나의 또 다른 자아로 세상에 선택을 받을 때

그 자아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특별한 실체'가 되어줄 것입니다


어쩌면 지금

나를 찾는 ,육아(我)휴직을 하면서

다음 스텝을 준비할 수 있는 것도

이 '관점의 변화'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특별한 실체를 찾는 과정일 수도 있습니다


가만히 있다가는 정말 먹힐 수 있으니까요

과연 AI를 비롯한 이 변화의 모습은

저에게 날개가 되어줄 수 있을까요?


AI가 만들어준 노래 <나를 찾는, 육아(我) 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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