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어 취미로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기로 했다면
이전에 해본 적 없는 무언가에 새롭게 도전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일지 모른다. 기어 다니던 아기가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을 때, 유치원을 졸업한 아이가 처음으로 학교에 가게 되었을 때, 모든 것은 새롭고 낯선 경험으로 다가올 것이다. 순간의 아찔하고 긴장되었던 상황들은 수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삶에서 빛나는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수없이 마음속을 스쳐 지나가는 의심과 의문들은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에서 시작해 조금씩 성장하는 스스로의 모습 속에 숨어버리기도 한다.
‘절대 놓으면 안 돼!’ 어린 시절 자전거를 배울 때의 기억은 내 마음속에 아직 강렬하고 생생하게 남아있다. 네발자전거의 보조 바퀴를 떼고 두 발로 탈 수 있게 되기까지 넘어졌다 일어나기를 수도 없이 반복했던 것 같다. 무릎과 팔꿈치 보호대 없이는 몸이 성할 날이 없었고, 끈질긴 고군분투의 나날들이 이어졌다. 아빠가 잡고 있던 두 손을 뒤에서 몰래 놓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뒤를 힐끔 돌아보며 비틀대던 나의 두발자전거는 어느새 자전거 도로를 누비며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두발자전거는 온전히 나의 것이 되었다.
어떻게 내가 혼자 중심을 잡고 두발자전거를 타게 되었을까를 생각해 보니 한마디로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그저 동네 언니, 오빠들처럼 자전거를 잘 타고 싶은 마음과 두 발로 탈 수 있게 되면 어른이 될 것만 같은 기대감이 나를 이끌었던 것 같다. 꽤 오랜 연습 끝에 자전거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었을 때, 나는 넘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한강변 자전거 도로를 달리며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과 저녁노을을 온몸으로 느끼는 멋진 라이더가 되었다.
그림 그리기도 어떠한 면에서 자전거 타기와 많이 닮아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두려움이 들기도 하지만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도전한다면 좀 더 쉽게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연필을 쥐는 것조차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어린 시절 그림일기를 쓰던 기억을 떠올리면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다. 미술용 지우개, 4B연필은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에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면 ‘힘들이지 않아도 잘 써지는 연필’, ‘가루가 많이 나오지만 잘 지워지는 지우개’라는 생각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어린아이들은 마음이 순수하고 편견이 없기에 열린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오늘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솔직하게 그림으로 그리고, 그때마다 들었던 생각들을 여과 없이 글로 표현하기에 그들의 그림일기장은 풍부한 상상력으로 가득하다. 그림을 처음 배우기 시작한 어른들도 부끄러워하지 말고 아이들의 마음을 닮아 보았으면 좋겠다. 잘 그려야 한다는 마음보다 나의 일상을 되돌아보며 느낀 생각들을 캔버스에 자유롭게 풀어내보자. 비틀거리던 자전거가 단단하게 중심을 잡게 되듯, 어설퍼 보이던 나의 힘없는 연필선이 자유자재로 종이 위를 춤추는 날이 머지않아 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