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인 김남열 Aug 19. 2023

[에세이] 시인 김남열 / 죽은 부처에게 참배

죽은 부처에게 참배


김남열

 

「오 백 년 이상 묵은 봉선사 느티나무

그 아래서 기념사진 한 장 찍으려 하니

참으로 사람들의 인생이 허무하고

너무나 짧은 것에 무상함을 느낀다」

 

 장수하고 있는 나무 아래에서 참으로 인간의 삶이 무상함을 느낀다. 사람들이 파괴 되지 않는 이상 세상과 함께할 나무이다. 나무의 수명이 사람들보다 긴 것을 보니 사람들의 인생이란 참으로 짧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봉선사를 찾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휴일이면 사람이 북적거린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사찰이기도 하지만 찾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불공을 드리러 오는 사람, 관광버스로 사찰 관광을 온 사람, 데이트 하는 청춘 남녀, 모두가 봉선사라는 명성을 보고 오는 사람들이다. 곳곳에는 연못이 있어 연꽃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는 사람, 절에서 운영하는 다원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사람, 무수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방문처가 된 사찰이다. 이제 이름이나 알려진 사찰에서 고요와 정적 속에서 잠깐 동안이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있다가 오는 것도 어렵다. 사찰도 너무 시끄럽다. 아마, 그 시끄러운 만큼 사찰 내부가 안으로 곪는 장소가 아니길 바라지만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오 백 년 이상의 세월 보내며 사찰의 수문장처럼 풍파를 견뎌온 봉선사 나무에 대해 사람들이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을 보노라니 죽은 부처에게 참배 오는 사람이 대다수 인 것 같다.     

 

*봉선사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사찰

작가의 이전글 시인 김남열 / 물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