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동화 추천
때때로, 예기치 않은 순간에
우리를 구하러 오는 눈물에 감사한다
'작가의 말'에서
막내를 기다리다 날씨가 너무 추워 서점에 들어갔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이후 서점의 한 선반은 한강 작가의 책으로 가득하다.
40대 이후부터는 우울하고 마음이 힘든 책은 잘 안 읽는 편이라 한강 작가의 책은 많이 안 읽는데, 요즘은 눈에 워낙 많이 보이니 또 한 권 집어 읽기 시작했다.
눈물상자.
한강 작가가 어린이극을 보고 감동을 받아 '눈물을 상자에 모으는 아저씨가 있다'는 설정만 가져와 새롭게 쓴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한다.
결코 예측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눈물을 흘리는 아이에게 어느 날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모자를 쓴 눈물을 모으는 아저씨가 찾아와 만난다.
들고 있는 검은색 가방에는 갖가지 모양의 크고 작은 눈물들이 수많은 보석들처럼 진열돼 있었다.
"이것들을 모두 수집하는 데 무려 이십 년이 걸렸단다."
아저씨는 아이의 눈물을 모으고 싶었으나, 이상하게 아이는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누군가 아저씨의 눈물을 사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떠나야 하는 아저씨를 아이는 따라가게 되는데..
"주황빛이 도는 이 눈물은 화가 몹시 났을 때 흘리는 눈물..... 회색이 감도는 이 눈물은 거짓으로 흘리는 눈물...... 연보랏빛 눈물은 잘못을 후회할 때 흘리는 눈물.... 진한 보랏빛 눈물은 부끄럽거나 자신이 미워서 흘리는 눈물..... 검붉은 눈물은 보고 싶은 사람을 보지 못할 때 흘리는 눈물.... 분홍빛 눈물은 기쁨에 겨워 흘리는 눈물.....연한 갈색의 저 눈물은 누군가 가엾다고 느껴질 때 흘리는 눈물이란다."
순수한 눈물이란,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은 눈물을
말하는 게 아니야.
모든 뜨거움과 서늘함,
가장 눈부신 밝음과
가장 어두운 그늘까지 담길 때,
거기 진짜 빛이 어리는 거야.
눈물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만드는 동화다.
나이가 들수록 이상하게도 울 일이 많아지고, 눈물도 자주 흐르게 된다. 가슴이 답답한 날에는 울고 나면 마음이 시원해지고, 너무 화가 나는 날에도 울고 나면 분노가 가라앉는 경험을 하곤 한다.
어릴 적엔 눈물을 보이는 게 부끄럽고, 마치 지는 것 같아서 사람들 앞에서 울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 하지만 지금은 친구들과 이야기하다가 눈물바다가 되는 일이 종종 있다.
책을 읽고 나니 나는 검은 옷을 입은 아저씨에게 눈물을 사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울고 싶은 날은 마음껏 울고, 그 눈물을 통해 스스로 위로하며 살아간다.
모든 걸 참고 살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