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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서리 Aug 03. 2020

디아 비컨(Dia : Beacon) 미술관

과자 박스 인쇄공장에서 미술관으로

“나중에 딸을 낳으면 이름을 디아(Dia)로 지을래”

“어? 나도 지금 그 생각했었는데.. 그럼 난 비컨(Beacon)으로 해야겠다.”


맨해튼에서 서쪽 허드슨강을 따라 뉴욕 북부 위로 올라가는 기차를 타고 도착한 비컨(Beacon) 지역에 있는 Dia : Beacon(디아 비컨) 미술관을 보자마자 후배 진이와 나는 아름다운 풍경과 건축이 가지고 있는 기운에 이미 매료되었다. 우리는 아직 낳지도 않은 딸 이름까지 작명해 버렸다.

맨해튼에서 불과 한 시간 조금 넘는 거리지만, 한적하고 조용한 자연의 작은 마을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디아 비컨(Dia : Beacon) 미술관 입구


나비스코(Nabisco) 과자는 미제 과자 중 최고였다.

적어도 내가 어렸을 때는.

초등학교 때 한 과목이라도 100점을 맞아야 엄마는 오레오 과자를 사줬었다. 동네 재래시장 한구석에 자리한 미제 물건 집은 내 마음의 안식처였다. 딱 하나만 고르라는 엄마의 말에 나는 언제나 오레오, 릿츠 과자, 초코칩 쿠키 중 너무 많은 고민을 했었다. 디아 비컨(Dia : Beacon) 미술관은 그 과자들을 만든 나비스코(Nabisco)의 과자 박스 인쇄공장이었다.

나비스코(Nabisco)의 오레오, 릿츠 과자, 초코칩 쿠키


나비스코(Nabisco) 공장은 1929년 약 8,500평 규모로 지어졌다. 벽돌, 금속, 콘크리트, 유리로 만들어진 전형적인 20세기 초반의 공장 건축물이었다. 비컨(Beacon) 지역을 대표하는 건물로서, 그 지역이 산업과 제조의 도시였음을 알게 해준다.


디아 비컨(Dia : Beacon) 미술관의 주출입구


이 건물은 국가 사적지(National Historic Register)로 등록되었다. 보존 건물이라 최소한의 변경만이 허용되어 출입구 외에는 큰 보수공사가 없었다. 창문을 포함한 벽은 보존 대상이며, 기존의 투명 유리 창문에 반투명 유리를 일부 보탬으로써 내부에서 외부를 바라보는 모습이 또 하나의 액자 역할을 하였다.


기존 창문의 중앙 부분만을 투명 유리로 유지함으로써 액자 역할을 한다.


주로 인쇄나 재봉을 위한 공장은 하중을 견딜 수 있게 지어진다. 게다가 공장 건물은 공장 내부의 천정 높이가 높으며, 중간에 기둥이 없는 특성이 있다. 필요한 물품을 반 출입하기 좋게 넓은 통로와 큰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가지고 있다. 또한 공장 작업자를 위한 자연 환기와 자연채광을 고려하여 천정에 톱날 같은 뾰족한 천창이 북향을 향한 것도 공장의 전형이다. 이 모든 공장의 특성은 거대한 사이즈를 가지고 있는 현대미술품을 전시하기에는 더 이상 좋은 조건이 없다.


자연 환기와 자연채광을 위한 북향의 톱날 천창


대형 작업을 하는 대표적인 현대 미술가인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와 마이클 하이저(Michael Heizer)의 작품이 전시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조건이라 하겠다.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의 Long Term View


마이클 하이저(Michael Heizer)의 North, East, South, West, 1967/2002


서울의 성수동이나 문래동이 핫플레이스로 뜨는 이유는, 기존의 구두공장이나 자동차 정비소 등의 오래된 건물들을 부수고 새로 지은 것이 아니다. 기존의 공장형 건물을 그대로 보존하여 공간의 기능을 변화시켰다는 점이다. 겉은 허름한 공장인데, 들어가면 카페 또는 레스토랑 등의 상업공간으로 변경된 부분이 사람들에게 신선한 공간 경험을 시켜주는 것이다.


만일 기나긴 코로나가 끝나고 뉴욕을 갈 일이 생긴다면, 8,500평의 거대한 공장이 미술관으로 변화되어 사진으로만 봐왔던 대형 미술 작품들을 직접 눈앞에서 확인한다는 그 짜릿함을 느끼길 기대한다. 하루를 온전히 투자하고 갈 만한 값어치는 분명 있다.

 

단 이것만은 꼭 기억하시길.


맨해튼에서 기차 타고 디아 비컨(Dia : Beacon)을 갈 때는, 기차 진행 방향의 왼쪽으로 앉아야 허드슨 북쪽 강변을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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