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와 스웨덴 사이 북해 바다 위에 떠있는 미술관
“쿤스 젠슨이라는 사람이 1956년에 덴마크와 스웨덴 사이의 북해 바다가 보이는 땅을 매입한 거야. 그리곤 젊은 건축가 보와 워럴트 두 명에게 19세기에 지어진 이 빌라의 증축을 맡긴 거지. 이 두 명의 건축가는 아름다운 자연 그대로를 훼손하고 싶지 않았고, 빌라를 그대로 둔 채 투명 통로로 다른 빌라들을 서로 연결하는 증축을 한 거야. 주인인 쿤스 젠슨은 부인이 세 명이었는데 이름이 모두 루이스(Louise)였대. 그래서 이 미술관 이름도 루이지애나(Louisiana)로 지어진 거래.”
남편은 결혼 전에는 자유여행을 다녀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여행은 항상 패키지만 갔었다고 했다. 삼시 세끼 밥은 잘 나왔고, 관광지를 열심히 보러 다녔고, 도시에 있는 가장 유명한 박물관과 성당, 유적지는 갔었다고 했다.
결혼 후 나와 처음으로 두 달 동안 다녔던 유럽 건축 기행에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해하더니, 금세 적응하였다. 여행 초반에는 머무르는 호텔에서 버스 타고, 기차 타고 몇십 킬로, 몇백 킬로 떨어진 장소로 미술관이나 예배당을 보러 가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코펜하겐에서 한참 떨어진 북쪽 끝 바닷가를 기차 타고 미술관 간다는 일정을 들은 후, 남편은 마치 예약해놓은 오페라를 보러 가는 듯한 비장한 표정으로 준비를 하였다. 이젠 디자인하는 아내와 함께 건축 기행을 따라다니는 게 좀 익숙해졌나 보다.
루이지애나 미술관(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은 코펜하겐에서 북쪽으로 40km 정도 떨어진, 스웨덴을 바라보며 북해 바다 위에 떠있는 듯한 조용한 미술관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들의 으리뻑적지근하고 현란한 건물은 하나도 없다. 19세기에 지어진 작은 빌라 3개를 유리 통로로 연결하여 만든 미술관이다. 교통이 불편하고 이렇게 한적한 시골마을을 누가 오겠나 싶지만, 미술관을 온다는 생각보다는 바닷가에 면한 공원을 온다는 느낌의 사람들이 많았다.
정작 미술관 안에 있는 사람들보다는 북해 바다, 카페와 정원, 정원에 계획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툭툭 놓여있는 조형물들, 그리고 따스한 태양빛은 기꺼이 올만한 가치를 보인다.
이곳의 특징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철저히 현대미술 위주의 소장과 전시 위주이다. 현재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작품을 전시하되,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는 작품 위주로 전시를 한다.
또 하나는 자연경관과 완벽하게 하나 되는 미술관이다. 바람 소리, 잔잔한 파도 소리, 건물의 웅장함 때문에 주눅 들지 않는 낮은 미술관, 시간이 오래된 키 큰 나무들, 그들로 인해 생기는 그늘 등 흠잡을 데가 없는 가장 완벽한 미술관이다.
단, 테라스 카페의 음식은 맛이 없지만, 맥주는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