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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서리 Aug 11. 2020

글쓰기와 명상의 2가지 공통점

매일 글쓰기를 시작한 지 11일째다.


시작하기 전 많이 고민했었다.


뭔가를 매일, 꾸준하게 했던 기억이 거의 없었다. 물론 학생 때 독서실이나 학원은 다녔었지만, 그때도 예습, 복습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꾸준하게 하진 않았다. 나는 그렇게 지구력이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올해 3월부터 브런치를 시작해서 1주일에 1편 정도를 써나갔다. 브런치 글쓰기에 매력을 느낀 건 5개월 정도 지난 후였다. 평생을 ‘나는 별거 아니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별거 아닌 것을 쓰다 보면 ‘나는 그냥 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쓰기 특강을 들어봤다. 정규 강좌 금액이 상상 이상으로 비쌌다. 평생을 주입식으로 수업받았는데, 내 책을 쓰는 책쓰기마저 선생님의 주입식으로 듣고 싶지 않았다. 일단 매일 글쓰기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 달 브런치를 시작했다.


마음이 죽겠어서 명상을 시작했다.


난임으로 퇴직을 했을 2017년, 명상을 처음 만났다.


퇴직을 했을 때도 이미 시험관 아기 실패를 2년 겪은 터였다.

나는 악에 받혀 있었다. 우리 부부의 난임이 전부 내 탓 같았고, 남편 탓 같았고, 매일 눈물이 나고, 조급하고, 누군가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폭발하기 직전의 시한폭탄 같았다.

나의 몸과 마음은 온통 부정적인 생각뿐이었고, 끝없는 터널을 지나가는 기분이었다.


명상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명상’이라고 하면 길가다가 ‘도를 아세요?’라고 물어보는 그런 류의 비상식적 이단 모임이라고 생각했었다.


내 마음이 너무 힘들어하니 아는 동생이 명상을 권했다. 명상 초기엔 마음이 너무 슬퍼서 명상이 제대로 안되었다. 가만히 앉아있기를 위한 마음을 잡는데만 3개월이 걸렸다. 속는  치고 시작한 명상은 지금까지 3년째 매일 나를 새벽에 일으킨다.


글쓰기와 명상은 2가지 공통점이 있다.


둘 다 마음이 힘들어서 시작한 것이다.

시작점은 달랐다.

다루는 도구도 다르다.

쏟아붓는 시간도 다르다.

관찰하는 방법도 다르다.


그러나 하다 보니 글쓰기와 명상에 깊이 빠지기 위해서는 2가지 공통점 있다.


첫째, 주의를 집중시킨다.

나에게 집중한다. 즉 감각, 감정, 생각에 집중한다.

사람은 정신적으로 소모될수록, 감당해야 하는 일들이 많을수록 피로도를 많이 느낀다. 그럴 땐 의도적으로 집중해서 정신적 소모를 멈추는 것이 좋다. 책으로 보거나, 잔잔한 노래를 들으면서 집중을 해도 좋다. 그것이 명상을 하거나 글쓰기를 할 때 집중할 수 있는 힘을 준다. 다른 생각이 나거나 다른 상상을 해도 좋다. 그냥 다시 주의를 감각, 감정, 생각의 집중할 수 있는 곳으로 돌아오면 된다.


주의를 집중함으로써 인지력이 향상되고, 몰입력이 강화되며, 스트레스 지수가 낮아진다. 자연적으로 인간관계 만족도가 높아진다.


둘째, 나를 돌아보게 한다.

지금 나의 상황이나 상태에 대해 지금의 나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관찰하고 관계하는가에 대한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나의 과거가 있으니 현재가 있는 것이다. 나의 행동이 있었으니 지금의 상태가 있는 것이다. 사물의 이치는 인과관계가 있으며 그 모든 것은 관찰함에서 찾아낼 수 있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더듬더듬 내 안의 영화 필름을 돌리듯 조심히 다가가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인해 깨달음이 향상한다.




글쓰기를 하면서 아주 작은 일이나 사건, 상대방의 말이나 나의 스쳐 지나가는 생각에도 집중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보다 매일 보는 친구와 할 말이 더 많듯이, 매일 나와 만나는 글 쓰는 시간에 점점 더 할 말이 많아지고 있다.


명상은 오로지 아무 생각 없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숨 쉬고 있는 코만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아무 생각 안 하고 숨 쉬는 코만 느끼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 1초도 집중을 할 수 없는 나를 바라보며 다시 코로 숨을 쉰다.


글쓰기와 명상으로 인해 매일,
아주 조금씩,
서서히,
하루에 0.0001g씩
마음이 고요해지고 있다.


그러니 ‘나는 왜 이렇게 못살고 있는 걸까..’라는 한숨 섞인 질문은 그만 하련다. 단지 1kg을 채우기 위해 그냥 들입다 부으며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글쓰기와 명상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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