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서리 Aug 22. 2020

종이 신문을 구독해야 하는 3가지 이유

사라락, 사라락! 후~후~쓰읍~

새벽부터 부모님은 신문을 보면서 커피를 드신다.

집안의 아침은 조용히 시작된다.



아버지와 엄마는 저녁 8시면 취침을 하신다. 

아버지는 3:30에 기상하시고, 엄마는 5시에 기상하신다.

그때쯤 집으로 배달되는 아침 신문 2종류를 엄마, 아버지가 하나씩 집어 드신다.

아버지는 커피 믹스를, 엄마는 블랙커피+우유를 타시곤 조용히 1시간 동안 두 분 다 신문을 정독하신다.


집에는 평생 신문을 구독했었다. 

어렸을 때 난 신문을 대충 훑어보거나, 화장실에 앉아 있을 때 들춰보거나, 또는 연예인 가십거리 정도만 봐왔었다. 한때는 신문을 나 역시 오랜 시간 동안 정독한 적이 있었다.

시간이 좀 지나니,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칼럼 면까지 모든 정보는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후부터는 읽는 방법이 달라졌다.

신문을 쫙 펼치면 대제목과 소제목들의 순서와 내용이 선 긋기처럼 연결되어 보였다.

그 많은 활자 중에 중심 단어들이 마치 굵은 글씨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주요 이슈는 깊게, 연결된 주변 내용은 빠르게 눈으로 들어왔다.


부모님의 생활패턴이 자연스럽게 나에게로 스며들었다.

나는 밤 9시면 취침했다.

출근하지 않는 휴일에도 5시면 눈을 뜨고 하루를 시작했다.

술 마시며 친구들과의 수다를 좋아했지만, 8:30이면 잠을 자기 위해 집으로 향했다.

친구들은 나와 술 마시기 위해서 오후 4시부터 문을 여는 술집을 알아내기 시작했다.


결혼을 했다. 

신랑은 늦게 자고 아침잠이 많은 올빼미였다.

아침에는 눈뜨자마자 TV를 켜고, 자기 전에 전원을 껐다. 나는 결혼 전의 습관처럼 종이신문을 구독하자고 했다. 요즘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지 누가 종이신문을 보냐고 했다. 한 달 구독료 15,000원이면 막걸리 10통 값이라고 했다.


그냥 구독 신청을 해버렸다. 

처음엔 잔소리하고 신문이 쌓여도 눈길을 안 주었다.

한 달, 두 달 시간이 흐르니, 아침 시작이 달라졌다.

내가 일찍 자니 자기도 따라 잤다. 내가 일찍 일어나니 자기도 일찍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문을 열고 신문부터 집어 오기 시작했다. 내가 차를 끓이는 동안 신랑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신문을 펼치기 시작했다. 새벽부터 TV 소리가 안 나니 살 거 같았다. 내가 차를 끓이고 앉으면 메인 신문은 나에게 넘어오고 신랑은 경제면을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 둘은 5년을 매일같이 신문과 함께 새벽을 시작했다. 지금은 조카, 후배나 친구들에게도 종이신문을 권한다.


종이신문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3가지로 볼 수 있다. 

1)    정보가 한눈에 읽힐 수 있다.

종이 활자를 접할 때 정보의 흐름을 알 수 있으며, 인터넷에서 보이지 않았던 정보와 시사가 정리되어 들어온다. 키워드 검색으로 이루어져 있는 인터넷 뉴스의 경우 정보가 단타 적으로 끊겨 읽힐 수밖에 없다. TV나 인터넷에서 접하는 뉴스나 정보는 그냥 듣고 흘러가 버린다. 눈으로 읽고 머리로 생각하지 않으니 떠내려가는 물과 같다. 정확히 멈춰지는 노드(Node 결절점)가 없는 것이다. 또한 칼럼, 논설, 사설의 글들을 읽으며 문맥과 글쓰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2)    습관을 들이기에 가장 적합한 시작이다.

매일 아침 구독하는 신문을 기다리며 하루의 시작을 규칙적으로 할 수 있다. 운동, 건강한 음식 먹기, 책 읽기 등 사람들이 습관을 들이고 싶어 하는 좋은 행동 패턴이 있다. 사실은 매일의 루틴을 만들어 실행하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시간이 없으면 단 한 줄의 제목만 읽더라도 습관으로 들이기에 신문은 충분한 값어치가 있다고 본다. 신문을 구독해보라. 분명히 아침이 달라지고, 생활이 달라진다.


3)    생활용품으로 활용의 무궁무진하다. 

주부들은 1년에 2번 옷장 정리를 한다. 가을이 시작되면 가을 겨울 옷을 꺼내고 여름옷들을 장 안에 넣는다. 봄에는 반대로 봄여름 옷을 꺼내고 겨울 옷들을 장롱 안으로 집어넣는다. 그때 신문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문지를 옷 사이 켜켜이 넣으면 좀이 쓸지 않고, 습기가 제거되고, 옷이 안전하게 보관된다. 인쇄 기름과 종이가 그 역할을 한다.

그밖에 시댁에서 반찬 싸 올 때, 물건 안 보이게 포장할 때, 갑자기 바닥에 뭔가 흥건히 젖었을 때 등등 쓰인다. 캠핑할때 신문지는 불쏘시개로 제격이다.  

신문은 우리의 생활에 막 쓰기 딱 좋은 물건이다.


1996년에 신문 구독률은 69.3%였다. 2019년 기준 6.4%로 떨어졌다. 23년 만에 1/10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앞으로 20년 뒤에는 종이신문은 완전히 사라진다고 한다. 그만큼 종이신문을 아무도 읽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는 늘 ‘책 읽기’를 숙제처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마음의 짐을 가득 싣고 다닐 바엔 일단 매일 아침 신문 읽기부터 권장하고 싶다.


아침, 신문, 종이, 구독은 내가 전부 좋아하는 단어다.

나는 70세가 되어도 좋아하는 단어들에 둘러싸여 75세가 된 신랑과 함께 아침을 시작하고 싶다.

오늘도 신문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섹션인 ‘오늘의 운세’를 보며,

많은 사람이 신문 읽기의 중요성을 알게 되어

20년 후에 제발 신문이 없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평생 자기 계발을 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