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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서리 Aug 25. 2020

숙제 완료 지랄병

결혼 전, 남자 친구였던 신랑은 나에게 별명을 지어줬다.


숙제 완료 지랄병


아직 보들보들하고 촉촉한 결혼 전의 남자 친구 입에서 나오긴 거친 언어였다. 하지만 그는 나를 만난 지 딱 3개월 만에 나를 정확히 간파하고 있었다.


나는 늘 마음 깊숙이 숙제를 안고 살았었다. 그리고 그 숙제를 내 마음에 들 때까지 하기 위해 스스로를 학대했었다. 그냥 편안하게 살고 생각하고 즐거워도 되는 내 인생에서 나는 늘 부족함을 느꼈고, 그 모자람을 채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남자 친구였던 신랑은 그 모습이 안쓰러웠다고 지금은 이야기한다.

그의 눈에, 나는 늘 불행했었다. 만족함을 모르고 살았다. 나 스스로를 학대하며 살았었다.


나는

시간에 쫓기고,

내가 가지고 있는 한계에 닦달하고,

남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애쓰며 살았다.


학교에서 공부한 이후에는 아무도 나에게 숙제를 주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숙제가 없으면 불안했다. 아무도 숙제를 주지 않으니 내가 나에게 숙제를 주기 시작했다.


‘이번 달은 딱 5kg 빼는 거야.’ ‘이번 주까지 혼자 디자인 작업 20개 해서 디자인 폴더에 저장해 놓는 거야.’ ‘올해 안에 디자인 자격증 하나 따는 거야.’


숙제 완료 지랄병을 시작한 것은, 어렸을 때부터 부지런함은 온몸에 배어 있었기 때문이지만, 일본 투수인 오타니 쇼헤이가 지기 관리를 위한 목표 설정법인 만다리 계획표를 마주한 2012년부터 더욱 박차를 가했었다.


그는 최종 목표를 정하고 8개의 기초 사고 목표를 잡고 나면, 각각 필요한 행동 목표를 정하였다. 그 행동목표에는 다시 실천 목표를 8개씩 정한 것이었다.


오타니 쇼헤이의 지기 관리를 위한 목표 설정법인 만다리 계획표


내 인생의 삶은 원래 이러한 행동 양식을 몸에 익히게 살아왔지만, 오타니 쇼헤이의 목표관리 설정법을 알게 된 후 나는 더욱 나의 인생 목표를 위해 박차를 가하며 살아왔다.


하루는 신랑이 물었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사니? 너의 최종 목표는 뭐니?”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나는 그냥 열심히만 살았던 것이다. 전략은 없이 전술을 위해 전투력만 키운 것이었다. 누구보다 파이팅이 넘쳤었다. 지금 내 앞에 닥친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백조가 물밑에서 허우적거리듯 살아왔었다.


나의 숙제는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숙제인지 이제는 정의를 내려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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