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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서리 Oct 01. 2020

산사에서 온갖 잡념을 비우다

부안 내소사

아직 가을인지도 모르겠지만, 아직도 여름 풀벌레 소리가 요란한다. 가을이 깊어지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겠지만. 산사에서의 가을은 좀 더 일찍 다가오나 보다. 산사를 오겠다는 마음을 가지는 순간부터 이상하게도 마음이 절로 차분히 가란 앉는 건 나의 생각하기 나름이다. 명상을 나름 오래 했건만 들이쉬고 내쉬는 숨 조차도 수월치 않는 내 숨소리마저도 고요하게 내가 스스로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산사 이거들,

일주문을 조금 지나 빽빽한 전나무 숲을 지나면 이것이 초록인지 가을의 단풍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오묘한 색깔이 나의 눈을 흐릿하고 얄궂게 만들어 버리는 갈길 이건만.

흙길을 걸어도 발바닥이 아픈 줄 모르고, 산사로 가는 길은 그 길이 비록 흙길이건 진흙길이건 간에 그 고통을 감내하고 싶은 나의 깊은 마음까지도 알아줄 수 있는 전나무 숲의 내음까지 내 숨소리에 와 닿았다.

능가산 내소사는 ‘들어오시는 분들의 모든 일이 다 소생되게 해 주십시오’라는 혜구 두타 스님의 원력에 의해 백제 때 지어진 고찰이라고 한다.

내가 반드시 불교를 믿어야만 사찰을 내 마음에 들일 수 있는 것일까. 그저 내 마음 휴식하기 좋은 장소가 바로 사찰이며, 그중 또 하나의 내 마음의 안식처가 바로 내소사이거늘.

모든 사물의 이치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물의 이치가 있듯이, 내 몸과 마음 역시 모든 움직임과 더불어 안정적인 휴식이 필요하듯이. 내 삶이 지금 그리 충분치 않더라도 마음 한구석 작은 휴식을 원한다면 내가 아끼는 고요함을 아끼는 마음으로 ‘쉼’으로 잠시 앉을 수만 있도록 하는 마음을 베풀기를 바란다.


변산반도 캠핑을 즐기며 들른 내소사 이야기와 매거진 '숲'에 나온 내소사 이야기가 겹쳐 인용과 나의 마음을 함께 써보았습니다.


<Magazine 숲 2020 September + Octo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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