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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서리 Oct 11. 2020

어떻게 무릎까지  예쁠까

내가 아이유를 기억하는 것은 2011년 방송한 드라마 ‘드림하이’에서였다. 배용준이 특별 출연했고, JYP 박진영을 비롯해서 수지, 김수현, 옥택연 등 당시 잘 나가던 춤과 노래가 되는 가수는 웬만큼 나왔던 하이틴 드라마다. 고혜미(수지), 송삼동(김수현), 진국(옥택연)의 달달 쌉쌀한 어린 사랑 이야기도 좋았고, 기린예고에 끼 많은 가수를 키워낸다는 소재도 특별해서 재미있게 시청했었다. 나는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가수 출연자로 아이유를 꼽았다. 김필숙 역을 한 아이유는 소름 끼치는 가창력의 소유자이며 명랑 만화의 외모에 순정만화의 감성을 지닌 소녀였다. 처음 출연할 때의 모습은 감수성이 예민한, 기타 치고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하는 뚱녀로 나왔었다. 그러나 회가 거듭할수록 자신이 사랑하는 제이슨을 위해 살을 뺀 아이유의 모습은 미안하지만 수지보다 예뻤다. 


아이유의 첫 연기였던 드림하이 이후 그녀는 나의 예측대로 승승장구했다. 저렇게 예쁜데, 노래는 기가 막히고, 게다가 작사/ 작곡을 전부 하는 싱어송 라이터에 연기까지 한다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TV 음악프로그램인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온 아이유를 극찬했던 유희열을 보곤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판단을 했다. 나는 그녀가 연기한 ‘나의 아저씨’를 보곤 수건 한 장씩 적시면서 울며 시청했었다. 아이유는 이젠 연기마저 물이 올랐다는 확신을 했었다. 


그런 그녀는 마음마저 예뻤다. 선행을 밥 먹듯이 하고, 소속사 직원들의 복지를 챙기며, 대한민국에 재난이나 자연재해가 생기면 일단 아이유는 선금부터 내고 봤다. 

대체 아이유는 누굴까?


어느 날 신랑과 TV를 보고 있는데 아이유가 나왔다. 그녀는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고, 순간 난 그녀의 무릎이 보였다.

“미쳤어. 어떻게 아이유는 무릎까지 예쁘지?”


내 무릎을 베고 누워있던 신랑인 한마디 거든다. 


“내가 결혼을 오십 살에 했잖아. 내 진짜 소원이 와이프 무릎 베고 누워서 깜빡 조는 거였거든. 드라마 같은데 나와서 부부가 서로 무릎 베어주는 게 세상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이었는데, 이젠 그거 할 수 있어서 난 좋다. 예쁜 무릎이 뭔지는 모르겠는데, 난 그냥 니 무릎이 좋다.”


헉! 이 남자 오늘 왜 이러지? 

오늘 내친김에 귓밥까지 파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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