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우~”
“왜 무슨 일 있니?”
“아냐, 엄마. 아무 일 없어.”
“너 돈 없구나!”
“아니라니까! 그냥 한숨이 나왔어.”
“후우우~”
“언니! 웬 한숨? 뭐 고민 있어?”
“아냐, 나이 들어서 그래. 신경 쓰지 마.”
“하아~”
“왜? 니 남편이 속 썩이니?”
“남편이 무슨 속을 썩여! 그냥 한숨 좀 쉬었다! 난 한숨도 못 쉬냐?”
“얘는 아니면 아니지, 왜 신경질을 내?”
“흐하~”
(여기저기서 수군댄다)
(갑자기 사내 메신저를 켜고 키보드 소리가 빠르게 지나간다)
‘타닥타닥 타닥.’
(회사 20년 넘게 다니면 눈 감고도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기 시작한다)
‘야야, 쟤 또 왜 한숨이니?’
‘아~~ 몰라! 너 뭐 잘못한 거 있어?’
‘아니! 나 오늘 지각한 거 때문에 팀장 열 받았나?’
‘어제 네가 보고서 늦게 내서 그런 거 아냐?’
(얘들아, 너희 때문에 한숨 쉬는 거 아니니까 메신저 끄고 일이나 하세요)
남편 앞에서 한숨이 나와버렸다.
자꾸 자기가 뭐 잘못한 거 있냐고, 혹시 자기한테 뭐 숨기는 고민 있는 거 아니냐고, 혼자 끙끙대지 말고 자기한테 다 털어놓으란다.
“여보! 당신한테 숨기는 것도, 당신이 뭐 잘못한 것도, 돈이 많지도 않지만, 막막 돈이 갑자기 없어서도, 나 혼자 끙끙대는 그리 대단한 비밀 같은 것도 없어.”
“나가서 시장 좀 봐 올게.”
그리곤 혼자 차 안에 들어가서 운전을 시작했다.
한숨 좀 실컷 쉬려고!
나는 한숨을 자주 쉬는 타입이 아니다. 그러나 그냥 한숨이 나오는 때가 있다. 누구 앞에서 한숨이라도 쉴라 치며 다들 한 마디씩 거드느라 한숨조차 내 마음대로 쉴 수 없다. 딱히 봐올 시장도 없는데, 그냥 차에서 운전하며 동네 몇 바퀴를 휘휘 돈다.
‘내 마음대로 숨 쉴 수 있는데는...딱 요만큼 밖에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