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저리 헤맨 사람의 레시피
전에 하지 않던 말을 뱉어 보고,
먹지 않던 채소도 한 번 먹어본다.
프랑스어로 부드러움을 뜻하는
명사들 중에
douceur/두-쐬어/와
mollesse/몰.레-쓰/가 있다.
mollesse는
폭신한데 나약함 옆에 앉은 부드러움을 뜻하는데
douceur는
감미로움과 완만함 옆에 선 부드러움이다.
douceur를 구글 번역기에 넣으면
영어 sweetness/단 맛을 건네는데
내가 아는 douceur는
2. 명사 (맛.향기 따위가) 독하지 않음,
부드러움, 감칠 맛이남, 순함의 mildness이다.
먹고자 하는 채소의 향이 너무 강하게 느껴져
거부감이 들 땐,
끓는 물에 살짝 데쳐도 좋지만
찜기에 올려 뜨거운 김으로 쪄서 요리하면
영양가를 지키면서 감미로운 본래의 맛과
부드러운 식감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지금 내가 쓰는 이 익숙한 언어는
너무 편리한 나머지 생각을 채 시작하기도 전에
나를 제치고 나와선 할 말을 휙 가로채 가버린다.
이전까지 내가 한국말과 맺어온 관계는
내 속에 떠오르는 말을
1. 남을 거스르지 않으려 입을 닫고
2. 1. 을 모르기 위해 알지 않으려는
시도의 연속이었어서 (슬프지만 그렇다.)
마음 속에 떠오르는 말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뱉어 보려고 애를 쓰는데,
힘 준 말이 독할 때도 있어서
뜨거운 김에 말도 하나씩 올려서 같이 쪄본다.
낯선 말을 하는 이의 조심스러움,
낯선 말을 듣는 이의 성실함으로
전에 하지 않았던 말을, 먹지 않던 채소를
부드럽게 쪄먹은 날에는
해야하는 말을 두-쐬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