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by 김헌

나는 불에 던져질 나무라,

좋은 열매 맺지 못한 나무라,

부끄러워 부끄러워 당신 곁으로 당신 가까이 살지 못했음이라,

도전과 성공의 열쇠를 쥐고도 손에서 지키지 못했음이라, 어디 쓸 곳이 있어 버려두시는지,

그냥 녹슨 탄알에 알맞은 총알받이로 사용 치도 않으시고 두려움이 큰 소명도 맡겨주지 않으시니,

하여 수염을 깎고 마음을 모아 준비하는 이런 시간이 열매 맺기 위한 첫 단추 일 것이니,

소중한 것을 소중히 지킬 줄 아는 지혜가 씨앗을 키울 것이니,

바람과 비와 햇살을 주시는 그 은총이 내게 내려오리니, 가난한 나무를 키우리니,

작고 부끄러운 시작으로 꽃이 피게 하리니,

밑동에 열매를 줄 것이리니,

좋은 열매, 사랑이 익어 향기로운 열매가 되리니.


내 목숨을 쥔 세계여, 존재자여!

내 두려움을 맡기고 내 삶을 의탁하오리니,

고백하오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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