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아, 인간아 언제 오는 거야!
사랑이 흘러넘치고, 안타까움이 담긴 이 부름에 답하고 싶다. 달려가고 싶다. 어떤 삶이 되더라도 한 사람의 삶이라고 한다. 이 삶 속에서 행복을 찾으라고 한다. 이 삶도 버리지 말라고 한다. 오! 그대, 그대 울음소리가 낮게 낮게 내려앉아 내 가슴속에서 파란 싹을 피운다. 가슴에 손을 얹으면 사랑이 만져지고 눈을 감으면 염려와 격려가 보인다. 이 모든 것이 순정한 사랑인 줄 안다. 사랑이 생성시킨 꽃향기인 줄 알겠다. 그대의 사랑을 몇 번이나 다시, 다시 되새김하기 위해 그대의 말을 거친 마음판에 새긴다.
노랗고 달콤해 보이던 민들레 꽃들도 이제 다 가버렸다. 봄이 끝났다는 슬픔보다 꽃잎 떨어진 곳, 우듬지마다 깃털 송송한 씨앗들이 둥글게 서로를 붙잡고 또 한 세계를 만들고 있다. 솜사탕이라고, 지구본이라고 불러본다. 세계는 이렇게 우리가 생각하고 인식하는 만큼 제각각 다른 의미와 이름을 가져다준다. 목표를 두고 매달리는 프로젝트나 창작과정 중에 진도가 막혀버린 일도 그렇다. 끙끙 앓아가며 매듭짓지 못하던 것들이 우연히 마주친 단어, 인식, 경험과 같은 아주 사소한 이유 하나로 단번에 완성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풀리지 않던 문제들이 예기치 못한 이유로 해결되거나 완성되기고 하고, 잘 풀려나가던 문제들이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로 인해 엉망이 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지금 내가 감당하고 있는 이 단단한 콘크리트 같은 삶의 형편도,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도, 보이지 않는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은 고단한 시간도 어떤 사소한 의미 하나로 예기치 못한 시간에, 예기치 못한 이유로 끝날 수 있다. 그러니 지례 겁을 먹고 물러서거나 앞 써서 포기할 이유가 없다.
믿음이 필요한 시대다. 종교적 믿음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가져야 하는 믿음. 가족에 대한 믿음. 동료에 대한 믿음. 무엇보다 세계는 멈추지 않는다는 것과 그 속에서 내가 존재한다는 것과 내가 존재함으로 세계가 존재하고, 내가 음직이고 있음으로 세계도 움직인다는 믿음. 그런 단호한 의지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 믿음이 나를 예기치 못한 시간에, 예기치 못한 이유로 나를 나의 자리에 데려다줄 것이다.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