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계절에 쓰는 편지

성탄 에배

by 해원

사랑하는 예수님,


눈 덮인 자락동에 조용히 어둠이 내리고 있습니다. 당신의 오심을 기리는 기쁨과 환희의 노래가 하늘과 땅 사이에 아름답게 울려 퍼지는 거룩한 저녁입니다.

건너편 집에서 갖가지 모양의 성탄절 장식들이 빨강, 파랑, 초록의 불빛들을 발산하고 있어 주변이 온통 별바다입니다.

모든 빛의 주인이신 당신께서는 세상의 기쁨을 지키는 영원한 반짝임이 되셨지만, 저는 자주 당신을 잊고 멀리하다가 불현듯, 언제나 제 안에 변함없이 계신 당신을, 처음인 듯 만나는 오늘입니다.


나의 주 예수님,

가만히 당신의 이름을 불러보다가, 어린 마음이 되어 편지를 씁니다.

올 한 해에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기쁨속에 버무려진 아픔의 해였지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손목을 다쳤을 때는 제가 얼마나 작고 연약한 존재인지를 부러진 뼈의 아픔으로 느꼈습니다. 그러자 당신은 소중한 이웃의 손길을 보내주셨습니다. 부러진 뼈가 다시 붙는 기적 같은 회복력으로 '살아있음'의 경이로움을 알게 하시고, 삶의 의지가 부러지지 않는 한 육신의 상처와 골절은 기필코 치유된다는 사실도 일깨우셨습니다.


사랑하는 주님,

당신의 사랑에 감사합니다. 가장 춥고 외로웠던 순간에 따뜻한 친구의 집을 예비해 주시고 정성 어린 보살핌을 받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일한 아시아인으로 살아가는 이국의 외딴 시골에서, 편견이 아니라 당신의 사랑을 먼저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어와 피부색을 넘어 당신 안에서 한가족이 되는 이웃들의 미소를 보게 하시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제 삶의 물음표들이 하나씩 느낌표가 되고 마침표로 향하게 하는 지혜와 건강을 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사랑하는 예수님, 화려한 장식도 요란한 잔치도 없지만, 온 마음으로 당신을 찬양합니다. 눈 덮인 고요로운 언덕에서, 순한 사슴들의 눈망울에서, 낮게 속삭이는 바람 자락에서… 어디에서나 당신의 지고한 사랑을 느낍니다. 저도 그렇게 지순한 사랑으로 당신께 다가가고 싶습니다.

어둠을 바느질해 온 제 칠십 평생의 시나리오를 빛으로 다시 써 내려가신 당신의 섬세한 필치를 사랑합니다. 갈등과 위기의 모든 순간들을 '사랑'이라는 주제로 귀결시키는 당신의 선하심을 사랑합니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부러졌던 손목뼈가 더 단단해지듯이, 제 믿음도, 사랑도, 창작의 열정도 더 견고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제가 쓰는 작은 글들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당신께로 향하는 좁은 길 하나 되기를 소망합니다.

가장 낮은 모습으로 이 땅에 오신 당신을 저도 닮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제 남은 생애가 당신의 구유와 같은 품 안에서 순한 양이 되기를 간구하며, 당신의 탄생을 온 마음 다해 찬양합니다.


자락동의 거룩한 밤에, 사랑을 담아 이 편지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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