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사람이 그랬다.
별거 아닌 일에도 덜컥 겁을 먹곤 했고, 새로운 일보다는 익숙한 일이 좋았다.
따로 머리를 쓸 필요도 없었다.
그냥 늘 하던 대로만 하면 끝났다.
부담도 없고, 내 예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는 일도 없었으니 그저 편하다는 이유 하나, 그게 다였다.
그 편안함이 내가 세상과 마주하는 유일한 방패였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세상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내 뜻대로 안 되는 일이 수없이 많았고, 처음이지만 해야만 하는 일들이 끊임없이 밀려왔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나는 실수하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물론 누구나 하는 실수였다.
하지만 나는 그러면 안 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다.
실수를 용납할 수 없는 잣대로 나를 몰아붙였고, 그 지독한 강박은 곧 나를 잠식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강박이 결국 불안까지 가져온 게 분명하다.
세상 모든 것이 다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일은 당연했고, 심지어 잠자는 일까지 나에게는 고통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내가 이 일을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나를 덮쳤다. 밤이 되면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가 마음에 자리 잡았다.
내가 마땅히 어찌할 수 없는 일에도 홀로 몸부림쳤다.
어떻게든 이 불안감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고, 결국 뜬눈으로 지새우는 밤이 많아졌다.
샤워를 하다가도 별것도 아닌 생각이 머리를 스치면 숨이 가빠질 정도로 가슴이 뛰었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처음 이랬을 때는 한참 일에 매달려 있을 때였다.
하루에 기본적으로 두 시간 정도 잤을까. 잠이 잘 안 왔고, 대충 아침 다섯 시나 여섯 시쯤은 되어야 겨우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렇게 겨우 잠에 들려고 누워있는데, 갑자기 원인 모를 불안이 나를 덮쳤다.
숨은 막혔다. 방안에 단 1분도 누워있지 못했다. 안방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괴로워하다가, 결국 무작정 밖으로 뛰쳐나갔다.
내 기억에는 아직은 찬 기운이 도는 2월의 새벽이었다.
나는 그때 반팔 반바지 차림이었다. 슬리퍼도 서로 다른 짝을 신고서 그렇게 집 밖으로 내달렸다.
해도 다 뜨지 않은 새벽,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동네 공원까지 미친 사람처럼 뛰어갔다.
왜 그랬는지 지금도 잘 기억은 안 난다. 다만 그때는 그렇게라도 안 하면, 정말 불안해서 버틸 자신이 없었다. 미친 듯한 질주만이 나를 잠시 멈추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같았다.
대충 공원 입구까지 왔을 때, 나는 겨우 멈췄다. 숨은 턱 끝까지 차올랐고, 아직 차가운 새벽바람이 땀에 젖은 피부에 와닿았다.
'이게 다 뭐 하는 건가 싶으면서 내가 진짜 미친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걸어가면서 그 새벽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맙게도 친구는 내 이야기를 끝까지 잘 들어주었다.
"이런 일이 있었는데, 내가 잠시 미쳤었나 보다"라고 했다.
친구는 조심스럽게 "정신병원에 가서 상담받아보는 건 어떠냐"라고 물었다.
나는 그냥 "잠시 그런 거다. 별일 아니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집에 들어갔을 때, 엄마가 깨어 있었다. 새벽에 문 닫히는 소리와 함께 내가 없어진 걸 보고 걱정했다는 거다.
나는 또 그냥 '별일 아니라며' 넘어가려고 했다. 그냥 오늘만 좀 피곤해서 그런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사실은 누구보다 '별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그렇게 외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