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하는 건 언제나 가장 쉬운 선택지였다.
'그냥 좀 피곤해서 그런 거다'라는 말로 스스로를 설득하며, 주말 내내 의도적으로 잠만 자보기도 했다. 혹은, '에너지 드링크 같은 걸 너무 많이 마셔서 그렇겠지'라고 단정 짓고는 아예 입에 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어쩌면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이 고통이 외부의 아주 단순하고 사소한 이유 때문이길 간절히 바랐던 것 같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심장은 이유 없이 빠르게 뛰었고, 마치 세상 모든 것이 나에게 해를 끼칠 것처럼, 주변의 모든 것이 불안해 보였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새벽 늦은 시간에 피로에 절어 잠에 들기 직전까지, 마치 24시간 내내 켜져 있는 알람처럼, 그 불안감은 나의 모든 시간을 지배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기저기를 검색해 보면, 늘 비슷한 결론에 도달하곤 했다.
“정신과에 한 번 가봐라.”, “그냥 두면 더 심해질 수 있다.” 이런 조언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나는 결국 또다시 외면이라는 가장 익숙한 방어 기제를 선택했다.
'누구나 이 정도는 하는 건데, 뭐 크게 잘못된 건 아닐 거야.'
'겨우 이 정도 가지고 병원까지 가? 내가 뭐 그렇게 아픈 사람이라고.'
'그 정도는 아냐.'
나는 스스로에게 되뇌며 끊임없이 나의 상태를 축소하고 평가절하했다.
새벽에 잠 못 이루고 옥상에 올라가 안절부절못할 때도, 내 감정을 내가 주체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아프게 상처 낼 때에도, 낯선 사람들이 가득한 곳에서 갑자기 호흡이 가빠져 패닉에 빠질 때에도, 나는 인정하기를 거부했다.
그저 "이건 잠시 피곤해서 그런 거야", 혹은 "감기 같은 거라고 생각하자"라며,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마법처럼 괜찮아질 거라고 믿고 싶었다.
그 당시에는 내가 '정신적으로 아프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두려웠다.
정신과에 다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주위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혹시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찍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은 물론이고, 나중에 취업이나 사회생활 같은 내 앞길에 혹시 불이익이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불확실하고 과도한 걱정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의 고통보다, 미래의 불이익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스스로에게 병이 있다는 사실을 끝까지 숨기고 싶었던 것이다.
이미 썩을 대로 썩은 상태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