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성(14)

by 김흑곰

남산 타워 이후로 혼자 다니는 게 좀 괜찮아졌는지 몇 달에 한 번은 혼자 멀리 나가곤 했다.


어느 날은 그냥 바다가 보고 싶었다.


아직 날이 쌀쌀한 3월

그날도 충동적으로 새벽에 갑자기 기차표를 예매했다.


아예 다른 지역으로 혼자 떠난다는 게 무서웠는지 원래 저녁에 예매했다가 걱정과 불안감에 취소를 했고 그날 새벽에 다시 나름의 용기를 내어 다시 예매를 했던 것이다.


버스를 타고 서울역에서 내려서 ktx에 몸을 실었다.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고 고민해서 인지 창문 너머 필름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들을 보다가 이내 잠에 들었다.


어느 순간 꺠어보니 강릉역이라고 방송에 잠에서 깨어났다.

신기하게도 내릴 때가 딱 되면 눈이 떠지는구나 하면서 짐을 챙겨 부랴부랴 일어났다.


역 밖은 찬바람이 꽤 불고 있었고 나는 근처에 있는 택시를 잡아탔다.


어디로 모실까요 라는 택시기사님의 질문에 나는 좀 황당하게도 "제일 가까운 바닷가로 가주세요"라고 대답했다.


기사님은 잠시 날 쳐다보시더니 알겠다면서 운행을 시작하시던 기억이 난다.


아마 좀 당황하셨던 거 같다.


택시를 타고 가는 동안 혼자 놀려왔냐 바닷가 가서 뭐 할 거냐는 둥 여러 가지를 물어보시는 게 그게 나에게는 좀 힘들기 했지만 나름 성실하게 대답해 드렸다.


도착해서 짐을 챙겨 내리고 있는데 기사님이 "아직 밥 안 먹었으면 저기로 가봐요. 저기가 잘해"라면서 이야기해 주셨다.


감사합니다라고 짧게 인사를 하고 내리는데 바다향기가 내 코와 폐를 가득하게 채워갔다.


멍하니 바라보니 아직 추워서 인지 사람들이 몇 명 없었다.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한 장 찍고 해변을 따라 걸었다.

바다.jpg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와 갈매기 소리를 들으면서 한참을 걸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안 보이기 시작하고 주위에 사람이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다시 돌아갈까 했지만 그냥 쭉 걷기로 했다.

정처 없이 걷다 보니 해군분들이 운동하는 모습도 보고 곧 캠핑장 같은 곳도 나와서 그곳에서 잠시 쉬다가 아스팔트로 올라와 길을 걸었다.


그때까지 한 끼도 먹지 못해 배가 고프기 시작했지만 해산물을 잘 먹지 않는 나로서는 들어가서 먹기 좀 어려웠다.


그냥 허기를 참으면 무작정 걷는데 저 멀리 보이는 표지판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몇백 미터 앞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


tv를 잘 보지 않는 나이지만 그 드라마만큼은 거이 매회 챙겨봤는데 여기서 촬영을 했다는 걸 그때 알았다.


뜻하지 않은 행운에 도착지가 생겼고 거기를 향해 걷기를 시작했다.

걷고 걷다 보니 어느새 도착을 하긴 했지만 아까 해변에서는 보이지도 않던 사람들이 꽤나 모여 있어서 당황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다들 서로 포즈를 취하기도 하고 드라마에서 나온 장면을 따라 하는 듯했지만 혼자는 나는 뻘쭘해서 그냥 표지판만 찍고 후다닥 도망 나온 기억이 난다.

바다3.jpg

근처 편의점에서 대충 허기를 채우고 또다시 택시를 잡아타서 중앙시장으로 향했다.


많은 인파들 속에서 한참을 먹거리와 구경거리들을 보다가 늦은 저녁을 먹고 가족들과 먹을 것들을 한 아름 사서 다시 역으로 향했다.


그날 몇 년 만에 본 바다 덕분이었는지 늦은 저녁이 돼서야 집에 와서 짐을 정리하고 피곤하다면서 그날은 꽤 일찍 잠들었던 기억이 난다.



바다2.jpg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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