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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슈맘 Dec 21. 2020

삼교대를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친정엄마의 도움!

워킹맘이 일을 할 수 있는 이유





큰 아이를 출산하고 9개월의 육아 휴직을 받은 후, 친정 근처로 이사를 했다. 

"우리 큰딸, 아이 낳으면 엄마가 봐줄게, 여자도 일을 해야 하니 걱정하지 말고 일해" 

결혼 전 친정 엄마가 무심코 했던 얘기가 현실이 되었다. 

친정 엄마도 설마, 내가 아이 둘을 그것도 6년이나 맡길지 상상도 못하셨겠지??  아마 엄마는 그 얘기를 하고 평생 나에게 코 껴서 손주들을 봐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옛날에 이런 말이 있다

"아기 볼래? 논맬래?

당연히 논을 매겠다고 하겠지.. 손주 봐주는 공은 없다지만, 우리 엄마는 6세, 4세 손주들을 태어났을 때부터 봐주고 계신다. 내가 삼 교대를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공신은 바로 우리 친정엄마다!  첫아이를 맡겼을 때 100만 원을 드렸고, 둘째를 낳았을 때도 임금 동결이다.  사실 더 많이 드리고 싶었으나,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내  동기들 중 아이들을 낳고 일하는 간호사는 없다. 대부분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서 지금은 쉬고 있는 "유휴간호사"들뿐이다. 






"엄마 우리 둘째도 봐주면 내가 월급 올려줄게" 자신 있게 말했지만, 아이가 둘이니 돈 들어갈 일이 많았다.

때로는 친정엄마와 트러블이 생길 때가 있었고, 그래서 아이를 봐줄 시터를 알아본 적이 있었다.

아이가 둘이니 가격이 두 배, 게다가 나는 삼교대 근무를 하기 때문에 상주 시터를 써야 했는데, 비용은 250만 원이란다. 250만 원 주고 아이를 맡길 생각이라면, 그냥 일을 안 하는 게 낫겠더라. 


6년째 임금 동결! 힘들게 아이 봐주시는 친정엄마께 더 해드리고 싶지만, 항상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그러나 염치없지만.. 초등학교 때까지 봐달라고 부탁드렸다. 엄마가 있기에 내가 있다. 항상 고맙고 사랑하는 마음뿐이다. 






"아니 내가 예전부터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혹시 그 집 아빠는 일 안 해요?"

큰 아이가 11개월부터 어린이집을 보내기 시작했다. 아이를 친정 엄마가 봐주시긴 했지만, 너무 힘들어하셔서 조금 일찍 보내게 되었다. 초보 맘이기도 했고, 직장맘이라서 어린이집 엄마들과 교류할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가 차츰 인사를 하고 지냈고, 어느 날 한 엄마가 물었다.



우리 신랑이 백수인 줄 알았단다. 보통의 아빠들이라면 아침 일찍 출근, 저녁 늦게 퇴근을 하니 아이 어린이집 등 하원을 하기 힘들지만, 우리 신랑은 삼 교대를 했기 때문에 등 하원을 많이 시키기도 했고, 평일 쉬는 날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다니는 것을 몇 번 보았단다.

그 자리에서 한참을 웃었다. 다들 우리 신랑이 백수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긴 나라도 그렇게 생각하겠다. 남들 다 일나가는 평일 낮에 동네를 어슬렁 거리니.. 그럴 수밖에. !  우리 신랑은 간호사는 아니지만, 삼교대 근무를 하는 회사를 다닌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공동육아가 가능하고, 친정엄마, 나, 신랑 이렇게 셋이서 육아를 부담하고 있다. 등 하원도 물론 세명이 번갈아 가면서 하고 있다. 


부부가 삼 교대를 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떤 달은 한 달에 밥을 같이 먹는 날이 3-4번 밖에 안된다. 얼굴을 아예 못 보는 날도 있다. 어쩌다 오프(쉬는 날) 이 겹치면 무조건 아이들을 데리고 나들이를 갔었는데 지금은 코로나가 터져서 그마저도 쉽지 않다. 


우리 부부가 교대 근무를 하지만, 아이가 하나였을 때는 제법 여유가 있었다. 내가 쉬는 날에 맞춰 신랑이 연차를 써서 놀러 다니기도 했다.  우리는 주말보다는 평일날 대부분 쉬기 때문에 주말에 어디 나가는 일은 낯선 일이다. 주말에는 사람도 많고 주차하기도 힘들어서 거의 평일에 다니곤 했다. 생각해 보니 내 삶이 매우 평범하다고 생각했는데, 또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내가 이브닝 근무 인날 (오후 1시 출근 밤 10시 퇴근)

신랑이 쉬거나 아침 근무이면, 4시쯤 아이들을 하원 시켜서 친정에 데리고 가서 저녁을 먹고, 집으로 데려와서 씻기고 워크북 풀고, 유치원 숙제도 하고 그렇게 육아를 담당한다.





무슨 007 대작전도 아니고....

"한 명이 삼 교대하는 것도 힘든데, 부부가 삼 교대를 한다고? 그게 가능해요?

"네~!!! 가능하더라고요. 친정엄마 도움이 있다면요"

주변 사람들은 말한다.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는 게 정말 행복한 일이며, 복받은 거라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자상한 신랑과, 손주들을 끔찍이도 사랑하며, 큰딸인 나를 무척이나 아끼는 우리 엄마, 나는 아마 전생에 나라를 구했을까 싶다.

나만 일을 그만둔다면... 우리 친청 엄마도 조금은 편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다가도 커리어를 쌓고 싶은 욕심에 쉽게 일을 놓을 수가 없다. (금전적인 것도 그렇고) 

삼일 오프(쉬는 날)을 받았고, 오늘이 오프 둘째 날, 사실 일하는 엄마는 아이들과 집에서 하루 종일 북적거리는 게 힘이 들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엄마의 쉬는 날을 얼마나 기다렸을까?


"엄마, 오늘 저녁에 일나가?

"내일 아침에 눈뜨면 엄마 없어?

"아니야 오늘은 엄마 쉬는 날이야"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엄마인 내가 특별히 무언가 해주지 않아도 같이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한가 보다. 블로그에 글이 쓰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했지만, 큰 아이가 노트북을 안 했으면 좋겠다는 말에.... 계속 기다리다가 아이들이 아빠와 만화 영화를 보는 사이에 후다닥 브런치 글을 마무리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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