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픈 사람을 돕는 백의의 천사가 되고 싶어요. 어릴 때부터 남을 돕는 직업을 가지고 싶었고, 평생 헌신하며 봉사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할 줄 알았다면 오산.......
사실 나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꿈이었다. 교사라는 직업이 멋져 보였다. 그러나 현실은...? 성적이 형편없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려면 교대에 가야 하는데, 터무니없는 성적이었다. 게다가 나는 수포였다. 나름 상위권.. 반에서 10등 안에 드는 성적,이었으나 현실을 깨닫고, 교사가 되는 것은 포기했다. 그러다가 내가 미술에 소질이 있다는 걸 알았다.
"엄마~ 내가 미술에 소질이 있는 것 같은데 혹시 미대 가는 건 어떨까?"
친정엄마 왈
"미대는 무슨, 나중에 취업하기도 힘들다고 하더라, 너한테는 간호사가 딱이야, 공부 조금 더 해서 간호대학 가자. 간호사 가면 취직도 잘되고, 여자 직업으로서 괜찮다고 하더라."
아.. 그렇구나, 간호사가 취직도 잘 되고, 여자 직업으로 괜찮구나.! 나는 엄마 말 잘 들으니까, 엄마가 하는 대로 해야겠어.
진짜 어이없고, 웃긴 일이지만 취업이 잘되고, 여자 직업으로 인정받는 직업이라고 엄마에게 설득을 당해서, 간호대에 가게 되었다. 물론, 그 이후로 "간호대"에 가기로 결정하면서, 간호사라는 직업이 꾀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고 3 한참 공부하던 시절, 친한 친구와 함께 인하대병원에 찾아가서 간호사 선생님들에게 같이 사진 찍고 싶다고 부탁을 해서, 사진을 찍었던 적도 있었다. 그 사진을 인화해서 책상 위에 붙여 놓고 진짜 열심히 공부했다.
사실 나는 머리가 좋지 않은 사람이다. 초등학교 때는 구구단을 못 외워서 엄마에게 많이 혼나기도 했고, 시험기간에 남들이 공부하는 것에 두세 배는 열심히 해야 겨우 성적이 나올 정도였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버스에서 영어 단어장을 가지고 다니며 외웠다. 그래서 겨우 간호대에 가게 되었다!
간호대에 들어갔다.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었다. 이것은 정말 천직 같았다. 병원 실습 나가는 것도 재미있었고, 수업도 전부 재미있었다. 1학년 때는 장학금도 탔고, 교직 이수도 할 수 있었다.
교직 이수란?? 반에서 상위권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조건으로, 나중에 보건교사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 교직이수를 하게 되면, 초등학교 보건실 실습도 나가고, 아이들에게 보건교육도 할 수 있다.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간호대를 졸업했고, 졸업식을 하기 전에 대학병원으로 취직이 되어 버렸다.
나의 첫 직장은 서울에 대학병원이었다. 집에서 첫 차를 타고 60분을 가야만 했다. 그렇게 삼 년을 다녔다. 분명히 학생 때는 간호사가 천직 같았고, 세상 내가 제일 똑똑한 줄 알았는데, 막상 취업을 하고 현실에 닥치니 내가 생각한 것과는 너무 달랐다.
나는 신생아 중환자실이라는 특수 부서에서 일을 했는데, 그 한정된 좁은 공간에서, 신규 간호사는 여유가 없었다. 힘들었다. 매일 출근하는 길이 "도살장 끌려가는 소" 같았다
" 아 진짜 차라리 교통사고가 나면 좋겠다.
" 전철이 뒤집히면 좋겠어"
" 내일은 눈이 안 떠졌으면 좋겠어"
가끔 TV에서 대학병원 간호사들이 자살했다는 기사를 보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너무 이해가 되더라..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 우리나라 간호사 처우 개선은 언제 될 것인가.. 참 안타깝더라. 나를 집중적으로 태우던(괴롭히던) 선배는, 교묘하게 내 동기를 이뻐하면서 나를 미워했다. 근무 표를 보며 하루하루 애간장을 태우고, 그 선배랑 근무를 같이 하는 날에는 정말.. 아침이 오지 않았으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