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말 듣고 있는지?
아이는 가끔, 나를 멈춰 세우는 질문을 던진다.
아이: “엄마, 왜 대충 살면 안 되는 거야?”
나: “음… 왜냐면… 왜냐면 말이지…”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아서,
종이를 꺼내 펜을 들었다.
그리고 설명을 시작했다.
나: “난자에 수많은 정자 중 하나가 골인해서
엄마가 되었고, 아빠가 되었어.
엄마와 아빠는 건강하고 씩씩하게
무사히 어른이 되었지.
그리고 엄마 주변에는 많은 남자들이 있었어.
철수, 민수, 광수, 민국이… 등등등.”
괜히 이름이 점점 늘어나는 건…
설명하는 내가 슬슬 신이 나서였다.
나: “아빠 주변에도 많은 여자들이 있었단다.
영희, 숙희, 순이… 등등등.
그런데도 엄마와 아빠는 운명처럼 만났고,
서로를 알아봤고, 사랑했고, 결혼을 했어.
심지어… 예쁘고 귀여운 널 낳았지!
이렇게 우리는
수많은 인연과 운명과 어려움을 헤치며
여기까지 살아온 거야.
수만 번의 기적이 차곡차곡 모여
지금의 내가 된 거지.
그렇게 많은 기적들이 모여 이뤄진 우리인데,
대충 살면… 너무 슬프지 않을까?”
나는 꽤 진심이었다.
그런데 아이는
내 말보다
내가 설명하느라 그린 정자와 난자 그림이
훨씬 더 재미있었나 보다.
동그란 난자 하나,
올챙이 같은 정자 수십 마리.
그게 너무 웃기는지
아이는 그 그림만 계속 따라 그리며
연신 꺄르르 웃었다.
내 말은…
귀에 들어가지 않는 얼굴이었다.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그 그림이 뭐가 그리 웃기는지.
그런데 뭐,
너만 웃으면 된 거지 뭐~
유뉴의 물음 덕분에
나는 오늘,
자신을 한 번 더 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내일을
조금 더 반듯한 마음으로 시작해 보자고,
새롭게 다짐했다.
나는 오늘도
아이에게서 배운다.
대답을 잘하는 엄마가 되기보다,
아이의 질문 앞에서
진짜로 살아 있는 어른이 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