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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들멘 Apr 01. 2023

얘깃거리 - 관계1

나도 얘기하고 싶어 22

01. 거울 

   

(1) 화자의 방은 비가 휩쓸고 간 자리마다 곰팡이가 피어나더는 살기 힘든 곳이 되었습니다

(2) 그 방을 떠나면서 거울로서 기능을 상실했으나 가족과의 유일한 연결고리라고 여기는 축 개업’ 거울을 떼어가려고 했지요

⇒ 가족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는 잊지 못할 물건이 있다면 이야기해보세요.  

                  

출처 : pixabay

비가 휩쓸고 지난 자리마다 곰팡이가 피어났다. 방은 더는 살기 힘든 곳이 되었다. 방을 떠나기 전, 나는 ‘축 개업’ 거울 앞에 섰다. 곰팡이로 뒤덮여 이미 거울로서 기능을 상실한 거울. 그러함에도 가족과 연결된 유일한 물건이라는 생각에 나는 거울을 떼어가려고 했다.

고지숙, ‘축 개업’ 거울, The 수필 2019 빛나는 수필가 60, 북인 (p24)


02. 회상     


(1) 화자는 수술 후 잠자고 있는 남편을 보며 아픔을 걷어내고 일어나 함께 어려움을 견디며 손잡고 걸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합니다

(2) 그리고 자신의 손을 잡은 남편의 손이 그의 마음처럼 따듯하다고 합니다

⇒ 소중한 사람의 존재에 대한 고마움이나 감사함을 느낀 적이 있나요?                    


푸른 빛을 잃지 않고 겨울을 나는 나무처럼 아픔을 걷어내고 일어나 힘차게 내리막길도 오르막길도 손잡고 걸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동이 트는지 동창이 희부옇다. 그 사이 간호사가 주사를 놓고 갈 때 잠시 눈을 뜨더니 내 손을 꼭 잡고 두벌잠이 들었다. 그의 마음처럼 손이 따듯하다. 

함순자, 손등에 그려진 이력서, The 수필 2019 빛나는 수필가 60, 북인 (p29)


03. 배려     


(1) 화자는 할아버지의 거짓말 속에서라도 그의 딸을 살려두고 싶어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지요.

(2) 그녀가 있다고 하는 슬픈 거짓말 속의 미국으로 진료 의뢰서라도 보내고 싶다며 할아버지의 비애를 따듯하게 감싸고 있습니다

⇒ 여러분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여 알고도 모른 척했던 경험이 있다면 말해보세요                    

출처 : pixabay

나는 강 할아버지께 강 선배님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당신의 거짓말 속에서라도 따님을 계속 살려두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강 선배님이 계신다는, 그 슬픈 거짓말 속의 미국으로 진료 의뢰서라도 한 장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곽재혁, 처방전, The 수필 2019 빛나는 수필가 60, 북인 (p88) 


04. 유리창 글     


(1) 화자는 어느 가게 유리창에 붙어 있는 신혼여행 갑니다갔다 와서 정상 영업합니다라는 메모를 보고 발길을 멈췄습니다

(2) 주인장의 애교스러운 대화법에 가던 길을 쉬 가지 못하고 다시 글을 읽고 가게 안도 들여다보았다고 합니다

⇒ 자신만의 독특한 대화법이 있다면 소개해 보세요.                    


걸음을 멈췄다. 눈길을 잡은 것은 가게 유리창에 붙여진 메모였다. ‘3월 8일부터 3월 16일까지 신혼여행 갑니다. 3월 17일부터 정상 영업합니다. 죄송합니다.’ 가게를 닫게 된 주인장의 이런 사정을 보자, 싱긋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 그래도 가던 길을 쉬 가지 못하고, 다시 글을 읽고 유리창에 얼굴을 바짝 붙여 집의 내부를 살펴보았다. 

박영란, 자기 서술법, The 수필 2019 빛나는 수필가 60, 북인 (p35)


05. 패잔병 


(1) 덩치가 큰 직박구리에 밀려 작은 동박새는 다급한 날갯짓으로 후다닥 뛰쳐나왔습니다

(2) 화자는 그런 동박새를 결국 원래의 보금자리를 떠나 패잔병처럼 축 처진 날갯짓을 하며 어디론가 가버렸다라고 표현합니다

⇒ 세상을 살면서 힘에 밀려 어쩔 수 없이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행동한 경험이 있나요?                    

출처 : pixabay

갑자기 동백 숲이 요란하다. 새들의 울음이 격하게 섞이더니 동박새가 다급한 날갯짓을 하며 후다닥 뛰쳐나온다. 몸집이 큰 새 한 마리가 요란한 소리로 뒤를 쫓고 있다. 직박구리다. 녀석은 동박새를 매정하게 몰아붙이는 중이다. 쫓기던 새는 앉기를 포기하고 먼 데로 날아가 다른 나뭇가지에 앉았다. 그렇게 한참을 바라만 보고 있더니 체념한 듯 패잔병처럼 축 처진 날갯짓을 하며 어디론가 가버렸다.  

박금아, 동박새, The 수필 2019 빛나는 수필가 60, 북인 (p41)


06. 소통     


(1) 화자가 무언가를 찾으려고 그 물건 어디 있어?’라고 물으면 그의 아내는 거기라고 대답한다고 합니다

(2) 화자의 아내가 거기라고 할 때는 장소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 화자가 찾아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전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 여러분도 배우자 또는 가까운 사람과만 자주 써서 통하는 독특한 말이 있다면 말해보세요.

                  

‘거기’라는 말만 듣고 화장대 위에서, 또는 장롱의 서랍을 열어서 물건을 찾아내는 내가 용하기도 하다. 아내가 ‘거기’라고 할 때는 장소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찾아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전한다. ‘거기’는 언어가 아니고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신비로운 끈이다.

이동민, 거기, The 수필 2019 빛나는 수필가 60, 북인 (p90) 


07. 나이와 변화     


(1) 나이가 든 여성들이 모여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여러 변화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습니다

(2) 그녀들은 서로서로 자신이 겪고 있는 증세를 말하면서 신체 변화의 심각성을 토로했지요.

⇒ 나이가 들면서 어떤 신체적 또는 정신적 변화가 느껴지는지 이야기해보세요.                    

출처 : plxabay

살구나무 꽃그늘 아래 ‘정숙한’ 아낙 다섯이 모였다. 이미 폐경이 됐거나, 곧 폐경을 앞둔 여자들은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여러 변화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후끈 달아오른다는 여자, 잠이 안 온다는 여자, 자고 일어나면 흠씬 두들겨 맞은 것처럼 삭신이 쑤신다는 여자, 피부에 기름기가 쪽 빠졌다는 여자들이 서로 증세의 심각성을 토로했다. 

송혜영, 누가 순수한가, The 수필 2019 빛나는 수필가 60, 북인, (p112)

 

08. 믿음     


(1) 화자는 “P 교수가 말없이 일깨워준 소중한 믿음을 가슴에 품고서 사회의 첫발을 내디뎠다라고 합니다

(2) 그 믿음은 우리는 그저 목석이 아닌 사람들과 더불어 산다는 지극히 평범한 것이지만 인생을 살아가는데 헤아릴 수 없는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 누군가로부터 믿음을 받았거나또는 누군가를 믿어줬던 적이 있나요?                    


나는 P 교수가 말없이 일깨워준 소중한 믿음을 가슴에 품고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 믿음이란 대단한 게 아니었다. 우린 목석이 아닌 가슴을 지닌 사람들과 더불어 산다는 지극히 평범한 것이었다. 삶이라는 수많은 존재의 모험 속에서, 그 믿음이 앞으로 얼마나 내게 큰 도움이 될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

정희승, 위대한 실험, The 수필 2019 빛나는 수필가 60, 북인 (p129)


09. 염라대왕     


(1) 業鏡은 사람이 죽으면 염라대왕이 그의 죄를 비추어 보는 거울입니다

(2) 화자는 冥府에서 출두하라는 전갈을 받고 판관(염라대왕)을 만났을 때 불꽃 모양이 조각된 業鏡을 봤다고 합니다

⇒ 여러분은 저승에 가서 염라대왕을 만난다면 이승에서 어떤 유형의 사람이었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가요?           

나는 惡業만 까발려서 얼렁뚱땅하는 판관도 많다는 소문을 들었기에 판관의 입을 주시했다. 판관은 판결문을 낭독하지 않고 나를 곁으로 오라는 손짓을 했다. 불꽃 모양이 조각된 거울을 보여주었다. 業鏡이었다. 업경은 생전의 과보가 낱낱이 되비치는 거울이다. 

박흥일, 업경, The 수필 2019 빛나는 수필가 60, 북인 (p130)


10. 무덤덤

   

(1) 화자는 나이가 든다는 건 웬만한 일에 흔들리지 않고 무덤덤해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2) 그래서 생의 봄이 지나가 버리니 예전에는 싫어했던 들뜨고 어수선한 봄날이 좋아지고흔들리지 않으니 오히려 흔드는 게 그립다고 합니다

⇒ 여러분에게 나이가 든다라는 건 어떤 의미일지 이야기해보세요.        

출처 : pixabay

이제 지진이든 이별이든 오해든 상처든 겉으로야 그리 흔들리지 않는다. 잠깐 휘청대다가 큰 숨 한번 쉬고 나면 제자리에서 멀리 벗어나 있지 않다. 생의 봄이 지나가 버리니 오히려 들뜨고 어수선한 봄날이 좋아지고, 흔들리지 않으니 흔드는 것이 그립다. 평정심이 덜 익은 탓이라도 상관없다. 

추선희, 불어라, 봄바람, The 수필 2019 빛나는 수필가 60, 북인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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