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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들멘 Apr 05. 2023

얘깃거리 - 관계6

나도 얘기하고 싶어 27

51. 발자국

    

(1) 요즘 글쓰기의 동력을 존재의 허망함 혹은 외로움에서 찾고 있는 화자의 뇌리에 오스텅스 블루의 짧은 시가 멤돈다고 합니다

(2) 시인은 너무도 외로워 뒷걸음질 치며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본다라고 표현합니다

⇒ 여러분은 외로움을 느낄 때 벗어나려고 하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나요?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오스텅스 블루의 짧은 시가 요사이 자꾸 뇌리를 맴돈다. 눈앞의 공허를 맞닥뜨리기보다 지나간 발자국이라도 돌아보는 일이 그래도 덜 외로운 일일까.

최민자, 다시 외로움에 대하여, The 수필 2023 빛나는 수필가 60, 북인 (p68)


52. 젊은 사람들의 언어

   

(1) 화자는 예전에는 듣도 보도 못한 말들이 쏟아져나오는 홍수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마치 미적분처럼 언어를 풀어내야 한다고 합니다

(2) 섞이고 섞인 언어의 잡탕밥에서 수저질이라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거지요

⇒ 여러분은 젊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나요.                    


슬슬 간 보자면, 치느님, 이생망, 소학생 정도는 애교다. (…) ㄱㅇㄷ이나 ㅈㅂㅈㅇ와 같은 초성체 또한 해독을 요하는 난수표와 다를 바 없다. (…) 그들과 통하려면 미적분처럼 언어를 풀어내야 한다는 결론이다. 광화문 광장의 대왕, 세종께서 대노할 행태 아니랴.

문경희, 카노스적 생존기, The 수필 2023 빛나는 수필가 60, 북인 (p113∼114)


53. 모른 척하기

   

(1) 너덜너덜해진 운동화를 신고 초췌한 모습의 오십대 후반 남자가 교회에 와 기거하며 건강도 회복하고 교회 일을 했습니다

(2) 어느 날 그는 슬그머니 교회를 떠났는데저자는 그가 교회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합니다

⇒ 여러분은 자신도 모르게 또는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을 모른 척한 적이 있나요?   

그러다 문득 그가 교인들의 이런 수군거림을 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지 않고서는 며칠 안에 나올 영주권을 포기하고 이렇게 무작정 사라진 것을 설명할 수 없었다. 분명히 그랬을 것 같다. 자신 때문에, 아이들을 교회에 보내기가 무섭다고 불평하는 소리를 듣고 그는 떠나기로 했을 것이다. 운동화 끈을 고쳐 동여매고 안전하지 않은 그 거리로 다시 발걸음을 내디뎠을 것이다.

허경옥, 운동화, The 수필 2023 빛나는 수필가 60, 북인 (p140∼141)


54. 다름

   

(1)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전적으로 맞다라고 확신할 뿐 그렇지 않다는 가능성은 닫아 둔 체 상대가 틀렸다라고 합니다

(2) 화자 역시 이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 여러분은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다름을 인정하는 편인가요아니면 내 주장을 강하게 펼치는 편인가요?

     

그저 나이가 들었을 뿐, 미숙했던 두 남녀는 맞닥뜨린 상황을 자기식으로만 판단하고 해석하려 앴다. ‘자신의 생각이 전적으로 맞다’라는 확신만 있을 뿐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은 닫아 둔 체, 상대가 틀렸다고 고집했다. (…)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다른 건 다를 뿐인데, 다른 걸 틀렸다고 여겼다. 이 왜곡된 생각을 바로잡고 받아들이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김경혜,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The 수필 2023 빛나는 수필가 60, 북인 (p150)


55. 생의 포기

   

(1) 화자는 의지와 상관없이 지각과 인지가 소멸해가면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혼란스럽다라고 합니다

(2)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 역으로 늘 넉넉한 웃음으로 세상을 안아줬던 배우가 실제로는 루이소채 치매라는 퇴행성 뇌 질환을 앓다가 스스로 생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 여러분은 키팅 선생’ 역을 하는 배우의 선택이 이해되나요?

[선택1] 이해하지 못한다병이 아무리 심해도 그걸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순응해야 한다

[선택2] 이해한다무의미한 삶이라면 미약한 의지라도 남았을 때 생사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질병은 우리를 좌절시킨다. 특히 의지와 상관없이 지각과 인지가 서서히 소멸해가는 질병 앞에 서면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망연자실하게 된다. 그저 또 하나의 과정처럼 받아들이며 순응하는 것이 옳을 것인지, 미약한 의지라도 남았을 때 생사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옳은지 혼란스럽다.

안춘윤, 나비가 되려나봐, The 수필 2023 빛나는 수필가 60, 북인 (p255)


56. 공무원

   

(1) 화자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에 남편의 새로운 주민등록증이 발급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2) 주무관은 사망한 남편의 주민등록증은 내줄 수 없다고는 했으나 가슴이 미어져 무너져내린 화자에게 캔디 두 알을 주면서 따뜻하게 위로했다고 합니다

⇒ 여러분도 주민센터에 종종 갔을 텐데 거기에서 보았던 공무원들에 대한 인상을 말해보세요.            

불규칙하게 잦아들던 남편의 숨은, 더는 견디지 못하고 기어이 멎고 말았다. 며칠이 허둥지둥 가고 그런 와중에 주민등록증이 발급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 더는 소용이 없어진 남편의 주민등록증, 손안에서 그가 도리질하며 반짝거렸다. (…) 황급히 다가온 주무관이 음료 권하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리며 손에 무언가 쥐어졌다. 캔디 두 알이었다.

김용순, 청포도 맛 캔디 두 알, The 수필 2023 빛나는 수필가 60, 북인 (p160)


57. 생존 기계

   

(1) 1976년에 발표된 이기적 유전자에 의하면 암컷 사마귀의 이기적 행동이나 일벌의 이타적 행동 모두 이기적 생존본능의 발로라고 합니다

(2) 각각의 개체는 이기적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해 움직이는 생존 기계에 불과하다는 거지요

⇒ 도덕적 가치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도 역시 마찬가지라고 하는데여러분의 의견은 어떤지 말해보세요.

                 

암컷 사마귀의 이기적 행동과 일벌의 이타적 행동을 우리는 인간적 도덕적 가치로 판단하여 악과 선의 양극단에 갈라놓는다. 그런데 이 이유를 통합할 하나의 해답을 준 이가 있다. 리처드 도킨스가 1976년 발표한 『이기적 유전자』에 의하면, 우리 각각의 개체는 이기적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프로그램되어있는 ‘생존 기계’에 불과했다. 개체가 보이는 이기적이나 이타적 행동들은 다만 유전자 입장에서 이기적 생존본능에 의해 나온 행동이란다.

김정애, 암사마귀와 일벌, The 수필 2023 빛나는 수필가 60, 북인 (p163)


58. 시누이

   

(1) 화자의 어머니가 살아도 산목숨이 아니던 시절에 한 줄기 빛이 되어준 사람이 그녀의 시누이였다고 합니다

(2) 새 인생을 시작할 수도 있었던 시누이는 버는 족족 친정에 보탰고다녀갈 때마다 집안이 번듯해져 사람 사는 티가 낫다고 합니다

⇒ 여러분이 살면서 도움을 받았거나 도움을 줘서 한번은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야기해보세요.

             

땅 한 뙈기도 없는 나에게 하늘은 너무 가혹했다. 살아도 산목숨이 아니던 시절이었다.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고 여겼을 때 한 줄기 빛이 되어준 게 시누이였다. (…) 배다리에서 생선 장사를 시작한 시누이는 버는 족족 친정에 보태었다. 덕분에 소와 산과 전답이 생겼다.

유현주, 개망초, The 수필 빛나는 수필가 60, 북인 (p188)


59. 나 하나

   

(1) 화자는 하천 징검다리를 건너다 헛디뎌 다리를 다쳤고 달포 동안 고생했다고 합니다

(2) 그런 과정에서 의사나 아내자식 그리고 친구들과 대화했으나 그 누구도 내가 겪는 통증을 고통을 완전히 이해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 여러분은 어려움을 겪을 때 다른 누군가가 내 마음처럼 나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이렇게 달포 동안 맞서거니 어르거니 하면서 곁에 두었던 통증이 어느 순간 성질을 죽이면서 퇴각하고, 나는 겨우 일상을 회복했다. 하지만 그 통증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얼굴을 감추기는 했으나 마음으로 전이되어 내 의식 한구석에 공포와 외로움으로 잠복하고 있다. (…) 누구나 자신의 통증과 그 고통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고 누구와도 나눌 수 없다.

신재기, 통증 언어학, The 수필 2023 빛나는 수필가 60, 북인 (p245∼246)


60. 남 탓

   

(1) 화자는 자신의 판단 잘못과 정보 부족으로 인해 한밤중에 2시간 이상을 헤맸다고 합니다.

(2) 그런데도 엉뚱하게 다른 사람을 탓하며 마음대로 열불을 내서 부끄러운 마음이라고 합니다.

⇒ 여러분도 무언가 잘못되면 앞뒤 가리지 않고 남 탓을 하는 스타일인가요?

[선택1] 앞뒤 가리지 않고 다른 사람을 탓하는 경향이 크다.

[선택2] 신중하게 살펴본 후 책임을 따지는 스타일이다                    


노선이 변경되었다는 거를 알고 나니 그때 버스 안에서의 모습이 이해되었다. 차를 내리려고 앞쪽으로 가면서 보니 꽤 많은 승객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편안하게 눈을 감고 있었다.

2시간 이상을 한밤중 길거리에서 헤맨 건 순전히 나의 판단 잘못과 정보 부족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엉뚱하게 남 탓을 하고 마음대로 열불을 냈으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쥐구멍이라도 찾아야겠다.

김학서, 삶의 온도는 따뜻한가요? 2022.9.22. 낙서당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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