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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꿈 Aug 02. 2021

8화. 시골 분교에 등교한 소녀

그해 여름 못다 한 이야기



서울에서 학교에 다니던 소녀가 모래톱 마을에서 당분간 지내게 되어 시골 분교에 등교하였다. 아이들은 서울에서 내려온 소녀에게 무척 관심이 많았다.


티나무 밑 어귀에서 마을 출입이 제지됐다가 마을로 들어올 때 아이들이 목을 빼고 쳐다봤던 그 소녀가 마을 분교에 등교하였다. 시골 아이들은 서울에서 내려온 소녀에 대해 알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서울에서 시골의 작은 분교에 온 소녀가 어떤 느낌을 받고 있는지, 모래톱 마을에서의 며칠간은 어떻게 지냈는지 등 궁금한 것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또, 서울에는 역병이 크게 번지고 있어 조기방학을 했을 정도라니 그런 것에 대해서도 묻고 싶었다. 전날에 위탁 교육을 부탁하기 위해 서류 제출로 소녀는 부모님과 함께 분교에 온 적이 있었으나 오늘 등교해보니 교사(校舍)는 나지막한 건물 두 동으로 되어 있었다. 소녀는 어제 선생님께서 일러주신 대로 현관에서 신발을 벗어 신발장에 넣고 복도를 따라 2층에 있는 교실로 올라갔다. 이른 아침인데도 아이들 몇몇이 벌써 교실에 와 있었다. 장난꾸러기 남학생들은 며칠 전에 마을 어귀에서 본 아이라면서 먼저 아는 체를 하였다. 그때 단이가 들어왔다. 소녀는 단이를 반갑게 맞았다.

"단이 안녕!"

"안녕!" 단이도 인사를 했다. 옆에 있던 석이는 두 사람이 서로 아는 사이처럼 인사하는 것을 보며 한마디 했다.

"너희들 서로 아는 사이야?"

"응, 어제 강나루에서 본 적이 있어."라고 소녀가 대답했다.

"야, 빠르다 빨라 벌써 인사를 나눈 사이라니···."라고 하며 친구들이 부러워하기도 하고 놀리는 듯하며 다들 관심이 많은 눈치였다. 그때 담임선생님께서 들어오셔서 자리를 정해주며 말했다.

"은설이는 맨 뒤쪽에 비어 있는 단이 옆에 앉아 있어라. 아이들 모두 등교하면 자기소개는 조금 있다가 나중에 하고···."

아이들은 단이와 소녀가 앉아 있는 자리로 우르르 몰려갔다. 여자아이들은 재잘거리며 이것저것 관심을 보이며 묻기도 하고, 오랜만에 본 원피스가 예쁘다며 부러움을 표시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때 학교 종소리가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는 것을 알렸다.

"땡! 땡! 땡!"

종소리가 조용하고 나지막한 학교 운동장 주변을 맴돌다가 멀리 강나루로 퍼져나가는 모양이 강물의 파문처럼 눈에 보이는 듯했다. 어제 집에 머물며 땡땡땡 학교 종이 울리는 소리를 듣기도 했었다.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 마을이라 그런지 학교 아이들 노는 소리나 종소리가 마을에 들리는 것이 신기하였다. 며칠밖에 되지 않았으나 시골 생활은 느긋하고 여유가 느껴졌다. 도시에서는 늘 빨리빨리 하도록 재촉하기도 하고 급하게 서두르는 생활에 익숙한 것이 언제나 좋은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느린 삶이나 생활을 잠깐 겪어보니 세상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하고 이것저것 깊이 생각할 여유를 주어 좋았다.


아침에 하는 조례 때 담임선생님이 들오셔서 함께 공부할 새 친구가 왔으니 자기소개를 들어보자고 했다. 그러면서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이 다 알고 있는 소녀의 시골 생활의 자초지종을 간단히 정리해서 말씀해주셨다. 선생님의 말씀이 끝난 뒤에 소녀는 연분홍빛 원피스를 단정히 차려입고 칠판 앞에 나가서 인사말을 했다.

"새 친구들을 만나서 반가워요. 서울에서 내려와 여러분들에게나 마을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려 미안합니다. 시골 풍경이나 마을 아이들이 너무 좋고 무엇보다 강나루와 모래톱 마을이 마음에 듭니다. 이곳에서 태어나 자라며 공부하는 여러분들이 무척 부럽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좋은 친구가 되도록 노력할게요."라고 예의를 갖추어 짧은 인사말을 하고, 아이들의 환호와 큰 박수도 받았다.


시골에 있는 작은 분교라 그런지 한 학년에 한 학급씩만 있었다. 6학년 교실은 2층 복도 끝자락에 있었는데 매우 조용했다. 학교 울타리는 대나무 숲으로 둘러쳐 있어서 아담한 느낌을 주었다. 산등성이에 있는 학교 복도의 창가에 서서 아래쪽을 내려다보면 대나무 숲 너머로 강나루가 한눈에 들어오고 신비스러운 섬도 안개에 휩싸여 흐릿하게 보였다. 


서울에서는 역병이 퍼져 학교가 조기방학에 들어갈 정도였으니 아이들끼리 어울리는 것이 금지되었지만 이곳 분교는 아직 그러지는 않았다. 소녀는 어제 마을 앞 강나루에서 우연히 이를 만났다. 소녀는 서로 인사를 나눈 단이와 헤어지기 전에 신비스러운 섬에 관한 이야기를 고 싶었는데 묻지 못하고 헤어져서 밤새 그 생각 때문에 밤잠을 설치기도 하였다. 오늘 오후에 학교 일과를 마치면 단이를 만나 그 얘기를 꼭 듣고 싶었다. 호기심이 많은 소녀는 섬사람들과 섬의 전설에 관한 이야기가 무척 궁금했다.


학교는 방학이 곧 다가와서 일과 운영은 오전에 대부분 마친다고 하였다. 선생님은 종례 시간에 여름방학 종업식을 하기 전에 책거리와 장기자랑을 할지도 모르니 준비할 사람은 연습을 미리 하라고 했다. 소녀는 단이와 쉬는 시간에 책거리와 장기자랑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묻기도 하고 오늘 오후에 무엇을 할 건지도 서로 물었다. 단은 친구들과 을 청년들이 여름방학 전에 강나루 하천과 시냇가에서 아이들이 여름 물놀이를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봉사활동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소녀는 단이에게 봉사활동을 마치는 시간에 어제 만났던 강나루에서 시간을 낼 수 있는지 물었다. 둘은 오후 늦게 약속한 장소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소녀는 자신이 궁금하게 생각했던 마을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아이들은 학교가 파하자 급히 집으로 돌아가고 단이랑 친구들과 소녀는 같이 교문을 빠져나와 마을로 내려오다가 갈래 길에서 헤어져 각자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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