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미래교육 패러다임은 그동안 교실의 강의중심이던 교육을 쌍방향 소통에 기반한 교육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런데 갑자기 발생한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은 어쩔 수 없는 비대면 수업의 확대를 가져오고 그로 인해 요즘 교육현장에서는 쌍방향 소통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한 교육방식 중에 하나로 플립러닝(Flipped Learning)을 들 수 있는데 플립러닝은 수업 내용을 온라인으로 먼저 학습한 뒤 진행하는 수업 방식이다. 플립 수업(Flipped Classroom)이라고도 하며 한국어로는 ‘역진행 수업’이나 '거꾸로 수업'으로 불리기도 한다. 플립러닝은 두 가지 이상의 학습 방법을 함께 사용하는 블랜디드 러닝(Blended Learning, 혼합형 학습)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블랜디드 러닝은 주로 컴퓨터나 디지털 기기를 매개로 서로 다른 학습 방식을 혼합해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는것을 말한다.
자기주도적 노트필기로 핵심 요점을 정리한 후 배운 것을 자신의 입으로 설명하는 플립러닝은 자연스럽게 두뇌에 완전히 암기되어 응용력과 문제해결력이 향상된다는 주장도 있다. 블랜디드 러닝의 가장 흔한 형태인 플립러닝은 온라인을 통해 선행학습 후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교사와 학생이 토론 등을 하거나 심화학습을 진행한다. 수업은 새로운 내용을 배우기보다는 이미 온라인으로 학습한 내용을 연습하거나 익히기 위한 시간으로 활용되며, 교사는 과제를 소화하지 못하거나 학습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학생들을 돕는다. 전통적인 수업보다는 학습자 중심으로 진행할 수 있는 점도 플립러닝의 특징이다.
플립러닝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교수자와 학습자의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수업에 참여하기 전에 교수자는 학생들이 미리 가정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온라인 동영상이나 인터넷상으로 해결할 과제를 제작해 두어야 한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비대면 수업으로 활용되기도 한 e학습터나 zoom수업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최근에 다수의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는 유튜브나 블로그도 비대면 수업에 필요한 학습자료를 사전에 제작해 활용할 수 있는 주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이처럼 가공된 학습자료를 미리 선행학습 형태로 풀거나 해결한 후 오프라인 수업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교수자가 제공하는 과제에 매달려야 한다. 대면 수업으로 교수자와 학습자가 교실수업에서 만나 실제적 과제를 연습하거나 탐구문제 풀이나 실험 등을 통해 지식을 적용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예체능 수업의 경우도 적용범위를 넓혀 갈 수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체육수업의 경우 어떤 동작이나 게임의 규칙 등을 자료로 제작하여 비대면 수업에서 익힌 후 대면 수업에서는 실제로 게임을 체험하는 수업이 진행된다면 효과적인 수업이 될 수가 있다.
그런데 교수자와 학습자의 긴밀한 소통에 기반한 이와 같은 학습이 우리 교육의 현실에서 쉽게 보편화될 수 있을까? 지금 현재의 교실을 들여다보거나 교사들의 하소연을 들어보면 회의적인 쪽으로 기울게 된다. “교실에서 과제를 내기가 어렵다” “간단한 준비물도 챙겨 오지 않는 학생이 많다” “사교육에 매달려야 해서 가정에서는 학교에서 내는 과제를 해결할 시간이 없다” 방과 후에 부진한 요인을 개별 지도하고 싶어도 “방과 후 수업에 늦어요”라든가 “교문밖에 학원차가 기다려요”라고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그런데 코로나19라는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강제적이고 의무적인 비대면 수업의 확대는 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교육현장에 결과적으로 대안적 교육실험을 가능하게 한 긍정적 측면도 있다. 이런 현상 때문에 교육전문가들은 코로나 때문에 교육현장의 원격교육이 십 년은 앞당겨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비대면 수업을 위해 교실에는 많은 예산을 투입해 웹캠을 비롯한 원활한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아울러 교사들의 원격교육을 위한 연수도 활발하게 이루어져 대부분의 교사들이 비대면 수업에 대한 전문성도 갗추어가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플립 러닝도 가능하게 될 것 같다.
플립러닝이 필요하긴 한데, 제대로 된 플립러닝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지금 교실에서는 토의토론 수업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말 토의토론을 잘하는 아이들로 키울 의지를 관련 당사자들이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교사들이 토의토론 수업에 집중할 여력은 있는지? 아이들은 정말 토의토론을 잘하고 싶은 맘이 있는지? 학부모는 토의토론 잘하는 자녀로 키우면 미래가 보장된다고 생각하는지? 그 본심을 알기가 어렵다. 본심(?) 그것은 제쳐두고, 묻어서 그냥 넘어가려 하는 우리의 맘속에 한국 교육의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좋다는 것은 어디서 베껴서라도 산더미처럼 제공하여 교육에 관한 정보가 넘쳐난다. 정책이나 말은 청산유수인데 실제, 본심, 의지.... 등등이 문제라는 말이다.
교육의 맹점을 해소하고, 배우고 익히는 활동이 즐거우면서 자연스럽게 지속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발상의 전환이 교실 속에서 일어나야 한다. 누가 시작할 것이며,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답은 뻔하다. 교육의 주체가 누구인지 따져보면 된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눈감고 아웅 하는 식의 교수법이나 교육 관행에서 탈피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래서 다양한 교수방법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으며 전통적인 서당식 교수법이더라도 학습의 주제에 따라서는 지금 당장 적용해도 효과적인 교수법이 될 수가 있다.교육이나 교수법에 특정한 것만 고집하는 세상은 이미 지나갔다. 누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수업에 적용할 것인가의 문제이지 ‘강의식 수업은 나쁘고 새로운 교수법은 다 좋은 것이다’라는 말은 맞지 않다. 플립러닝이나 블랜디드 러닝도 그런 측면에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교육현장을 대혼란 상황으로 몰고 간코로나19지만 코로나 이후의 또 다른 팬데믹이 오지 않는다는 법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