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이 세상을 휩쓸고 있는 사이 전쟁 상황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시적인 부분 업무정지 상태를 의미하는 셧다운(shutdown)이 학교현장에 수시로 적용되고 있다.세계적으로 코로나 19 유행이 시작되자 모든 국가와 기관은 물론이고 지구 자체가 카오스 상황으로 빠져든 느낌이 들 정도이다. 아이들이 머무는 공간인 학교는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 3월 개학날이 되어도 학교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학교는 어쩔 수 없이 원격수업이라는 생소한 방식으로 개학을 했었지만 모든 학생들은 그것 자체가 낯설고 어색했으며 학교나 교사들도 어설픈 것은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특히, 각급 학교의 신입생들과 대입 수능을 준비하는 고3 학생들은 적응의 문제와 새로운 관문의 진입이라는 고비가 겹치면서 그 타격이 더욱 심각했다. 어린아이들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모든 학생들이 어수선한 가운데 들쭉날쭉 등교를 하게 되고, 모두가 처음 겪는 일이다 보니 그 피해를 가늠하는 잣대조차 찾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그런 혼돈의 시간이 흘러가면서 학교의 빈자리는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처음에는 원격수업에 따른 아이들의 학습 피해를 걱정했지만, 점차 '학습'은 물론이고 정상적인 '관계'를 누리지 못하고 학년만 진급된 아이들의 '정서' 결손에 대한 우려는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성적 순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고교생들의 사례를 보면 예년에는 공부를 중간쯤 하던 아이들이 수시로 상위 클래스로 치고 올라가는 경우도 많았었는데 코로나 국면 속에서 공부 못하는 아이들은 더 못하게 되고, 중간쯤 하던 아이들마저 줄어들어 그들이 오히려 하위 수준으로 떨어지게 되니 학력 격차는 더욱 심해지게 되었다는 각종 조사 결과도 나왔다. 그런데 초등학교의 경우 성적 산출이나 서열화가 명확히 되고 있지 않으니 누가 어떤 학습상의 결손이나 학력 저하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지 분간 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그런데 학습결손만이 문제였을까. 어떤 언론에서는 코로나 상황과 관련해 잃어버릴까 두려운 것은 '학습'이 아니라 '관계'(한겨레신문)라는 글을 싣기도 했으며 학교현장의 교사의 말을 인용하기도 하였다. “아이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학력 저하가 아니에요. 어른들은 국어·수학을 얼마큼 할 수 있느냐는 ‘인지’에만 관심 있는데, 현장에서 교사들이 보기엔 ‘정서’적 부분이 더 크거든요. 지난 1년간 놀이와 경험이 많이 부족했던 게 지금 드러나요. 아이들은 놀이하면서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사회성을 기르거든요. 그런데 친구들과 함께 놀고 몸으로 익혀 배우는 경험을 못한 거죠.”
현장 교사들은 이처럼 관계 형성의 문제를 지적하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교육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학교와 교사는 무엇을 해야 하며 부모의 역할은 어떻게 변해가야 할까. 그냥 어쩔 수 없다는 핑계만 쏟아내며 모든 피해를 아이들의 짐으로 떠넘기는 것이 옳은 일일까. 학습 문제는 코로나 초기에 크게 부각되었지만 아이들의 성장과 배움 속에 잠복해 짐으로 쌓여가는 '관계'나 '정서' 등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까. 이제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어른들의 고민과 창의적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 간의 관계와 친밀성을 키우는 데는 같이 어울리며 생각과 정보를 공유하는 모둠활동이나 체험학습만 한 것이 없다. 그런데 학교에서 체험학습을 계획에 따라 시도해보려고 하면 코로나와 관련한 공문이나 지시로 그 활동을 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오니 학교도 교사도 어쩔 수가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학습'과 '관계' 형성에 초점을 맞추어 코로나 예방을 하면서 아이들 간의 '관계'를 도모하며 '학습'도 가능한 방법을 찾을 수는 없는 것일까. 학교가 법의 테두리 내에서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특별한 상황 속에서는 학부모와의 소통을 통해 창의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가 있다.교사와 학부모가 아이들의 관계 형성이나 체험학습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대안을 모색하여 해결책을 찾는다면 셧다운 상태에 있는 교육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사례는 초등학교 사회교과의 문화유산 답사와 관련한 공부에서 학부모들이 품앗이 형태로 아이들의 모둠을 구성해 답사 봉사자로 나선 사례이다.
학교나 교사가 못하는 일을 학부모가 역할을 대신한 '체험학습 학부모 품앗이 참여'라고 할 수 있다. 학부모들도 교육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는 분위기 속에서 학부모 모임을 통해 자발적인 협력을 보여준 사례로 향후 학교에서 교육의 대안적 방안으로 모색하거나 발전시켜 나가는데 지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교육공동체 구성원의 참여를 통한 체험이나 학습형태가 정착된다면 관계 형성의 어려움 속에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는 단비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것은 플립러닝 즉, 거꾸로 수업과 같이 학습의 순서를 변형한 것으로 먼저, 부모들이 체험학습의 모둠 인솔 봉사자로 참여한다는 조건에 따라 학교에서 교사와 아이들이 답사 계획을 수립하고, 사전조사 활동을 통해 체험학습의 내실을 다지는 일종의 프로젝트 학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즉, 현장체험은 부모들이 소그룹으로 인솔하되 교실에서 사전에 철저한 조사학습을 통해 체험학습이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교사와 학교가 협력하여 지원하는 모양새가 된다.
교사와 아이들이 사전에 함께 만든 체험보고서를 지참한 후, 실제로 현장중심의 답사활동은 참여하는 학생과 학부모 주도로 이루어졌다. 아이들은 모둠별 답사 포스터를 제작하여 계획에 따라 답사를 하고 조사한 정보를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자료를 수집하고 체험활동을 마무리하였다. 어떤 모둠은 문화유산별로 역할을 나누어 소개하는 내용을 동영상에 담기도 하였고, 또 어떤 모둠은 사진과 동영상을 결합한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정보를 공유하였다. 그리고 사진만 촬영한 모둠은 학교에서 교사가 자막이나 더빙을 추가하여 답사 자료의 완성도를 높여 서로의 조사자료를 효과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수시로 셧다운이 되기도 하니 학교에서는 교육과정 운영에 여간 애로가 많은 것이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무엇이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당위만을 주장하지 말고 법의 테두리 내에서 교육공동체가 합심하여 아이들의 교육을 지원하고, 교육 결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교육공동체 구성원들의 소통 확대나 긴밀한 교육 참여 등은 예전부터 이루어져 왔지만 학교에 따라서는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도 많다. 교사와 학부모의 소통이라고 하면 흔히 두 주체가 모여 회의를 하고 단편적인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그치는 경우가 전형적인 소통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와 관련해 학교 교육과정 운영상의 파행이 불가피했던 뼈아픈 경험을 살려, 앞으로 교육은 학교만이 담당하는 것이 아니고 교육공동체의 기능과 관련지어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해나가야 한다. 여기서 언급한 '관계' 형성을 위한 체험학습에 학부모 참여라는 것 말고도 교육정책이나 학교 및 학급 경영상에 창의적인 발상을 접목할 영역은 많이 있다. 그런데 현실은 학교와 학부모가 제대로 된 소통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사와 학부모가 '강 건너 볼보듯' 서로 멀리하며 요구나 주장만 내세우는 대상이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진정한 교육공동체로써의 소통이 필요하다. 그와 같은 공동체 구성원 간의 소통은 요즘과 같이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교육을 제대로 실천하고 유지하고 이어주는 값진 기능을 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 속에서 코로나 시대에 슬기로운 부모 역할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학교가 알아서 교육을 제대로 시켜 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할지도 모른다.국가가 다하지 못하는 일, 학교나 교사가 다하지 못하는 일 등이 갑자기 벌어졌을 때 부모에 따라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다 같은 처지인데 내 아이에게 별 문제없겠지' 등 편하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부모도 있겠지만 슬기로운 부모 역할을 찾아보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 앞서 든 사례에서와 같이 코로나 단계에 따라 5인 이상 모임 금지라는 법 테두리를 지키는 의무 때문에 내 아이가 교육적 상황 속에서 어쩔 수 없는 교육 결손이 생기게 된다면 직접 나서서 슬기롭게 부모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와 같은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는 어쩔 수 없이 중요한 일들을 간과하기 쉽다. 하지만 슬기로운 부모라면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자녀교육도 창의적인 해결책을 모색해나갈 수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학교가 못하는 일도 부모들이 의견을 모아 더 나은 교육을 실천할 수 있고, 결핍될 수밖에 없는 학교교육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나갈 수가 있다.
어려운 국면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들의 협력은 물론이고, 부모들의 교육 참여도 적재적소에 절실히 필요한 것 같다. '체험학습 학부모 품앗이' 사례와 같은 바람직한 교육공동체의 움직임이 교육의 변화를 이끄는 디딤돌이 되고, 학교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게 유지시켜 교육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슬기로운 학부모를 중심으로 교육공동체의 역할 변화를 모색하게 된다면 단위학교별 질적 수준도 차별화를 가져올 수가 있다. 아울러 원격수업의 폐해만을 지적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찾아보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직접 체험도 좋고, 학습 정리 기술 터득도 좋다. 온라인 수업을 통해 디지털 기능의 신장은 물론 정보의 가공과 활용 능력도 키워 갈 수가 있을 것이다. '땅이 꺼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라는 말속에는 절망보다는 변화를 모색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모두 넋을 놓거나 체념하고 있는 사이 변화를 모색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접목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있음을 기억하면 좋겠다. 아이들이 하고 싶어하는 일이 있으면 그 일을 통해 바르게 뻗어나가도록 돕는 작용을 하는 것이 슬기로운 부모의 참다운 모습은 아닐까. 장기화되는 코로나 상황을 빌미로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이 횡행하는 주변을 보며 적어도 아이들을 상대로는 그런 비겁한 궁리를 하는 어른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지금은 코로나 시대이니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되 반드시 해야 할 과업이 있다면 그 일을 아이들과 함께 차근차근 해나가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코로나를 극복하는 길이며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길이라 할 수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