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섬 주변 해역에서 있었던 무서운 음모와 노략질로 마을 사람들은 그곳에 발을 끊고 섬을 전설로 묻어 둔 것일까? 무슨 이유에서인지 섬과 모래톱 마을은 수십 년간 모든 왕래가 끊겼었다.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나와 읍내 시장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길거리에서 먹고, 시장통 모퉁이 파라솔 밑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달고나 뽑기도 하였다. 달고나 뽑기는 여러 가지 도형과 동물 모양이 있었다. 아이들은 하트나 별 모양과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 모양을 선택해 각자 두 번씩 달고나 뽑기를 했다. 그리고 찐빵은 열 개를 사서 두 봉지에 담아 석이와 윤택이가 가방에 챙겨 넣고 자전거 대여점에서 자전거도 빌렸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읍내에서 강변을 따라 하구 쪽으로 이어진 둑길로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강변에는 군데군데 갈대숲이며 작은 모래톱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정겨우면서도 평화롭게 보였다. 아이들은 곧은길에서는 자전거 운전대를 놓고 양팔을 하늘 높이 쳐들고 만세를 부르듯이 하여 달렸다. 장마가 그친 한낮 햇볕은 뜨겁게 내리쬐고 있었지만 시원한 강바람을 가슴에 안고 달리는 기분은 하늘을 나는 듯이 좋았다. 이렇게 다양한 체험도 하고 동무들과 즐겁게 어울리는 신나는 방학은 처음이었다. 평소 학기 중에는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었던 탐험대 탐사 활동을 하고 또 틈틈이 채집활동도 하며 자전거 타기까지 하다니 얼마나 보람된 방학인가. 학교에 다닐 때는 주로 책으로 공부를 했으나 아이들은 여름방학을 맞아 다양한 체험을 통해 평소 경험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색다른 공부를 해나가고 있었다.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그렇게 강둑을 거쳐 바다가 보이는 곳까지 갔다가 나룻배 시간에 늦지 않게 되돌아왔다. 해가 아직 중천에 있어 귀가할 시간이 넉넉했으나 부모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른 시간에 마을로 돌아가는 나룻배를 탔다. 아이들은 나룻배를 타고 가며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했다. 탐험대는 신비의 섬 주변 해역에서 무서운 음모와 노략질이 있었으며 그로 인해 마을 사람들이 전설의 섬을 멀리하고 수십 년간 발을 끊게 되었다는 사실을 밝혀내야 했다. 그리하여 무시무시한 전설의 섬이 아니라 그 옛날에 누구나 쉽게 섬을 찾기도 했던 그림처럼 아름답게 떠 있는 정겨운 섬으로 되돌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모래톱 마을을 위해 또, 마을 사람들을 위해 자신들이 해야 일이라고 여겼다.
그 당시 심해 해저의 소용돌이로 어선의 침몰이나 사고가 잦았던 신비의 섬 해역은 보물선이 침몰하였다는 소문이 퍼지자 해저 유물을 손아귀에 넣으려는 여러 부류의 무리도 다수 출몰하였다. 그들은 떼를 지어 돌아다니며 바다에서 조업하던 사람들을 해치거나 재물을 강제로 빼앗는 노략질을 서슴지 않고 자행하였다. 그러한 일들이 마을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 수십 년간 섬과 발을 끊고 지냈다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만약 그러한 일들로 인해 멸치잡이 배에서 사고가 생겼고, 그 당시의 실종자가 탐험대 아이들이 섬에서 봤던 짐승처럼 생긴 괴물체 즉, 생존자라면 하루빨리 그를 구조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탐험대 아이들은 읍내 도서관에서 전설의 섬 주변 해역에서 발생한 조사자료를 정리하였다. 섬 주변 해역에서 일어났던 약 50여 년 전의 마을 사람들의 사고 기록과 해저 유물을 훔치려는 도굴꾼들의 출몰 시기도 대조하며 찬찬히 살펴보았다. 모든 정황이 뜬소문으로만 간주했던 무서운 괴담들과 거의 일치하였다. 그냥 입에서 입으로 흘러 다니는 소문들이 실제로 존재했던 일이었단 말인가. 탐사 활동을 하던 탐험대 아이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신문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으나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고초를 겪었던 그 당시 마을 사람들의 사건 사고에 대한 증언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아이들이 조사했던 기록과 그 당시 마을 사람들이 어떤 피해나 수모를 겪었는지 대조해보면 전설의 섬을 둘러싼 의문의 실체를 밝혀 줄 중요한 단서를 확보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이들은 침몰한 보물선이 발견되고 난 뒤, 해저 유물 발굴을 전후하여 신비의 섬 주변에서 어떤 일들이 생겼는지 각자 탐문조사를 하기로 했다. 탐험대 아이들은 전설의 섬의 무서운 이야기들은 다른 목적을 위해 일부러 지어낸 뜬소문이라는 것을 마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했다. 단이와 소녀는 그 당시 멸치잡이 배에서 조업을 같이 했던 사고 해역의 생존자를 만나보고 싶었다. 그때 살아서 돌아온 사람은 두 명이었는데 선장은 노환으로 돌아가시고 없었다. 이제 남은 생존자는 한 명뿐이었다. 단이 할머니께서는 할아버지께서 단짝 친구와 조업에 나갔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그 친구는 바로 어린 시절을 함께 했었던 소녀의 외할아버지였다. 단은 소녀의 외할아버지께 그 당시의 일에 대해 여쭈어보는 게 좋겠다면서 소녀에게 살짝 언질을 주었다.
탐험대 아이들은 사흘의 말미를 가지고 그 당시 마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탐문조사를 하기로 했다. 이미 하루가 지나버렸고 소녀의 외할아버지께서 출타라도 하시는 날에는 면담조사가 어렵게 될 수도 있었다. 단은 소녀와 의논해 기와집으로 초대받아 가기로 했다. 소녀와 단은 할아버지들이 사고를 당했을 당시의 불법 어로에 대해서도 알고 싶었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궁금해했던 고대구리라는 어선의 정체와 그것과 모래톱 마을은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여쭈어보고 싶었다. 단이는 소녀의 초대로 기와집에서 소녀의 외할아버지를 만났다. 자기 할머니께서 할아버지는 6.25 전쟁 때 전사했다는 소문은 거짓이라며 멸치잡이 배에 따라 나갔다가 바다에 빠져 실종되었다고 했던 말씀을 전해드렸다. 그랬더니 소녀의 외할아버지께서는 이제 단이도 많이 컸으니 모든 걸 알 때가 되었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가슴에만 품고 숨겨뒀던 아픈 기억을 들추어내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광복이 되니 일본 고대구리를 본뜬 어선들이 불법 어로를 많이 했었다. 그러던 중에 그물에서 유물들이 끌려올라오기도 하고 그 소문이 여기저기 퍼져나가니 수상한 선박이나 잠수부들이 섬 주변에서 판을 쳤었다. 그 당시 단짝 친구인 단이 할아버지와 함께 일손이 부족하다는 하소연을 듣고 멸치잡이 배를 타고 조업에 나섰다. 멸치잡이 배에서 그물을 바닷속으로 던져 넣는데 선장 말에 따르면 그날따라 누가 바다 밑에서 끌어당기는 것처럼 그물이 바다 위에 뜨지 않고 갑자기 물속으로 끌려들어 갔다고 했다. 그런 와중에 어부들이 일곱이나 물속에 빠졌고 나와 선장은 구조되었지만 섬 주변 해역은 거친 소용돌이로 배가 침몰하기도 하는 곳이다 보니 나머지 다섯 명은 실종되었다. 그러던 중 넷은 시신이 발견되었는데 단짝 친구인 단이 할아버지는 여태껏 생사가 불분명한 채 돌아오지도 않고 있다."라고 하시며 꼭 머릿속에서 외우고 있다가 말하는 것처럼 술술 얘기를 하셨다.
소녀의 외할아버지 얘기를 듣고 있던 두 아이는 자신들이 조사한 사실들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그리고 그 당시 섬 주변 해역에는 무서운 음모와 노략질이 활개를 쳐서 전설의 섬 주변이 쑥대밭이 되고 마을은 마을대로 황폐화된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예전에 무인도에 정박했을 때 별장지기와 해녀들의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한 내용이 많았다. 소녀와 단은 왜 마을 사람들이 신비의 섬에 발을 끊게 되었는지 그 연유가 어렴풋이 짐작되기도 했다.
고대구리 어선의 출몰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소녀와 단이는 고대구리라는 배의 어구에 대해 정확히 이해가 안 가니 그림으로 그려 설명해달라고 부탁을 드리기도 했다. 그리고 잠수부를 일본말로 '모구리'나 '머구리'라고 했다는데 머구리가 어떻게 깊은 바닷속에서도 장시간 작업을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것도 궁금하다고 했다. 그러자 할아버지께서는 그림을 그려 보여주시며 고대구리부터 설명을 해주셨다.
고대구리 조업 그물 모양 "고대구리는 작은 선박에 커다란 자루 모양의 그물을 달고 바다의 저층을 끌어 물고기를 잡는 어구 어법인 '소형기선저인망'을 뜻한다. 고대구리 어선은 그물코가 작고 어구 입구를 넓힐 수 있는 전개판까지 부착하고 있다. 소형 선박과 적은 인원으로도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던 고대구리는 어촌의 주요 소득원이었다. 고대구리는 경남, 전남·북 연근해에서 가자미, 넙치, 아귀, 새우, 문어, 낙지 등을 남획하기도 했다. 한번 그물에 걸려든 어린 물고기들도 빠져나가지 못해 수산 생태계는 황폐화됐다. 그물코를 빠져나갈 수 있는 크기나 어종이 거의 없을 정도로 어획 강도가 굉장히 높았기 때문에 고대구리는 어자원 고갈, 치어 싹쓸이의 대명사로 불려 왔다."
고대구리 쌍끌이 기선저인망 조업도(출처:국립수산과학원) "배에서 그물까지 60~70m 길이의 줄 두 가닥이 30m의 본 그물을 끗고 간다. 본 그물 뒤에는 함정 역할을 하는 불 꼬리[1.5m]가 달려 있다. 주된 특징은 그물을 양쪽으로 넓게 벌려주는 오따(전개판, 1.5 ×4m 내외)가 있으며, 거기에다 길이 40㎝의 개떼(갯대)가 ‘그물을 서서 가게’ 잡아준다. 쉽게 말해서 그물을 위아래로 넓게 벌려서 싹쓸이하는 것이다. '방금 던진 숟가락도 건진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밑바닥까지 긁는다."라고 하시며 전문 용어들을 섞어가며 자세하게 설명해주셨다.
소녀의 외할아버지께서 설명해주시는 고대구리(註 : 2004년 말 고대구리를 불법어업으로 규정하는 특별법이 제정됐으며, 2005년 이후 어업 보상을 통해 모두 퇴출됨.)에 대해 들으면서 그물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밑바닥을 긁고 간다는 표현을 들어보니 어떻게 바다 밑에서 작업을 하는 것인지 실감이 났다. 어구의 그림을 보니 자루 모양의 그물을 로프로 연결하여 바닥을 훑으면서 어획하는 것이었다. 그물코가 작고 어구 입구를 넓힐 수 있는 전개판까지 부착하고 있어 어획 강도가 높아 생태계를 파괴하여 섬 주변에 서식하던 어종들은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고 했다. 고대구리의 출몰로 마을은 고기잡이가 안 되니 궁핍한 길로 들어서게 되었던 것 같았다.
머구리의 활약
소녀의 외할아버지께서 고대구리에 대한 설명을 마치자 소녀는 눈을 반짝이며
"머구리는 뭐예요?"라고 하며 여쭈어봤다. 그러자 할아버지께서는 또다시 설명을 이어가셨다.
머구리의 해산물 채취 장면 "머구리는 모구리라고 부르기도 했단다. 해저 깊은 곳에서 장시간 잠수를 하며 해산물을 채취하기도 하고, 물속에서 여러 분야에서 활약했던 일종의 잠수부란다. 일본 사람들이 처음에 그런 조업을 하면서 머구리 또는 모구리라는 말이 퍼진 거지. 배 갑판 위에 산소를 공급하는 기계 장치를 설치하고 잠수부와 산소 호스를 연결했으니 물속에서 오랫동안 머물 수가 있었단다. 머구리는 깊은 바닷속에서 장시간 이런저런 해저 활동이 가능하여 바다에서 물질을 하던 해녀들이나 어부들은 머구리가 나타나면 무서워서 겁을 먹고 도망치곤 했단다."라고 하시며 기억을 더듬어 추억담도 얘기해 주셨다. 할아버지 말씀을 들어보니 머구리라는 것이 마치 달나라를 탐험하는 우주선 복장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1969년 7월 20일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했던 아폴로 11호의 닐 암스트롱 선장이 “이것은 한 인간에게는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라고 말하며 달에서 첫발을 내디뎠던 뉴스 장면을 연상해보니 머구리의 모습과 흡사한 것 같았다. 단지 머구리는 바닷속을 걷고 있어 물체가 중력에 반하여 밀어 올려지는 힘인 부력의 영향을 받는 반면, 우주인은 중력이 없는 달 표면의 무중력 상태에서 움직이는 것이 달랐다.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활동했으나 양쪽 다 산소 공급 장치에 의존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어떤 공통점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인류 최초 달 착륙 장면 마을 사람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듣고자 했던 면담 조사 활동을 마치고 아이들은 다시 정해진 기일에 강나루 쉼터에서 만났다.
아이들이 듣고 온 면담 내용은 소녀와 단이가 소녀의 외할아버지께 들었던 내용과 대동소이하였다. 도굴꾼들의 그런 무서운 음모와 노략질이 있은 뒤로는 마을 사람들도 섬 주변 해역을 멀리하고 사고도 없어졌다고 했다. 이런 계략과 노략질에는 고대구리와 머구리 같은 특이한 어선이나 어구들도 관련이 깊은 것 같았다. 그렇다면 무서운 음모가 개입되어 신비스러운 섬의 전설은 조작되었고, 일부러 마을 사람들의 발길을 끊으려고 했던 것일까. 보물선 침몰에 대한 정보를 미리 입수한 다수의 무리가 바닷속 보물을 도굴하기 위해 사전에 섬 주변 해역에서 조업하는 어부나 해녀들에게 모종의 경고를 보내기라도 했던 것일까. 도굴꾼들의 숨겨진 알력과 다툼 속에 순진한 모래톱 마을 사람들이 위험에 처하고 각종 사고가 발생하여 희생양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탐험대 아이들의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하였다. 그런 와중에 소녀와 단이 할아버지가 탔던 멸치잡이 배도 도굴꾼들의 계략이 부른 무서운 결과였단 말인가. 면담을 마치고 모인 아이들은 각자 들은 이야기와 조사한 기록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추리를 해보기도 했다.
탐험대 아이들은 마을 사람들과의 면담을 통해 전설의 섬이 간직한 두려움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어가면서 진위를 알 수 없었던 사실들을 추리하기도 하고, 마을 사람들의 미신과 그 당시 사고나 사건의 오류를 바로 잡아가고 있었다. 기록이나 문헌에 남아있지 않은 사실들은 관련 당사자들과의 직접 면담이라는 탐문조사를 통해 나머지 의문점들을 밝혀내기도 했다. 탐험대 아이들은 전설의 섬이 간직한 무섭고도 소름 돋는 악몽으로부터 마을 사람들을 구해내는 쾌거를 거두게 될 것인가. 어린 조무래기들의 놀이 삼아 시작된 어설픈 탐사 활동이긴 했으나 그 귀추가 주목되었다.
《글 속으로 들어가기》
고대구리와 머구리에 대해 아는 대로 설명하고, 그것들은 글의 주제인 '무서운 음모와 노략질'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서로 이야기해 봅시다.
글 속에서 설명하고 있는 머구리와 우주인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