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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꿈 Aug 22. 2021

34화. 실종자는 과연 살아 있을까

그해 여름 못다 한 이야기



신비의 섬 해역에서 발생한 사고로 한 명이 여전히 실종 상태로 남아있었다. 수십 년간 의문 속에 있었던 그 당시 실종자는 과연 살아 있단 말인가.


아이들은 자신들이 목격한 사실과 기록물을 통해 수집해 온 다양한 증거들을 신뢰했기 때문에 전설의 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마음속에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탐험대 아이들은 전설의 섬을 탐사하여 괴생명체를 목격하고 읍내 도서관에서 기록물도 열람하였다. 더 나아가 마을 사람들로부터 전설의 섬 주변 해역에서 발생했었 음모와 노략질에 대한 증언도 다수 확보하였다. 이제 남은 것은 실종자가 신비의 섬에서 발견된 생존자인지를 확인해야 하는 단계까지 탐사활동은 진행된 것 같았다.


아이들은 섬에 상륙하여 사람의 흔적을 발견한 이후 도깨비불에 대한 두려움은 조금씩 사라졌고, 어부들이 여러 번 들은 적이 있다는 섬 뒤편 동굴에서 울리는 괴성에 대해서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그들은 눈으로 직접 전설의 실체를 확인해가고 있었다. 이제 남은 일은 그 당시 전설의 섬 해역에서 실종되었던 사람이 탐험대 아이들이 섬에서 발견했던 그 괴생명체인지를 확인하는 일만 남은 것 같았다. 아이들은 다시 모여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들은 마을 어른들께 전설의 섬에 탐험대가 상륙했었던 사실을 숨기고 풍랑에 나룻배가 떠내려가다가 무인도에 정박했다고 둘러댔다. 이제는 탐험대의 지난 활동들에 대해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려야만 했다. 그래야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어른들과 함께 실종자가 섬에서 살고 있는, 그들이 직접 눈으로 봤던 생존자인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난감한 위기에 봉착한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 이실직고(以實直告)를 할 것인지, 또 어떤 방법으로 사실을 그대로 고할 것인지 빨리 결정해야 했다.


모래톱 마을 사람들에게는 매우 민감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들은 마을에서 좀 떨어져 있는 석이네 원두막에서 모이기로 했다. 아무도 모르게 의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어른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소가 필요했다. 모두는 심각한 표정으로 원두막에 둘러앉았다. 탐험대 대장인 단이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우리가 일전에 마을 어른들로부터 대청마루에서 훈계를 들었는데, 또다시 진실을 숨겼다는 말씀을 염치없이 드려야 할 것 같은데 어찌하면 좋을까?"

"······."

아이들은 모두 꿀 먹은 벙어리처럼 눈만 껌벅거렸다.

"어찌하면 좋을지 의견을 말해줘."라고 재차 단은 아이들이 머리를 짜내도록 대답을 종용했다.

"사실대로 고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하며 석이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또다시 거짓을 말하면 더 난처한 일이 생길지도 몰라."라고 걱정하며 리솔이도 살며시 맞장구를 쳤다. 그때 소녀가 아이들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읽고는 말을 받았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도 있듯이 이번 기회에 망설이지 말고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말하는 게 좋겠어."

"······."

원두막에는 풀벌레 소리만 들릴 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 있던 아이들은 모두 소녀 쪽만 쳐다봤다.

"우리가 나룻배를 타고 가다가 섬에서 괴생명체를 봤다고 하면 어떨까?"

"아니면 으로 떠내려가다가 전설의 섬에 상륙했을 때 우연히 사람의 흔적을 발견했고, 그래서 그것이 궁금해서 섬 뒤편으로 넘어가다가 막걸리통 같은 것인적도 없는 섬에 있는 것을 보고 의문을 품게 되었다. 그리고 근처에 동굴이 있는 것도 봤다고 하는 거야."라고 소녀가 말했다. 그러자 단이는

"그럼 결국 우리가 전설의 섬에 우연히 상륙하게 되었고, 거기서 짐승인지 오랑우탄인지 침팬지 같은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고 해야겠네."라고 하며 마을에서 금하고 있었던 전설의 섬에 허락도 이 간 사실을 알리자는 취지로 말했다.

"단이 할머니께서는 실종된 할아버지께서 살아계신다고 굳게 믿고 계시니 할머니께 먼저 말씀드리면 어떨까?"라고 소녀가 말했다.

"그럼 사실대로 말하되 어른들을 모시고 같이 있는 자리에서 우리 할아버지의 실종과 생존 가능성에 대해 말씀드리는 건 어떨까?"라고 단이가 덧붙여 의견을 내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모두 그러는 게 좋겠다고 입을 모아 얘기했다. 두 분을 모시고 조용히 이 문제를 처리하는 것에 다들 동의하는 것 같았다. 소녀는 덧붙여 말하길 전설의 섬 주변에서 사고의 당사자들은 자신의 외할아버지와 단이 할머니라고 할 수 있다면서 그렇게 하자고 했다. 그리하여 아이들은 자신들이 섬에 상륙한 적이 있으며, 그곳에서 이상한 괴생명체를 목격했다는 것을 우선 두 분께 먼저 알리기로 했다. 그리고 그 일은 아이들이 모두 같이 가서 말씀드리기보다는 소녀와 단이가 둘이서 조용히 말씀드리는 게 좋겠다고 했다.


소녀는 단이에게 외할아버지께 부탁드려 단이와 할머니를 기와집에 초대하여 말씀드리면 좋겠다고 하였다. 사실 소녀의 외할아버지나 단이 할머니께서도 단이 할아버지가 실종된 사실을 여태껏 숨겨 온 것이어서 어쩌면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평소와 다르게 소녀와 은 두 분으로부터 단이 할아버지께서 사고로 실종됐다는 말을 듣고 난 뒤부터 그런 느낌을 가끔 받곤 했다. 소녀는 외할아버지께 단이가 자기 할아버지의 실종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 같으니 단이와 할머니를 초대해 점심을 같이 먹으면 어떻겠느냐고 말씀을 드려보았다. 그러자 소녀의 외할아버지께서는 흔쾌히 허락하며, 그렇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었다며 언제가 좋겠는지 약속을 잡아보라고 하였다. 소녀는 당장 단에게 달려가 점심 약속을 정하자고 했다. 내친김에 바로 다음 날 점심시간에 단이는 할머니를 모시고 기와집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점심 약속이 잡힌 날 정오쯤에 단이와 할머니께서 기와집을 방문하였다. 기와집에서는 모처럼 오신 단이 할머니를 대접하려고 여름철 별미인 시원한 열무국수를 준비해두었다. 네 사람은 집안사람들과 떨어져 특별히 기와집 사랑채에서 점심을 먹었다. 잠시 뒤 아이들이 밥상을 치우는 사이 손님 대접으로 정갈다과상이 준비되어 나왔다. 소녀와 은 긴장이 되어 향긋한 차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것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꿀꺽꿀꺽 차를 마셨다. 먼저 소녀의 외할아버지께서 여태껏 단이에게 할아버지의 생사에 대해 마을에서 숨기고 있었던 일에 대해 사과하며 이제 많이 컸으니 할아버지의 실종을 뒤늦게 알리게 되었다며 위로를 해주었다. 할머니께서도 할아버지 기일마다 절에 단이 손을 잡고 다녔지만 좋은 기억이 아닌 것을 어린아이에게 말하기 뭣해서 사실대로 말하지 못한 점을 이해해 달라고 하며 단이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그러자 단이는 지난 실종 사고에 대한 두 분의 애틋한 속마음을 알아채고는  

"우리 할아버지께서 실종 상태이니 단 몇 퍼센트라도 살아 있을 가능성도 있는 거 아닌가요?"라고 하며 위로를 해드렸다.

"실종자이니 생존도 가능하지 않겠어요?"라고 하며 소녀가 기다렸다는 듯이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살아계시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하시며 할머니께서는 눈을 지그시 감은 채 긴 한숨을 내쉬셨다.

"내 단짝 친구가 살아만 있다면 어디에 있던 구만리라도 찾아가고 싶구나."라고 하시며 소녀의 외할아버지께서도 할머니의 애통한 마음을 달래 드리려고 하였다. 그때 소녀가 끼어들어 애교 섞인 표정을 지으며

"저기, 할아버지, 지난번 아이들이 풍랑을 만났을 때···. "

"사실은 배가 떠밀려서 전설의 섬에 상륙한 적이 있어요."라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운을 뗐다. 그러자 할아버지께서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뭐라고? 그런 일이 있어단 말이야."

"그런 위험한 곳에 허락도 없이 가다니 마을 사람들이 알면 큰일 날 일이구나."라고 하시며 할머니께서도 크게 걱정하는 표정을 지으셨다. 그때 단이가 끼어들었다.

"사실은 그곳에 가면 안 되는 줄 알면서 어쩌다 섬에 가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곳에서 사람의 흔적을 우리가 발견했어요."라고 소녀가 단의 말을 받아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두 분은

"그곳에 사람의 흔적이 있었어?"라고 하시며 놀란 표정으로 눈을 크게 떴다.

"그곳에서 사람 같은 것을 봤단 말이냐?"라고 외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동시에 말씀하셨다.

"네, 정말 사람 같은 게 그 섬에 살고 있었어요."라고 소녀와 단도 동시에 말했다.


소녀의 외할아버지와 단이 할머니께서는 그곳에 사람의 형체를 한 괴생명체가 산다는 아이들의 말을 듣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편, 실종된 단의 할아버지께서 생존해 있을 수도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었던 할머니께서는 '그 사람이 실종된 단의 할아버지일 수도 있을까?'라는 일말의 기대를 하시는 것 같기도 했다. 지금껏 살아오시며 할머니께서는 단의 할아버지께서 살아 계실 것이며 꼭 돌아오실 거라고 굳게 믿어왔기 때문인 것 같았다. 외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는 두 분이 살짝 자리를 피해 소곤소곤 얘기를 나눴다. 소녀와 단이는 어른들의 결정이나 의견이 궁금하기도 해 기다리는 사이 좀이 쑤셨다. 어른들의 의견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나 길게만 느껴졌다. 그때 두 분이 이야기를 마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셨다. 두 분은 단호하게 생존자가 누구인지 빨리 확인을 해야겠다고 하셨다. 아이들은 들뜬 마음이 되어 그때 섬에서 목격했던 괴생명체의 인상착의를 낱낱이 말씀드렸다. 할아버지께서는 당장 내일이라도 채비를 하여 섬으로 가서 생존자를 확인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마을 어른들께 이 사실을 자세히 고하고 양해를 구하는 일이 남았다고 하셨다.


모든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신비의 섬은 인적이 없는 곳이며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로 다들 알고 있었다. 그런데 미처 생각지도 못한 극적인 반전이 일어나면서 마을 사람들의 분위기는 의견이 분분해지시골 인심은 흉흉해지는 것 같았다. 결국 마을 어른들은 사람의 흔적이 있다면 직접 섬에 가서 확인하는 것이 순리라면서 다시 섬으로 가보는 것을 허락해주었다. 이제 적당한 날을 받아서 마을 어른들과 아이들이 함께 섬으로 가서 확인하는 일만 남게 되었다. 아이들과 마을 젊은이들도 그 당시 섬 주변에서 사고가 났을 때 단이 할아버지께서 실종되었다는 것을 모두 알게 되었다. 이제 그 일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 되었다. 그렇다면 전설의 섬에서 아이들이 본 털북숭이같이 생긴 사나운 짐승이 단이 할아버지일 수도 있단 말인가. 어찌하여 이런 불행한 일이 실제로 존재할  있단 말인가. 아이들은 모두 아연실색하여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였고, 전혀 생각지 못한 충격적 사실에 놀라운 눈빛 감추지 못하였다. 처음에 전설의 섬에 가보자고 제안한 사람은 서울에서 역병 때문에 모래톱 마을에 내려온 소녀였었다. 소녀의 과학에 대한 확신과 모험심이 마을 아이들을 움직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렇게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을 때 소녀는 저녁 산책으로 강나루를 거닐고 있었다. 강바람이 이마를 스치며 소녀의 긴 머리칼을 쓸어 넘길 때 단이와 함께 나룻배를 탔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소녀는 강나루 하구의 바다 건너 신비의 섬 쪽을 응시하며 '실종자가 생존자일 수도 있을까?'라는 의문으로 깊은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지난날을 회상해보니 소녀가 도깨비불을 보러 갔을 때 사진에 이상한 형체가 찍히기도 했고, 별장이 있는 섬에서 혼자 바다 수영을 하고 있을 때는 누군가가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라고 가늘게 외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기도 했었다. 그토록 두렵고 가슴 조마조마했던 순간들이 모두 이상할 뿐만 아니라 신기하게 여겨졌다. 그전에 소녀의 귀에 바람결에 스치듯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공이 전설의 섬에서 탐험대가 목격한 짐승같이 생긴 괴생명체가 보내온 구원의 울림이었단 말인가. 이런저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순간 소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찔하며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소녀는 과학을 신봉했기에 혼령이나 혼의 소리가 있다고 믿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처럼 자신에게 그런 영적인 소리가 들릴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 소녀는 강바람을 쐬고 있었지만 지금 자기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상야릇한 현실 앞리는 더욱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


한편 아이들은 마을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수군거리고 다니는 것을 보았다.

"아이들이 정말 스스로 섬을 탐사했을까?"

"누가 어린아이들에게 시킨 것은 아니겠지?"

"그걸 말이라고 해? 아이들이 그 섬에 흥미나 관심이 없었다면 왜 스스로 그런 위험한 곳에 들어갔겠어?"

신비의 섬에 짐승이 산다느니 오랑우탄을 봤다는 소문이 있다느니 하면서 마을 사람들의 관심과 시선은 온통 신비의 섬과 아이들의 탐사활동에 쏠리는 것 같았다. 탐험대 아이들은 마을 어른들이 다음 날 날이 밝으면 실종자가 신비의 섬에 생존해 있는지 확인하러 가기로 했다는 소식도 듣게 되었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탐사활동이 모래톱 마을을 위해 어쩌면 큰 일을 해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들 뿌듯함과 함께 조금씩 보람도 끼는 것 같았다.



글 속으로 들어가기》

탐험대 아이들의 전설의 섬에 대한 탐사 활동은 매우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탐험대는 어떤 활동을 수행해왔으며, 탐사 과정의 장단점에 대해 서로 이야기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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