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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꿈 Aug 20. 2021

32화. 보물선과 해저 유물

그해 여름 못다 한 이야기



사람들이 위대한 일을 하는 데 있어 언제나 대단한 도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단지 순간순간의 작은 도전들이 모여 하나의 위대한 일은 이루어질 수도 있는 것 같았다.


'순간을 사랑하라. 그러면 그 순간의 에너지가 모든 경계를 넘어 퍼져나갈 것이다.'라는 말도 떠올랐다. 위대한 일이라고 해서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연금술사'라는 책에서 주인공인 소년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도 스쳐 지나갔다. 작은 일들을 차근차근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원하던 것이 저절로 이루어져 있을 수도 있다. 그것이 삶이고 인생인지도 모른다. 모래톱 마을 아이들이 행하고 있는 작은 도전 정신이나 모험심에는 본받을 점이 많았다. 그들은 머리를 맞대고 궁리하며 한 발짝 한 발짝 흔들림 없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아이들은 보물선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읍내에서 같이 놀기도 할 겸 탐험대에 참가했던 아이들이 모두 읍내 도서관을 방문하기로 했다. 역사 이야기를 읽어보면 예부터 무역선이나 보물선들이 서해안이나 남해안을 중심으로 자주 드나들곤 했었다는 기록도 많이 볼 수 있었다.


가까운 근래에 있었던 소식에 따르면 해저 유물이 수백 점 발견되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 적도 있었다. 그리고 신라의 무장으로 청해진을 설치하여 당나라와 신라, 일본을 잇는 해상무역을 주도했던 '해상왕 장보고'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진진하였다. 또, 조선의 역사 이야기 속에는 조선통신사라는 사절단이 귀한 물건을 싣고 일본과 소통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었다. 이처럼 해상 운송이 그 옛날에 활발하게 이루어졌다는 증거들은 탐험대가 전설의 섬 해역에서 발생했던 각종 사건이나 사고를 파헤치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도 있을까. 탐험대 아이들이 읍내 도서관을 방문해 보물선에 대한 기록들을 조사하고자 하는 의도는 점점 분명해져 갔다.


마을 아이들은 이틀 뒤 약속 장소인 강나루 나룻배 선착장에서 아침 일찍 모였다. 석이와 윤택이는 창의네 집에 잠시 들른 후 오는 길인데 창의는 배탈이 났다면서 어쩔 수 없이 빠져야 할 것 같다는 얘기를 전해주었다. 오늘 보물선 조사 활동에 참여하는 아이들 다섯 명은 모두 선착장에 도착하여 나룻배를 탔다. 아이들은 배를 타고 가면서 읍내에서 할 일들에 대해 의논도 하였다. 오전에는 도서관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읍내 시장에서 점심을 먹은 뒤 자전거를 빌려서 타자는 의견이 나왔다. 아이들이 함께 외출하게 된 은 오랜만이라 모두 들뜬 기분이 되어 즐거운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특히, 자전거를 타고 읍내 근처 유원지를 방문하자는 말도 나오고 점심은 찐빵과 꼬챙이로 끼워 만든 얼음과자인 아이스께끼로 때우자는 얘기도 나왔다. 그림에 관심이 많은 리솔이는 달고나 뽑기에는 자신이 있다며 친구들과 달고나 뽑기 대결을 하자고 했다. 아이들은 아이들을 좋아했다. 그냥 함께 어울리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었다. 큰 틀이나 방향에서 마음이 맞으니 소소한 일들은 어떤 선택을 해도 다 좋다고 할 것처럼 보였다.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며 하루 계획을 짜다 보니 어느새 나룻배는 마을 건너편에 도착했다.  



도서관에 도착한 아이들은 도서관 앞마당 벤치에 앉아 조사활동의 역할 분담을 하였다. 소녀는 보물선을 조사할 때 무역선의 침몰에 관련된 부분과 발굴된 유물에 관한 것을 구분해 조사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었다. 아이들은 보물선이 실제로 존재하여 유물이 발굴된 사례나 보물을 실은 배들이 전설의 섬 주변을 운항한 기록을 찾는 것이 목적이었다. 따라서 다른 아이들도 소녀가 제안한 대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윤택이는 남학생들이 보물선 침몰 조사를 할 테니 여학생들은 해저 유물을 조사하는 게 어떻겠느냐면서 역할 분담 방법을 얘기했다. 아이들은 그렇게 하는 것이 시간도 절약하고 나중에 자전거 타는 시간도 많아지니 다들 좋겠다고 했다. 역할별로 조사를 마치면 정오쯤 아침에 만났던 도서관 앞마당 벤치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도서관 열람실로 서둘러 들어갔다.


보물선팀은 "보물선을 찾아라!"라는 구호를 외쳤고, 유물팀은 "해저유물을 찾아라!"라고 외치며 기록물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전설의 섬 주변 해역에서 발생한 보물선의 침몰 경위와 그 당시 해저 유물 발굴과 관련된 사실과 괴소문 등에 대해 자료를 열람하였다. 시간이 흘러 정오 무렵 아이들은 팀별로 도서관 앞마당에 모이기 시작했다. 조사 활동이 계획대로 잘 이루어졌는지 도서관에 들어갔던 아이들은 여유를 부리며 밝은 표정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모여서 팀별로 조사한 내용을 공유하기로 했다.



먼저 보물선팀에서 조사한 내용을 정리하여 설명하였다.


"70년대 중반 해저 유물이 발굴되기 오래 전인 해방 이후부터 전설의 섬 주변 해역은 암암리에 보물선을 찾느라 도굴꾼들이 바다 밑을 뒤지고 다녔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러다 나라에서 본격적으로 해저 유물을 발굴하자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때 발굴된 보물선은 10여 년에 걸친 학계의 연구로 송나라에서 일본으로 가던 무역선이 풍랑에 난파된 것임이 밝혀졌다. 신문 기사에는 보물선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었다. 보물선은 수백 년 전인 1323년 6월 초 어느 날 동남아를 주름잡던 길이 28.4m, 너비 6.6m, 높이 2.5m의 원나라 대형 무역선이 양자강 하구의 경원로(慶元路, 지금의 寧坡) 항을 떠났다. 수만 점의 도자기와 금속제품, 동전, 목제품 등 무역품을 가득 싣고 고려에 정박해 식료품을 보급받은 후 일본 도후쿠지(東福寺)를 향해 출발했다. 이때가 그해 6월 하순에서 8월 사이였다. 그러나 무역선은 태풍을 만나게 되고 물살이 사나운 남해안 앞바다에서 끝내 침몰했다. 그 뒤 바다 밑에서 긴 잠을 자다 6백여 년 만에 보물선은 다시 빛을 보게 된 것이며 지난 1975년부터 이곳 해역은 문화재 보존지구로 지정돼 10년간 조업을 하지 못했다."라고 하며 보물섬팀에서 조사한 자료를 발표하였다.



이어서 유물팀의 조사 활동 발표가 있었다. 유물팀은 지난 해저 유물 발굴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곳에 대한 기록을 뒤져보았다고 하면서 발표를 시작했다.


"유물팀이 조사한 해역은 넓은 바다 위에 깨알을 흩뿌려 놓은 듯 8백40여 개의 고만고만한 섬들이 몰려 있는 곳이기도 했다. 해저 보물선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기 전에 육지의 끝머리에서 바라본 그곳에는 그물질에 맞춰 부르는 어부들의 뱃노래만 바다를 가득 메웠었다. 유물이 발굴된 곳에서 가장 가까운 포구의 동네 어귀부터 안쪽까지 이어진 돌담은 갯마을의 정취를 물씬 풍겨 마을 분위기를 더욱 정겹게 만들었던 곳이기도 했다. 그 당시 신문 기사에는 이 마을에서 태어나 40여 년을 어업에 종사한 분의 인터뷰도 실려 있기도 했다. 인터뷰를 한 최 모씨(63)라는 은 그물에 걸린 도자기를 문화재관리국에 신고한 사람 중의 한 분이었다. 그 어부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이곳에서 고대구리(註 : 소형기선저인망)로 불리는 어선으로 고기잡이를 하던 어부들은 그물에 깨진 그릇, 나무토막 등이 걸려 나올 때마다 재수 없다고 바다에 버렸어요. 저도 그물질을 하다 정교하게 조각된 불상과 도자기 등을 건졌어요. 문화재관리국에 감정을 의뢰하기 위해 집에 놔두었던 불상을 막내아들이 장난감처럼 갖고 놀다 떨어뜨려 산산조각을 내기도 했지요.'라고 말한 기록들이 신문에 실려있었다. 그만큼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시대의 이야기였다. 그 사이 9년간(1976~1984) 10차례에 걸쳐 도자기 2만 6백61점, 금속제품 7백29점, 석제품 43점, 자단목 1천17개, 동전 52종 28톤 등 송대 및 원대 유물이 발굴됐다. 그런데 감시초소와 탐조등까지 설치하고 24시간 감시를 했던 해저 발굴 앞바다는 전국에 내로라하는 문화재 도굴범들이 몰려 1만여 점의 보물을 훔쳐 갔을 정도로 이 지역의 도굴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그로 인해 이곳 어민들의 피해도 컸었다."라고 하며 해저유물 발굴과 인근 마을 사람들의 피해 등을 설명하면서 유물팀도 발표를 마무리하였다.


아이들은 보물선팀과 유물팀의 조사 발표를 다 들은 뒤 상대 팀의 발표에 대해 궁금한 점을 서로 묻기도 하였다. 먼저 유물팀에서 보물선팀이 조사한 내용 가운데 의문점이나 시사점을 물었다.


"해저에 침몰한 보물선은 우리나라 배가 아니었다는 말이야?"

"응, 기록에는 송나라 및 원나라 배였다고 되어 있었어."

"그럼 고려에는 왜 들어왔을까?"

"중국 쪽에서 일본으로 가는 무역선이었는데 장기간 항해 중이라 중간에 식수나 식료품 등을 고려에서 공급받았던 것 같아."

"보물선의 크기가 궁금한데 우리 나룻배로 치면 얼마나 큰 걸까?"

"아마도 큰 나룻배의 5~6배는 될 것 같아. 높이나 폭도 그렇고."

"보물선이 발견되고 인근 해역에 10여 년간 조업이 금지되었다는데 그 까닭은 뭘까?"

"아마도 불법적으로 보물선에 접근하여 유물들을 훔치려는 무리들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아."

"그럼 인근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마을 주민들의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아. 그리고 불법 어선들이 출몰하여 서로 겁을 주기도 하고 보물선이 가라앉아 있는 곳에 접근하지 못하게 괴소문을 퍼뜨리기도 했을 것 같아." 등등 보물선팀이 조사한 내용에 대해 아이들은 이것저것 궁금한 점을 구체적으로 물어보기도 했다.



이어서 이번에는 해저유물팀에서 조사한 내용에 대해 서로 궁금한 점을 질문하기도 하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해저 보물선이 발견된 지점에 감시초소를 뒀다고 했는데 그 까닭은 뭘까?"

"아마도 해저 유물을 훔치기 위해 법을 어긴 도굴꾼들이 설치니 감시를 하기 위해 뒀을 것 같아."

"인근 어민들의 피해가 막심했다고 했는데 어떤 피해를 봤을까?"

"도굴꾼들이 서로 해저 유물을 차지하려고 전설의 섬 인근에 무서운 소문을 퍼뜨리고 일부러 사건이나 사고를 만들기도 했을 가능성이 높아."

"어부들이 조업하면서 걸려 올라온 유물을 강아지 밥그릇으로 사용했다는 소문도 있던데 그런 것이 사실일까?"

"어떤 어부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그냥 보통 그릇으로 생각했으니 그럴 수도 있었을 것 같아." 등등 아이들은 유물팀에서 발표한 내용에 대해 의문점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얘기를 마무리했다.

유물팀에서 조사한 내용에 대한 궁금한 점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교환한 후 어떤 아이가 다시 의문점을 얘기했다.


일제강점기와 고대구리


"아까 일제강점기라는 말도 나오고 고대구리라는 배에 대해서도 발표를 했는데 그건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라고 리솔이가 물었다. 그러나 보물선팀에서 발표한 것인데 자기들도 용어가 애매했다고 하면서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자 소녀가 벌떡 일어나 설명을 보충해주었다.

"응, 일제강점기는 일본이 조선을 강제로 점령했던 시기를 말하는 야. 그리고 고대구리는 일본말인데 '작은 후릿그물'을 뜻한다고 들었어."

"그런 배들이 왜 우리나라에 널리 퍼졌을까?"

"우리나라 어구들은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작은 치어들까지 싹쓸이하는 고대구리 어선들이 일제강점기부터 남해안에서 불법 조업을 했대. 그러다가 광복 이후에 고대구리가 단속을 피해 우리나라에 널리 퍼지게 됐다고 도감에서 읽은 적이 있어."라고 하며 고대구리에 대하여 설명을 해주었다.

"코가 작은 그물로 해저 밑바닥인 저층을 훑는 마구잡이 불법 어선들이 옛날부터 전설의 섬 주변에서 판을 쳤다는 얘기네."라고 하며 단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고대구리나 특이한 어구들은 책에서 읽었지만 잘 이해가 되지 않아 나중에 우리 외할아버지께 자세히 여쭤보려고 해."

"바다 밑을 그물로 끌고 가다가 보물선에서 나와 널브러져 있던 유물들이 몇 개씩 그물에 끌려 올라왔을지도 몰라."라고 석이가 말하자 아이들은 일제히 탄성을 지르며 정말 그런 추리도 가능하겠다고 말했다.


탐험대 아이들은 과학적 증거가 되는 기록물인 그 당시의 신문이나 참고자료를 바탕으로 전설의 섬이 가진 의문점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었다. 아이들은 이번 도서관 방문을 통해 신비의 섬 인근 해역에 보물선이 침몰했다는 증거를 몇 가지 찾았다. 그리고 보물선은 무역선이었으며 많은 유물을 싣고 중국에서 일본으로 가던 중에 태풍을 만났다는 사실도 알아내었다. 그리고 해저 보물을 찾기 위해 불법적으로 유물을 훔치려는 무리가 이곳저곳에서 다수 출몰하였으며 그 때문에 마을에 피해가 막심했다는 사실도 조사하였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가 있었으며 도굴꾼들은 어떤 방법으로 해저 유물을 훔치려고 했는지는 밝히지 못했다. 그것은 아마도 피해를 본 마을 사람들이 직접 말해주어야 할 부분인 것 같았다.


탐험대 아이들은 보물선과 해저 유물 때문에 신비의 섬 주변에 무서운 소문들이 퍼졌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10여 년간 마을 사람들은 전설의 섬 주변 해역에서 사건이나 사고가 자주 일어나고 나라에서 조업을 금지하기도 했으니 섬 주변에 가면 큰일이 나는 것처럼 생각이 들었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했다. 이제 탐험대는 구체적으로 그 당시 어떤 배들이나 어떤 장비를 가지고 도굴꾼들이 활개를 쳤으며, 왜 마을 사람들은 그곳 섬 근처에 갈 엄두를 내지 못했는지를 알아내어야 했다. 특히, 고대구리라는 소형 기선저인망에 대해 아이들은 많이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그런 것이 밝혀진다면 전설의 섬에 대한 두려운 정체에 대한 실마리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을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조사해야 할 것들이 거의 마무리되었고 또 앞으로 조사해야 할 일들도 대충 정리가 된 것 같아서 도서관에서 나가기로 했다. 그리고 코 묻은 돈을 모아 아침에 점심으로 먹기로 얘기했던 찐빵과 아이스께끼를 사 먹으러 갔다. 아이들은 홀가분한 마음이 되어 끼리끼리 손을 잡기도 하고 어깨동무도 하여 읍내 시장으로 걸어갔다.



글 속으로 들어가기》

탐험대 아이들은 도서관을 방문하여 의문점들에 대한 탐구활동을 하였습니다. 이야기에 나오는 탐구활동의 과정을 자세히 소개하고 인물들의 탐구과정의 장단점도 서로 이야기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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