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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꿈 Aug 19. 2021

31화. 의문에 한 걸음씩 다가서다

그해 여름 못다 한 이야기



소녀와 단은 보름달이 뜬 날 밤길을 걸으며 개기월식도 체험하고 산길에서 여러 가지 색다른 경험도 하며 무사히 마을로 돌아오고 있었다.


 태양계의 천체에 대해 조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월식 현상을 직접 경험하고 나니 아이들은 지구의 공전과 자전이나 달의 공전 등 행성들의 움직임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뉴턴이 사과가 떨어지는 장면을 보고 의문을 가지면서 만유인력을 발견했듯이 어떤 현상을 가벼이 넘기지 않고 탐구하는 자세를 가진다면 누구든지 생활 속에서 새로운 과학적 사실들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소녀는 태양계의 행성은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이라고 암기하고 있다면서 기준이 되는 행성에 따라 내행성과 외행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지구가 기준이 된다면 기준 행성인 지구보다 공전 궤도가 상대적으로 안쪽으로 공전하고 있는 내행성은 수성과 금성이 되고, 외행성은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명왕성은 왜소 행성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관측기기의 발달로 명왕성과 비슷한 궤도를 도는 천체들이 여럿 발견되면서 행성 자격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고 했다(註 : 명왕성은 2006년부터 왜소 행성으로 분류되어 태양계 행성에서 빠짐). 명왕성의 공전 주기는 무려 약 248년이나 되며 자전 주기는 약 153시간이나 된다고 하였다. 이처럼 상상 속의 별들에 관한 이야기는 계속 진행형이며 별을 관측하는 사람들에 의해 우리가 예전에 알지 못했던 별들도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되는 사례는 점점 늘어날 것 같다고도 했다. 인간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미지의 별의 존재를 통해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하고 가져보지 못한 꿈도 꿀 수 있었다. 소녀와 단은 개기월식을 계기로 태양계와 천체에  책에서 읽은 내용을 서로 얘기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걷다 보니 언덕만 넘어서면 곧 마을당도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평소 과학에 관심이 많았으나 월식 현상을 경험하며 태양계나 우주의 질서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았다. 자연의 섭리는 모든 사물이 각자의 위치에서 질서 속에서 자연스럽게 존재하고 있다. 인간도 자연의 한 부분이므로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서는 자연의 오묘한 질서를 배우고 닮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개기월식 현상이 끝나고 다시 환하게 밤길을 비춰주는 달빛을 따라 소녀와 단은 손을 잡고 풀벌레 소리만 들리는 호젓한 산길을 걸었다. 마을 어귀 느티나무가 서 있는 곳에 다다랐을 때였다. 사람들의 소리가 웅성거리며 들려왔다. 둘은 잡고 오던 손을 놓고 빠르게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달려갔다. 아이들의 소리였다. 아이들은 저녁을 먹고 바람을 쐬러 강나루 쉼터에 나왔다가 소녀와 단이를 찾았다고 했다. 그때 소녀와 단이가 신문을 열람한다고 읍내 도서관에 간 일이 떠올랐고, 나룻배를 놓쳐서 쉼터에 안 나온 것으로 짐작하였다고 했다. 석이가 읍내에 간 아이들이 밤길로 산을 넘어 올 건데 마중을 나가자고 해서 마을 어귀까지 걸어오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아까 쉼터에서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보름달이 사라져 마을 사람들도 놀라고 아이들도 놀라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나왔다고 했다. 마을에서도 개기월식을 봤으나 태양계의 현상에 대해 잘 이해하지는 못한 것 같기도 했다. 아이들은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면서 보름달이 갑자기 사라져 안 보이다가 한참 만에 나왔다면서 신기해했다.


소녀와 단은 아이들과 함께 기와집으로 몰려갔다. 소녀의 외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리자 손녀가 늦은 밤인데도 돌아오지 않아 걱정을 하고 있었다면서 가볍게 야단을 쳤다. 읍내 도서관에 간다고 말하고 아침에 나갔는데 너무 늦어 나룻배를 놓쳤을 것이라 짐작했다고도 하셨다. 사람을 보내어 읍내 쪽 산길로 마중을 보내려고 했던 참이라며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라고 하셨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미리 조심하고 나룻배 시간도 잘 지켜서 다니라고 타일렀다. 할아버지께서는 단이를 부르더니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며 많이 컸다고 하시며 공부도 열심히 하고 의젓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있다면서 특별히 칭찬을 해주셨다. 다 같이 인사를 하고 대문을 나서려다가 단이는 할아버지께 말씀드릴 게 있다고 했다.

"오늘 절에서 무슨 얘기를 들었는데 저희 할아버지 얘기입니다."라고 소녀의 외할아버지께 말하자

"응, 단이 할아버지는 나의 어린 시절 친구였지."라고 하시며 매우 친한 사이였다고 했다.

"그런데 저희 할아버지는 어떻게 돌아가셨어요?"하고 여쭤봤다.

"그걸 아직도 모르고 있었나. 아마 네가 어려서 할머니께서 말씀해주시지 않은 것 같구나."라고 하셨다. 그러자 단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저희 할아버지 죽음에 대해 잘 아세요?"라고 하며 재차 물었다. 소녀의 외할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하시지 않고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말씀을 이었다.

"응, 잘 알지. 단이가 이제 많이 컸으니 집에 돌아가거든 할머니께 자세히 여쭤 보는 게 좋겠구나."라고 하시며 밤이 늦었다면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셨다. 단이는 오늘 하루 내내 궁금했었던 일을 풀지 못하고 결국 의문들을 품은 채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아이들은 소녀와 인사를 나누고 내일 강나루 쉼터에서 만나자고 한 후 기와집을 나섰다. 아이들은 갈래 길에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면서 오늘 도서관에 가서 알게 된 것은 내일 말해주겠다고 하며 모두 헤어졌다. 단은 이튿날 날이 밝자 할머니 일손을 거들어드리다가 어제 절에서 들은 얘기와 소녀의 외할아버지의 얘기를 할머니께 전하며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할머니께서는 일하시던 손을 멈추시고 부엌에 가서 찬물 한 그릇을 떠 오라고 시켰다. 단이는 찬물을 한 바가지 떠서 두 손으로 할머니께 드렸다. 할머니께서는 속이 타시는지 찬물을 꿀꺽꿀꺽 들이마시더니 오랫동안 묵혀둔 지난 얘기를 꺼내었다.


할머니께서는 소녀의 외할아버지와 단이 할아버지가 어린 시절부터 친하게 지냈다는 얘기부터 사고가 나서 할아버지가 단이 아버지를 낳고 얼마 되지 않아 돌아가셨다는 말씀도 해주셨다. 그러시면서 단이가 너무 어려서 그런 얘기를 여태껏 해주지 못했다면서 미안한 마음도 드러내셨다. 단이 할아버지가 실종된 그날이 돌아오면 언제나 건너편 절에 가서 예불을 드리고 사고가 난 바다를 바라보며 무사히 돌아오길 기원을 올렸다고도 하셨다. 할머니께서는 할아버지는 사고 때 실종되었지만 시신으로 발견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딘가에 살아 계실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면서 손자에게 할아버지의 죽음을 말하지 못한 속사정도 말씀해주셨다. 할머니께서는

"할아버지가 살아계셨으면 우리 단이를 얼마나 좋아했을까."라고 하시며 눈시울 붉혔다. 할머니의 얘기를 듣고 있던 단이는 이제야 궁금증이 리는 것 같다면서 할머니께서 젊은 시절부터 힘들게 살아오신 세월에 대해 조금은 이해하는 눈치였다. 단이는 할머니로부터 어제 절에서 들은 얘기나 평소에 의문을 가졌던 일들에 대한 궁금증을 어느 정도 풀고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을 강나루 쉼터로 향했다.

 

아이들은 모두 모여 있었고 소녀와 리솔이만 보이지 않았다. 단이는 어제 있었던 개기월식에 대해 아이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서 간단히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때 리솔이가 달려오면서 소녀는 조금 늦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어제 늦은 귀가로 할아버지로부터 주의를 듣고 있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단이는 어제 읍내 도서관에 갔었던 일에 대해 아이들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55년 전 신비의 섬 주변 해역에서 있었던 해난 사고 신문기사를 메모했던 것을 보여주며

"그 당시 멸치잡이 배가 조업 중에 7명이 그물에 휩쓸려 물속에 빠졌는데, 2명은 구조되고 실종자 5명 중 4명의 시신은 확인되었다. 그런데 1명은 실종 상태로 남아 있고 지금까지 시신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되어 있다."라고 말하며 단이는 이어서 실종자의 신원에 대한 정보도 얘기했다.

"실종자 1명은 당시 28세, 남성이며, 목씨 성을 가진 사람이었다."라고 하며 기사에 나와 있었던 내용을 그대로 전해줬다. 아이들은 단이의 설명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몇 가지 의문점을 말하기도 했다.


그때 소녀가 멀리서 급히 달려오고 있었다. 소녀는 어제 밤늦게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아 할아버지께서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다음부터는 읍내에 가더라도 마지막 나룻배를 타지 말고 그전에 떠나는 나룻배를 타도록 주의를 받았다고 했다. 단은 소녀에게 어제 도서관에서 찾은 기사를 아이들에게 대충 알려줬다고 했다. 그러자 소녀는

"단이 할아버지에 대해 할머니께 여쭈어봤어?"라고 하며 물었다.

"응, 우리 할아버지께서 그 당시 사고 해역에 멸치잡이 조업에 나가셨다고 했어."

"그때 바다에 나가서 지금까지 할아버지는 돌아오지 않고 있다면서 할머니께서는 애통해하셨어."라고 하며 말을 이었다.

"그러면 어제 신문 기사에서 본 목씨 성을 가진 실종자가 단이 할아버지라고?"라며 소녀가 놀라는 표정으로 말하자

"응, 그런 것 같아. 할머니께서는 실종자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으니 여태껏 할아버지께서 살아 계신 걸로 굳게 믿으시는 것 같아. 그래서 나에게 절에 같이 갈 때도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얘기는 입밖에 내지도 않으셨대."라고 단이는 말했다.

아이들은 모두 놀라며

"수십 년 전 사고 때 단이 할아버지께서 실종되셨다니."라고 하면서 많이 안타까워하며 여기저기서 수군거렸다. 마을 어른들은 그때 있었던 재앙을 일체 입밖에 내지 못하도록 단속을 하여 아이들은 물론이고 젊은 청년들조차도 여태껏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소녀는 어제 읍내 도서관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하천에 물이 불어나 징검다리를 못 건너고 건너편 절에 갔었던 이야기와 절에서 보살님으로부터 들은 얘기를 아이들에게 전해주며 단이가 우리에게 속내를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여러 가지 궁금해한 것도 많았고 고민도 많았던 것 같다고 걱정을 했다.   


아이들은 이제 별장지기와 해녀들이 말한 적이 있는 보물선 침몰에 대해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신비의 섬 해역에서 일어났던 불미스러운 사고들이 침몰한 보물선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 다시 도서관에 가서 보물선에 관한 기사도 찾아보자고 제안을 했다. 단이는 낼모레 날이 좋은 날 가는 게 좋겠다고 했고, 아이들은 이번에는 탐험대의 대원들이 모두 읍내 구경도 할 겸 같이 가자고도 했다. 가는 날은 모레 아침 강나루에서 떠나는 첫 나룻배를 타자고 했다. 그래야 오후에 나룻배를 놓치지 않고 여유 있게 돌아올 수 있을 거라는 말도 나왔다. 아이들은 모두 모레 아침 강 나루터에서 만나자고 하고, 그 사이에 보물선에 대해 알아 올 수 있는 사람은 미리 조사를 해오자는 얘기를 하며 헤어졌다.


소녀와 단이는 갈래 길까지 같이 걸어가기로 하고 강나루 산책길을 걸어갔다. 단은 기와집 할아버지께서 사고에 대해 더 잘 아시고 계실 것이니 집에 돌아가면 살짝 그런 일을 여쭈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소녀에게 넌지시 말했다. 소녀도 어제저녁 할아버지께서 하시는 말씀을 들어보니 사고에 대해 잘 아시고 계시지만 단이 할머니 처지를 생각해서 말씀하시지 않는 것 같더라면서 그렇게 해보겠다고 하였다. 둘은 읍내 도서관에 가기 전에 보물선의 침몰에 대해 좀 더 알아볼 것이 있으면 미리 조사를 해보기로 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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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의 행성이나 별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나 궁금했던 점들에 대해 서로 이야기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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