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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꿈 Aug 02. 2022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코로나 확진



가는 날이 장날!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데 뜻하지 않은 일을 공교롭게 당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런 일을 당한 느낌이다. 늘 조심하며 지냈던 지난 코로나 상황 속의 삶의 모습이 떠오른다. 혼자서 느리게 걷고, 외식이라도 하는 날엔 그냥 혼자서 간단한 요기를 하곤 했다. 그래서 그런지 코로나로 고생한 기억은 나도 확진을 받지는 않아 주변에 민폐가 된 적은 없었다. 그런 자신감 때문이었을까. 휴가철을 맞아 하루는 영화도 보고 지인과 저녁을 함께 했다.


평소 하지 않던 동작의 운동을 심하게 하면 그다음 날 곧장 몸의 신호나 근육의 신호를 느끼곤 다. 이번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런 몸의 신호를 느꼈다. 발열은 그렇게 심하지 않았고 단순한 근력운동의 영향쯤으로 치부했다. 그래서 수일 전에 약속을 잡았던 딸이 이사한 집으로 모처럼 가게 된 약속도 그대로 이루어졌다. 몸 상태가 약간 이상했지만 바쁜 일상 속에 함께 모여 식사를 하기가 쉽지 않아서였다.


집안도 둘러보고 점심을 함께 하고, 차도 한 잔 마신 후 우리 부부는 집으로 되돌아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운동 몸살 정도로 여겼다. 그리고 하룻밤을 지내는데 몸살 증상은 더 심해졌다. 목은 따갑고 어깨 근육통도 심했다. 그 전날에 있었던 근력운동 중에 자주 안 하던 푸시업을 했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 운동 몸살이겠지 하고 병원을 찾았다. 간호사의 열체크에는 38도 이상이 찍혔다. 코로나 검사 대상이라며 사전 조사지에 체크를 하라고 했다. 그때부터 덜컹 복잡한 생각들이 스쳐갔다. 어제 함께 만나 식사를 같이 한 가족들이 떠올랐다. 검사 결과는 15분 만에 나왔다. 담당자의 짧은 답변은 "코로나 양성입니다."라는 말이었다. 별로 대수롭지 않은 듯한 담당자의 반응이 어쩌면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같이 식사한 가족들 걱정이 앞섰다.


코로나와 거리를 두고 2년 이상을 지내왔는데 모처럼 가족모임에 그런 일이 결부되다니 이런 일을 두고 '가는 날이 장날이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백 번을 잘하다가도 한 번 실수에 설상가상이 될 수 있다니 늘 조심하는 마음이 필요할 것 같다. 지금 심정은 증상이 그렇게 심하지 않았으니 함께 한 가족들은 코로나와 거리를 두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가족들이 조바심에 미리 신속항원검사를 받은 결과는 음성이라서 다행이지만 며칠을 두고 봐야 한다니 여전히 신경이 쓰이는 것은 인지상정이랄까.


우리네 삶을 새옹지마라고도 하니 이번 일을 계기로 좀 더 조심하고 소심하며 소극적인 생활 패턴을 견지해야 할 것 같다. 가는 날이 장날이더라도 그 피해가 최소화되었으면 좋겠다. 역시 느린 삶, 혼자서 걷는 길은 지금 상황에서는 그것이 답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렇게 맘껏 숲길을 걷고 바람을 쐬고 이마의 땀을 훔치며 걸어 다닌 길에서는 아무런 위험도 두려움도 없었으니...


지금 다시 기승을 부리는 바이러스 앞에서 다들 우를 범하는 일을 멈췄으면 좋겠다. 성급한 액션은 줄이고 신중해져야 하지 않을까.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바이러스의 역습을 퇴치해야 할 것 같다. 조금이라도 가벼이 여기거나 허점이라도 노출되는 날에는 여지가 없다.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치열한 공방은 지속되고 있는 느낌이 든다. 다시 새로이 마음을 잡아 위기를 넘길 방도를 찾고, 당분간 그것을 바르게 실천해나가야 할 것 같다. 끝이 보이는 그날까지 스스로에게 안부도 물으며 지내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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