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훅 들어온다고?

뜬금없는 불효 고백

물이 바뀐 탓인지 독일에 다녀온 후 막내의 얼굴 피부가 뒤집어졌다. 피부과 다니고 온갖 노력을 기울이더니 제일 먼저 탄산을 끊고 얼마 후 밀가루를 끊었다.

이참에 겸사로 다이어트도 욕심 내 유산소운동도 하고 있다

나 아니고 막내 얘기다.

스물셋 한참 미용에 관심 많을 나이 맞다.

그럼에도 다른 친구들에 비해 영 신경 안 쓰는 편인데 그렇더라도 기본값이란 게 있는 모양이었다.


제 말대로 밀가루 끊으니 성질은 나빠지는 거 같다더니

그걸 별 내색 않고 받아줬더니 제 딴에 좀 켕긴 모양이다.

딸 셋에게 웬만하면 잔소리하지 안 하며 키웠다.

잔소리할 상황이 와도 눈 한 번 질끈 감았다.

그 상황에 대해 가장 파악을 잘하는 건 본인 스스로란 걸 알기 때문이다.

공부 스트레스 주지 않고 키운 것도 같은 이유다.

공부 못해서 가장 속상한 건 본인일 텐데 부모가 잔소리해봐야 득 될 건 하나 없이 갈등만 생기는 거 불 보듯 뻔한 일 아닌가.

내가 한 일은 그저 믿고 기다린 일뿐

고백하자면 그렇게 시시콜콜 간섭할 만큼 에너지가 많지도 못했다.

난 내 인생 살기도 바빴으니까.

내가 열심히 사는 것으로 할 말을 대신했다.

셋 키우면서 제 생각만큼 힘들지 않았다. 아니 분명 힘들었지만 그걸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얻은 게 있으면 그에 따른 희생도 있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논리를 받아들였다.

세 딸을 얻은 행복이 그만큼 컸기에 딸들로 인해 내가 치러야 할 고생은 기꺼이 감수했다.

오히려 그걸 고맙게 생각해 주면 괜히 고맙고 미안하다.

난데없는 이런 고백이 좋다.

충분히 제 할 도리를 잘하고 있으니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