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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효진 Oct 13. 2024

나의 인생 BGM, 함께 찾아볼까요?

ver.에세이

"내 인생의 BGM"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BGM은 장면의 분위기를 좌우하고, 감동을 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죠. 웅장한 오케스트라 음악이 흘러나오는 장면,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배경이 되는 장면처럼, 우리 삶의 모든 순간에는 각기 다른 배경음악을 가지고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의 '인생 BGM'은 흘러나오고 있을 겁니다. 오늘은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숨겨진 '인생 OST'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가장 기뻤던 순간, 가장 슬펐던 순간,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어떤 음악이 떠오르나요? 음악은 우리의 기억을 생생하게 되살리고, 감정을 고조시키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당신의 기억 속 깊은 곳을 파헤쳐, 음악에게 기대야 했던 순간을 떠올려 보세요. 그 순간에 어떤 음악이 흘러나왔나요? 그 음악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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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특정한 음악이 내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어김없이 등장했고, 그 음악이 내 감정을 대신 표현해 주었죠. 기쁠 때는 더 즐겁게, 슬플 때는 더 슬프게, 그리고 힘들 때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했죠. 저에게 있어 '인생 BGM'은 분명 존재합니다. 과거로 돌아가 서른하나, 그때의 노래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제가 30대가 되면서 느낀 가장 큰 변화는 '무기력감'이었습니다. 20대에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30대가 되니 더욱 단단해진 현실의 벽에 부딪쳐버렸죠. 젊음이라는 화려한 조명 아래 숨어왔던 어둠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고, 그 어둠 속에서 저는 무력감과 허무함이라는 감정과 마주했습니다.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꿈은 점점 멀어져만 가고,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은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죠.


하루는 오래된 사진첩을 꺼내보았습니다. 그 속에는 친구들이 함께 찍은 사진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시절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했지만, 감정들은 이제는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는 거리에서 느껴졌습니다. 친구들과의 관계는 변했고, 옛날의 열정도 잃어버렸죠. 스물에서 서른으로 넘어오는 순간, 세상은 더 이상 핑크빛으로 물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우리"라는 단어는 과거형이 되어버렸고, 대신 '나'라는 존재만이 남겨졌습니다. 저도 모르게 익숙해진 무력함과 반복되는 삶의 패턴 속에서, 여전히 그리움에 매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만난 아이유의 "에잇"은 오직 저를 위한 공감으로 다가왔습니다. ‘고작 한 뼘짜리 추억을 잊는 게 참 쉽지 않아’라는 가사는 바로 제 속마음이었습니다. 과거를 버리지 못하고 붙잡고 있던 저에게 이 노래는 담담하게 말을 건넸습니다. 사랑했던 것들, 믿었던 것들이 하나둘 떠나가면서 남은 것들에 대한 허무함과 더 이상 누군가를 사랑할 힘이 없다고 느끼는 저의 감정을 ‘모든 게 맘대로 왔다가 인사도 없이 떠나, 이대로는 무엇도 사랑하고 싶지 않아’라는 가사로 정확하게 투영했습니다. 노래 속 '오렌지 섬’은 우리가 슬프지 않았고 자유로울 수 있었던 곳으로 표현되는데요. 아이유의 '에잇'을 들으며, 저도 잊고 있었던 '오렌지 섬'을 떠올렸습니다. 그곳은 젊음이 가득했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했던, 우리가 가장 행복했던 기억들이 담긴 공간일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그 섬에서 하나둘씩 떠나게 되었죠. 그리고 그곳을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비록 '오렌지 섬'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갈 수 있는 또 다른 '오렌지 섬'을 찾아 떠날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5살이 된 지금, 저는 과거를 돌아보며 많은 생각을 합니다. 그때의 저는 왜 모든 것을 다 가지려고 했을까요? 지켜내려 했던 많은 것들을 더 이상 붙잡지 않고, 잃어버린 것들을 아쉬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는 이제 과거의 '오렌지 섬'을 찾아 떠나는 대신, 새로운 '오렌지 섬'을 가꾸어 나가기로 결심했습니다. 나만의 행복의 기준을 찾고, 남아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하고, 나 자신을 사랑하며 말이죠.


그 무렵, 저는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서툴렀지만, 글을 쓰는 시간만큼은 자유로웠습니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머릿속에 떠오르는 문장들을 하나씩 연결해 나가는 과정은 저를 다시 옛 기억으로 데려갔습니다. 글을 통해 그 시절의 나를 위로하고 있는 중입니다.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현재에 집중하기 위해 그 시절의 감정들을 정리하고 있죠. 반복되는 삶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저는 또 다른 어떤 음악이 필요할지 고민해 봅니다.


결국, 영상처럼 흐르는 우리의 인생에서 BGM은 우리 각자의 경험과 감정으로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저의 서른 하나는 ‘에잇’이라는 노래와 함께 무기력한 그리움과 시작의 교차점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인생의 영상에 어떤 음악을 채울지는, 아마도 제 손에 달려 있겠죠? 필름처럼 이어지는 하루하루, 그 사이를 채우는 다양한 배경음악들. 앞으로, 어떤 음악이 나를 채울지는 계속해서 변화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나만의 특별한 멜로디를 찾아가는 것이 바로 인생이 아닐까요?



#나만의 인생 편집기 

기쁨, 슬픔, 설렘, 후회 등 다양한 감정들이 뒤섞여 만들어진 인생 영상. 이 스토리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음악’입니다. 이 모든 순간들을 기억하고 싶다면, 나만의 인생 플레이리스트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자신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노래를 하나씩 골라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보세요.


인생의 어떤 시기에 음악이 가장 큰 위로가 되었나요? 그때 들었던 노래를 떠올려 보세요.

지금 당신을 가장 잘 표현하는 음악은 무엇인가요?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며 듣고 싶은 노래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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