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달콤하고 중요한 소리
“이름이 뭐예요?”
산책을 나가면 자주 듣는 질문이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지나가는 개에게 말을 걸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강아지는 못 알아듣겠지만, 보호자는 기꺼이 대답한다.
"순무요."
그러면 반응은 딱 둘 중 하나다.
첫째, “순…무요?” 하며 당황하는 사람.
둘째, “아, 순무! 그거 강화도 순무, 맞죠?” 하며 반갑게 웃는 사람.
이름을 말할 때마다 가끔 생각한다. 이름이란 대체 뭘까?
미국 작가 데일 카네기는 말했다.
“사람의 이름은 그 사람에게 가장 달콤하고 중요한 소리다."
그렇다면 강아지도 마찬가지 아닐까? 이름을 부르면 반짝이는 눈빛, 총총거리며 달려오는 발걸음, 그보다 더 충실한 반응이 있을까?
우리 똥개의 이름은 순무다. 인천 강화도의 특산물인 순무에서 따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가족은 순무김치를 사랑한다. 김장을 할 때마다 아삭아삭 씹히는 그 맛에 감탄하며 꼭 한 단을 더 절인다. 그러다 보니, 순무라는 단어가 귀엽고 단단한 느낌도 들었고, 무엇보다 ‘순하고 무던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도 담겼다.
사실 이름이란 게 그렇다.
부르면 부를수록 자연스럽고 익숙해지고, 정이 쌓인다.
우리 가족에게 순무는 더 이상 채소가 아니다. 순무는 순무다. 이 집에서 꼬리를 흔들고, 식탁 밑에서 간식을 기다리고, 산책길에서 돌고래처럼 뛰어오르는 존재다. 이름이란 결국 부르는 사람과 불리는 존재가 함께 쌓아온 추억의 총합이니까.
하루에도 몇 번씩 이름을 부른다. 졸린 목소리로, 반가운 목소리로, 때로는 간식을 훔쳐 먹었을 때의 분노 섞인 목소리로. 그럴 때마다 순무는 항상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꼬리를 흔든다. 마치 “내가 바로 순무다!” 하고 외치는 것처럼.
오늘도 산책길에서 누군가 묻는다.
"강아지 이름이 왜 순무예요?"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거라서요."
그리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걸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건 참 다정한 일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