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가라사대(17)

김소월의 <진달래꽃> <개여울> <실버들>에 얽힌 사연

by 김혁

바야흐로 봄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꽃들이 한꺼번에 마구 피어나고 있다. 피는가 했더니 벌써 지는 것들도 있다. 예전과 같은 차분한 순서라든가 애심을 자아내는 조신한 모습 같은 건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꼭 발정이라도 난 것처럼 다급하고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형국이다. 꽃들도 변덕스러운 기후변화에 한껏 저항을 하는 모양이다.

“나이가 들면 봄보다 가을이 더 친숙해진다는데, 난 아직도 봄이 왜 이리 좋을까---. 청춘이 지나간 지도 한참이나 되었건만---.”

여기저기 옥상 정원에 피어 있는 꽃들을 지그시 내려다보면서 놀자가 중얼거렸다.

봄이 되자 칙칙하던 놀자의 옥탑방에도 생기가 돌았다. 아래층에서 수시로 올라오는 담배 연기는 여전했지만, 주변 공기부터 확연히 달랐다. 창문에 여러 겹 덧댄 뽁뽁이를 다 뜯어내니 방도 훨씬 환해지고, 마음도 묵은 때를 벗긴 듯 한결 가벼워졌다. 괜히 설레면서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기대감으로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좋은 일이라고 해봐야 돈이나 명예 따위는 이미 인연을 정리하고 떠나간 지가 오래고, 어쩌다 떠오르는 기발한 시상이나 엉뚱한 상상과 기획 같은 것만이 유일한 행운이었다.

놀자는 우선 밀린 청소를 하기로 했다. 봄맞이 대청소였다. 방안 정리를 대충 끝내고 나서 내다 버릴 빈 병들을 그러모으다가 화들짝 놀랐다. 세상에나, 겨우내 마신 술병이 작은 산더미를 이루었던 것이다. 평소 쓰레기 제로를 실천하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고, 쓰레기 배출량으로 사람 됨됨이를 평가하는 놀자로서도 술병만큼은 어쩌지 못할 업보였다.

“허허, 이렇게나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 내다니---, 나도 영락없는 쓰레기일 뿐이로구나.”

“술이 웬수지, 술이 웬수야. 그래도 재활용 면에서 다른 쓰레기들 보다는 훨씬 낫지, 뭐. 히히!”

“하지만 언젠가는 이 술병마저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살리라.”

그는 한숨을 내쉬며 진심으로 참회를 하였다. 코로나 사태 이후로 집집마다 더욱더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각종 쓰레기들을 생각하니 온 몸에 맥이 탁 풀렸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버려지는 일회용 마스크만 해도 그 양이 어마어마해서, 지구가 숨이 막혀 헐떡일 텐데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울고 싶은 심정으로 겨우내 창틀 주위에 소복이 쌓인 먼지를 털고 닦아내는데,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저 광대무변한 우주도 따지고 보면 한갓 먼지 덩어리일 뿐이라는데, 먼지 속의 먼지인 인간은 그럼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오, 우주도 인간도 먼지에서 시작해서 먼지로 끝나는, 순간의 화려하고도 덧없는 꽃이러니, 먼지 너야말로 세상의 알파요 오메가로다!”

“앞으로 내 너를 지극히 성스러운 존재로 받들어 모시고 경배하리라! 그리고 이제는 너를 털어내지 않고 함께 뒹굴며 살리라, 히히히!”

놀자는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다가 또 히죽히죽 웃기도 하면서, 옥상에 쪼그리고 앉아서 해바라기를 하였다. 햇빛 속에 들어있는 알갱이들이 또 기다렸다는 듯이 마구 다가와서 장난을 쳤다. 그는 한동안 그들과 희희낙락 거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 순간만큼은 세상 그 누구보다도 행복했다. 그렇게 따뜻한 햇볕을 계속 쬐다가 꼬박꼬박 졸았다.

꿈속에서 놀자는 이상한 개 한 마리를 보았다.

대궐처럼 생긴 어느 으리으리한 저택 안이었다. 드넓은 정원에는 각양각색의 정원수들이 멋지게 심겨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지극히 평화롭고 아름다운 정원이었다. 그리고 정원 한가운데 있는 커다란 우리 안에는 수많은 개들이 기름진 먹이를 실컷 먹으며 행복하게 뛰어놀고 있었다. 그런데 한 마리도 짖지 않는 것이 무척 이상했다. 꼭 팬터마임을 보는 것 같았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크고 흰 개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왠지 그 개가 자신이 오래전에 정성껏 기르다가 잃어버린 개처럼 느껴졌다. 문득 이름도 생각이 났다. 그래, 민주다!

“민주야! 민주야!”

놀자는 반가운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서 이름을 불러보았다. 그러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 넓은 정원에는 놀자 말고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곳곳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는 날카로운 감시의 눈초리가 느껴졌다. 그리고 정원 전체에 감옥과도 같은 암울한 정적이 무겁게 깔려있었다. 놀자가 우리에 바짝 다가가서 아무리 불러 봐도 그 개는 전혀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한시바삐 개를 데리고 여기서 도망쳐야 한다는 강박감에 몹시 초조해졌지만, 개는 친구들과 어울려 무심하게 먹이를 먹으며 장난만 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안타까움과 알 수 없는 공포감으로 등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민주야! 민주야! 민주야!”

그렇게 한참 동안이나 애타게 소리쳐 부르자, 그때서야 개가 자신을 바라보고 꼬리를 치면서 아는 체를 하기 시작했다. 놀자는 너무나도 기뻐서 눈물이 났다. 그리고 개를 가까이 불러서 쇠창살 너머로 얘기를 하려고 했다. 할 얘기가 너무나 많아서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우선 놀자는 개가 익숙한 냄새를 맡고 기억을 되살릴 수 있도록 주머니에서 낡은 깃발을 꺼내 코에 디밀었다. 옛날에 훈련시킬 때 사용하던 사연이 많은 깃발이었다. 그러자 개는 예전 기억을 완전히 되찾은 듯 무한한 신뢰와 기쁨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컹컹 짖으며 우리를 훌쩍 뛰어넘었다.

“개 도둑이다! 개 도둑을 잡아라!”

개 짖는 소리에 놀라서 군복을 입은 경비들이 총을 들고 뛰쳐나왔다. 놀자는 개와 함께 죽을힘을 다해서 뛰어 달아났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보니 어느 복잡한 미로 안에 도착했는데, 문득 개가 사람으로 변신을 하더니 놀자 앞에 우뚝 서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놀자 안으로 쑥 들어와서 하나가 되었다. 그 바람에 그만 놀라서 잠이 깼다.

“허허, 이거야 뭐 해몽할 필요도 없이 완벽한 개꿈이로구만 그래.”

“혹시 군부 쿠데타에 맞서 용감하게 싸우고 있는 미얀마 시민들의 가슴 아픈 희생 때문인가?”

“그럴지도 몰라. 광주 5.18 때 하고 어찌나 똑같은지, 그때 생각이 나서 잠을 설쳤다는 사람들도 많아.”

“고위층 인사들이 우리 같은 민중을 개 돼지로 안다는데, 아마 그래서 이런 꿈을 꾸었나 봐.”

“노자가 애민 치국(愛民治國)을 설파한 이래, 단 한 번이라도 그게 실현된 적이 있었던가.”

“그게 다 이유가 있어. 백성 민(民) 자가 옛날에 포로나 노예의 눈을 하나 찔러서 도망가지 못하고 일만 열심히 하도록 한 데서 유래했다니까.”

“그게 사실이야? 그렇다면 백성이란 처음부터 끔찍하고 슬픈 역사를 지닌 그런 존재로 구만.”

“그렇지. 그래서 지금도 진정한 민중 민주주의를 이룩하기가 이토록 힘들고 어려운가 봐.”

“그러고 보니 나도 오래전에 한쪽 눈을 찔려서 지금껏 외눈박이로 살아온 것만 같아.”

“허허, 그건 또 무슨 아닌 밤중에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야?”

“생각해 보라고. 우리가 어릴 적부터 막강한 반공 이데올로기를 위시해서 온갖 편견과 차별의식에 마음의 눈을 얼마나 많이 찔렸는지를. 그 결과 세상과 사물을 제대로 못 본지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를---.”

“그래, 맞아. 몸보다 마음의 눈을 다친 것이 어쩌면 더 무섭고 치명적인 건지도 몰라.”

“어쨌거나 꿈속에서나마 개와 함께 우리를 통쾌하게 탈출해서 아주 좋았어, 히히히!”


놀자는 하루 한 끼 먹는 점심을 조촐하게 차려먹은 뒤, 인근 천변으로 바람을 쐬러 나갔다. 산책길과 자전거 전용도로가 잘 조성된 천변에는 마스크를 쓰고 운동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보였지만 대체로 한가했다. 한동안 천변을 따라 열심히 걷던 놀자는 어느 커다란 버드나무 근처에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막 새싹이 돋기 시작한 수양 버드나무에는 가늘고 기다란 연둣빛 가지들이 실처럼 치렁치렁 늘어져 바람에 한가로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걸 보자 가슴이 몹시 설레면서 아려왔다. 바야흐로 실버들의 계절이었다.

“실버들을 천만사(千萬絲) 늘여놓고도 / 가는 봄을 잡지도 못한단 말인가 / 이 내 몸이 아무리 아쉽다기로 / 돌아서는 님이야 어이 잡으랴---”

놀자는 <실버들> 노래를 흥얼거렸다. 가사가 김소월의 절창 시로 알려진 데다, 곡도 애절해서 그가 좋아하는 노래 중의 하나였다.

“한갓되이 실버들 바람에 늙고 / 이내 몸은 시름에 혼자 여위네 / 가을바람에 풀벌레 슬피 울 때에 / 외로운 맘에 그대도 잠 못 이루리---.”

놀자는 가사에 얽힌 이런저런 사연들을 생각하며 혼잣말을 주고받았다.

“이 시는 생전에 그의 시집 어디에도 들어있지 않다가, 나중에 유고시 형태로 발견되어 진짜냐 아니냐 하는 많은 논란을 낳았지. 근데 뛰어난 서정성과 기가 막힌 댓 구를 볼 때 진짜 김소월 시가 맞는 거 같아. 김소월이 아니고는 누가 이렇게 기가 막힌 시를 썼겠어. 그리고 유고시로 알려진 된 데는 틀림없이 뭔가 큰 비밀이 숨겨 있을 거야.”

“맞아. 김소월은 지금껏 알려진 대로, 우리 민족의 한과 정서를 노래한 그런 나약한 시인만은 결코 아니었을 거야. 알고 보면 대단한 항일투사라고도 할 수 있어. 타고난 기질과 환경 탓에 앞장서서 싸우지는 않았지만, 대신 뛰어난 시로 저항을 했을 거야.”

“생각해 봐. 어릴 적에 아버지가 일본인들에게 죽도록 맞아서 정신이상자가 되었고, 가장 감수성이 예민하던 청소년 시절에는 쟁쟁한 민족지도자들이 세운 오산학교를 다니면서 3.1 운동에도 적극 참여했고, 또 일본 유학시절에는 관동대지진을 맞아 눈앞에서 조선인들이 끔찍하게 학살당하는 참상을 몸소 겪은 그가 항일투사가 되지 않았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지.”

“그의 대표작인 <진달래꽃>도 겉으로는 이별을 노래한 애절한 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일제에 대한 강한 저항이 숨어있는 시라고도 할 수 있어.”

“물론이지. ‘나 보기가 역겨워 / 가실 때에는 /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라는 구절은 함께 목숨을 걸고 투쟁하던 소중한 동지가 변심해서 떠나갈 때, 가슴이 아무리 무너져 내릴 듯 아프고 절망스러워도 잡지 않고 고이 보내주겠다는 말이야.”

“그다음 ‘영변의 약산 / 진달래꽃 /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는 피처럼 붉디붉은 진달래꽃을 떠나가는 동지의 발아래 한 아름 흔쾌히 뿌려주면서, 피로써 맹세한 동지와의 이별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니 네가 죽든 내가 죽든 죽을 수 있다는 암시를 한 것이고.”

“그리고 ‘가시는 걸음걸음 / 놓인 그 꽃을 /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라는 구절은 변심하고 떠나는 동지에게 갈 테면 가 봐라, 너의 마음도 무척이나 아프고 무겁겠지만, 이왕지사 돌아섰으면 미련을 훌훌 다 떨쳐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라, 그래야 보내는 내 마음도 덜 아플 것이다, 뭐 그런 뜻이지.”

“그렇지. 그리고 마지막에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라는 구절이 참 대단해. 이거야말로 아무리 피를 나눈 동지들이 변심하고 떠나가도 절대 흔들리거나 절망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지조를 지키겠다는 단호한 결의를 나타낸 것이니까.”

“근데 <진달래꽃>을 너무 자기 마음대로 이상하게 억지 춘향 격으로다 해석한 거 아니야?”

“그런 얘기를 들어도 사실 할 말이 없지. 구체적인 근거가 없으니까. 하지만 당시 암울하던 때를 생각하면 이런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

“그의 또 다른 대표 시 <개여울>도 같은 관점에서 해석해 보면 아주 재미있겠는걸?”

“그래. ‘가도 아주 가지는 / 않노라시던 / 그런 약속이 있었겠지요’는 비록 나라가 일제에 패망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희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민족정기와 생명 줄은 아직 다하지 않고 남아있다는 뜻이고, ‘날마다 개여울에 / 나와 앉아서 /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는 나라를 다시 되찾을 일을 그렇게 날마다 하염없이 생각하고 또 고민한다는 것이고, ‘가도 아주 가지는 / 않노라 심은 /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는 지금은 이렇게 망했지만 언젠가는 나라를 되찾을 것이니,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견디며 광복의 그날이 반드시 온다는 걸 잊지 말고, 희망을 가지고 기다리라는 뜻이지.”

“얼쑤! 우리 놀자 잘한다. 하지만 모든 시가 다 그런 건 아니겠지?”

“그야 그렇지. <초혼> 같은 경우 개인적인 아픔을 표현한 시로 널리 알려졌지. 이루어질 수 없었던 애달픈 첫사랑의 여인이 시집가서 막돼먹은 남편이란 작자에게 맞아 죽자 장례에 다녀온 뒤, 가눌 길 없는 슬픔과 고통을 그렇게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통절하게 절규한 거지. 물론 개인적인 아픔을 넘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시공을 초월해서 '영원히 돌아갈 길을 잃은 영혼의 단절감과 상실감'을 느끼도록 노래하는 차원까지 나아간 데 소월의 천재성이 있다고 할 수 있지.”

“아하, <초혼>에 그런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구만. 어쩐지 읽을 때마다 크게 통곡을 하고 싶어 지곤 하더라니---. 그럼 이제 <실버들> 시에 숨겨진 사연을 늬가 상상하는 대로 한번 얘기해 봐.”

“김소월 처의 조부는 당시에 광산을 운영해서 부를 크게 일군 갑부였지. 친 조부도 거기서 함께 일했지. 그래서 천재 시인으로 이름을 날리던 손녀사위의 뒷바라지를 많이 해주었고, 나중에는 상업을 전공하라고 일본 유학까지 보내주었지. 하지만 김소월은 전공이 전혀 적성에 맞지 않아서 고민하다가 관동대지진이 일어나자 가까스로 몸을 피해 귀국했지. 그 후 겉으로는 시도 쓰고 동아일보 지국도 운영하며 유유자적하게 지내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가산을 다 털어서 독립군에게 군자금을 몰래 대주었고, 조부와 처 조부가 운영하던 광산도 일제의 집요한 방해공작으로 망했고, 그 바람에 늘 생활고에 시달렸지.

한편 일본 경찰은 시를 통해 민족정기와 저항정신을 끊임없이 일깨우고 있는 요시찰 인물 김소월을 늘 매섭게 감시하고 있었지. 그러던 중 그가 심한 관절염을 앓으며 고통을 달래고자 아편을 조금씩 하는 걸 눈여겨보다가, 어느 날 아편상을 매수해서 아편 대신 독약을 건네주도록 치밀하게 비밀공작을 꾸몄지. 그런 줄도 모르고 김소월은 그걸 먹고 갑자기 죽었는데, 당시에는 그가 세상과 자기 자신에게 절망한 끝에 아편을 먹고 자살했다는 소문이 났지. 그리고 그게 지금껏 정설인 양 전해 내려오게 된 것이지.”

“와, 이거 정말 그럴듯한데? 아니, 틀림없이 그랬을 거야. 암만!”

“아마도 <실버들>은 그가 죽기 얼마 전에 자신의 죽음을 어렴풋이 예감하고, 서럽고 통탄스러운 자신의 청춘과 암울한 조국의 운명을 돌이켜 보며 마지막으로 쓴 시 일거야.”

“아, 그래서 이 시가 절명시처럼 그렇게 비장하고도 허무한 느낌을 주는구만. 시대를 잘못 태어난 천재 시인의 가슴속에 천 갈래 만 갈래로 갈라지고 얽히고설킨 고통과 절망이 절절하게 느껴지네, 쯧쯧쯧!

“오호라, 4월은 정말로 잔인한 달이로고! 저 무심한 천만사 실버들은 오늘 또 어느 가여운 청춘들을 애도하려고 저리도 바람에 나부끼고 있느뇨---.”

놀자는 지금 이 땅의 가난한 청년들이 겪고 있는 숱한 고통과 분노와 절망을 생각하면서, 봄바람에 하릴없이 하늘거리는 실버들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흐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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