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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Nov 15. 2022

까칠한 그녀가 무던해지는 시간


여기 한 여자가 있습니다. 예민한 그녀에겐 거슬리는 것이 많아 무엇을 해도 딱히 즐겁지가 않습니다.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어 피곤한 그녀는 그래도 정말 즐거운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새로운 걸 배워보기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보기도 합니다.


회사 일은 여전히 재미가 없지만 꾸역꾸역 하다 보니 신입 때 사수에게 욕먹고 숨어 울던 그녀가 일 잘한다는 소리도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까칠하다는 이야기를 건너 건너 또는 직접적으로 듣습니다. 이쯤 되면 타고난 성격을 어쩌라고 싶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남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눈치가 없는  예리한 그는 예민한 여자의 기분을  살펴줍니다. 대부분의 날은 무던하게 지나가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 짜증이 치솟는 날도 있고 답답해 속이 터질  은 날도 있습니다. 한번씩 터지는 여자의 짜증에도 그는 덤덤합니다. 토닥토닥 우쭈쭈에 밤송이 같이 뾰족하던 그녀의 마음은 점점 말랑말랑해집니다.


한 달, 두 달, 그리고 일 년이 지났습니다. 일 년 뒤 일본으로 떠나려고 했던 남자는 생각을 바꾸어 여자 옆에 좀 더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이 년, 삼 년.. 둘은 함께하는 미래를 생각해 봅니다. 육 년, 칠 년.. 그는 여자의 꿈을 위해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합니다. 타지에서의 생활은 생각만큼 쉽지 않고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여자는 남자와 함께라면 어떻게든 헤쳐나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녀는 그를 만난 뒤로 조금은 바뀐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뾰족하던 그녀의 모서리가 조금씩 둥글려지면서 그녀를 거슬리게 하던 것들이 하나둘씩 사라집니다. 세상이 예전만큼 짜증 나지 않네요.

치치도 둥글둥글해 지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시골에서 심심한 여자를 위해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남자가 큰 마음먹고 밖에서 무언가를 해보자고 합니다. 밖에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던 여자는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집순이가 되었지만 같이 뭔가 하고 싶은 남자를 위해 알겠다고 합니다. 대신 비가 오면 그 핑계로 불멍이나 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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