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불편한 프랑스 생활
프랑스에 온지도 이제 두 달이 지났다.
처음엔 너무 정신없어서 아 그런가 보다 하고 지냈는데 좀 적응이 되었는지 한국에 살 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지내보니 영 아쉬운 것들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디지털 도어록
프랑스 와서 좀 놀랐던 건 문 잠금장치가 거의 다 열쇠라는 것. 집 보러 남편이랑 여기저기 많이 다녔는데 어디서도 디지털 도어록을 본 적이 없다. 어쩐지 남편이 한국에 있을 때도 디지털 도어록은 문 따기 좋다고, 누가 들어와서 우리 고양이들 납치하면 어쩌냐는 흰소리를 심각하게 했었는데 (이 양반아.. 중성화된 먹보 고양이들을 대체 왜 납치해가겠누). 프랑스에 오고 나니 집 현관마다 열쇠로 여는 잠금장치를 두 개는 기본으로 달고 산다.
충격적인 건 안에서 열 때도 열쇠로 열어야 됨. 그래서 외출할 때는 다방이 필수. 덜그럭 거리는 열쇠 뭉치랑 폰, 차키까지.. 너무나 귀찮지만 내 집도 아니라 도어록으로 바꿀 수도 없고 그냥 지내야 한다. 그리고 디지털 도어록을 어디서 팔 것 같지도 않음. 동료들한테 물어보니 디지털 도어록은 좀 불안하지 않냐며.
새벽 배송, 배달음식들
퇴근하고 밥하기 귀찮거나 친구들이 들이닥쳐도 배달앱으로 터치 몇 번만 하면 집 앞으로 배달되는 음식들이 있어 걱정이 없었는데, 또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새벽 배송으로 밀 키트를 주문하면 되니 지금 돌이켜보면 한국은 정말 살기 편한 곳이었다.
인구 밀집도가 다르다 보니 파리나 마르세유, 리옹 같은 대도시면 몰라도 이 근처에는 우버 이츠조차 없음. 한국에 있을 때는 매일같이 중국음식이나 찜닭, 거기다 디저트까지 시켜먹느라 2인 가족 식비가 한 달에 100만 원에 육박했는데, 여기서는 주 1,2회 외식하고 식재료도 한국보다 싸다 보니 500유로 정도면 충분한 것 같다. 의도한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식비를 아끼게 됨.
힙한 브런치 카페들
트렌드에 맞춰 인테리어를 잘해놓고 메뉴도 다양한, 인스타그램에 사진 올리기 좋은 그런 카페들이 없다.
파리에는 있을 것 같은데.. 이 근처는 비스트로에 가도 오전에는 커피나 음료만 팔고 식사는 12시에 가능한 경우가 많다. 처음에 여기 식사 시간 몰랐을 땐 남편이랑 오전에 산책 갔다가 저기 들러서 밥이나 먹고 갈까? 했다가 “여기서는 12시에 먹어요” 하길래 욕을 욕을 하고 돌아섰던 기억이.. 브런치 이런 건 없고, 점심 식사 주문을 받는 시간은 12시에서 2시 반 사이. 그 이후에는 문 닫고 쉬러 감. 그리고 저녁 식사는 자기들 열 고 싶은 시간에? 나도 12시 전에 먹고 싶다..
24시간 편의점
사방이 조용해진 한밤중에 남편이랑 산책을 나갔다가 목이 마르면 음료수를 사먹고, 집 앞에 있는 편의점 맥주코너에서 무얼 마실지 한참을 고민하다 만원에 네캔짜리를 골라서 마시던 일상이 벌써 그립다. (맥주 가격은 여기가 훨씬 싸지만!)
한국에서는 정말 시골이 아닌 다음에야 골목골목마다 편의점이 몇 개씩 있어서 편의점 신상 터는 재미가 있었는데 여긴 그런게 없다. 밤중에 배가 고프고 집에 먹을 것도 없으면 도무지 어찌할 바 없이 다음 날 6시에 빵집이 문을 열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그래서 냉장고에는 항상 비상식량을 쌓아두게 되었다. 요즘은 남편이랑 나랑 둘 다 다이어트 중이라 저녁에 배가 고프면 물 마시고 치우지만 처음 왔을 때는 picard에서 산 냉동피자도 얼마나 맛있던지! 냉동실에 2,3개씩 쟁여뒀었음. 지금은 찬장에 한인마트에서 주문한 각종 라면이 잠들어있다. 아껴먹어야지!
택시
이 동네는 차가 필수라 차가 없으면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데 언덕도 많아서 나 같은 초보는 자전거로 어딜 가기가 쉽지 않다. 출퇴근 때문에 내가 차를 쓰다 보니 집에 있는 남편은 어디 한번 가려면 자전거를 타고 가거나 걸어야 해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예전에 한번 집을 보러 갈 일이 있었는데 내가 퇴근하고 집에 가서 남편을 픽업해서 가기는 좀 거리가 있어서 남편한테 택시나 버스 타고 가라고 했더니 없다고..
마을마다 거리가 있는 데다 인구도 얼마 안 되고 대부분 자차로 다니다 보니 대중교통이 없다. 어쩌다 길에서 택시라도 보는 날에는 남편이랑 깜짝 놀라기도. “어머, 이 동네에 택시가 웬일이지?”
그래서 결국 남편이 오토바이를 사는데 동의했다. 두 달 전에 주문했는데 9월에 도착한다는 점이 문제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