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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Jun 18. 2022

한국 패치가 심하게 된 남편

우리 이제 프랑스라는 현실을 직시해



남편은 한국에서 생활한 지 10년 정도가 되었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인턴십을 하고 바로 취업을 한, 당시로서는 제법 희귀한 케이스인데 직장생활을 한국에서만 해서 그런지 그냥 한국 아저씨 같을 때가 많다.


세일즈 부서에서 20 초반부터 아저씨들이랑 하면서 본격 한국패치가 된 것 같은데 싫은  사적인 감정 분리하고 영업용 미소 장착하고 꾸역꾸역 한다던지, 여하튼 한국인인 나보다 한국 아저씨들 마음 읽는   잘한다. 처세술도 좋고 (명절에 상사한테 카톡도 하고,  번씩 소소한 선물도 한다던지) 능구렁이 같이 요리조리 얼마나  빠져나가는지.


여하튼 모르는 사람들은 프랑스인 남편이라 로맨틱할 것 같다고 부럽다는데, 그냥 한국 아저씨예요.. 프랑스에서 결혼식을 했을 땐 파티하면서 자옥아를 부르지를 않나. 정말 여러모로 신기한 사람이다. 한국 음악은 K-pop 보다는 트로트를 좋아하는 편.



한옥을 좋아하는 그와 나는 한국에서 결혼식을   오래된 고택을 빌려서 하우스 웨딩을 했다. 국내 여행을 다닐 때는 한옥 숙소를 찾아다니기도 고, 그는 한복도 좋아한다. 여자들과 달리 남자들은 데일리로 입을수 있는 이쁜 개량한복이 없다고 투덜거리길래 폭풍서치해서 한벌 선물해 주었다. 남자 개량한복은 잘못하면 한문 선생님이 입고 다니시던 개량한복 삘이 나서 심혈을 기울여 골랐는데 진짜 좋아하더니 결국 모셔놓고  입지는 않는다.


회사에서 회식하는 거 싫다고 내가 징징 거리거나, 짜증 나는 일이 있어서 하소연을 하면 우리 아빠나 매니저가 할 법한 조언(사람들이랑 잘 어울려라, 경조사도 좀 챙겨라, 회식도 가고 해야지 등등) 해줘서 초반에는 많이 싸우기도 했다.



남편의 최애 음식

탕수육 , 찜닭, 치킨(간장소스), 짜파게티, 빙수..

남편은 외국에 한식을 광고할 때 비빔밥을 미는 걸 볼 때마다 정말 학을 뗀다. 워낙에 육식파이기도 하지만 맛있는 게 얼마나 많는데 한국 사람들도 잘 안 먹으면서 웰빙에 집착한다며.  


그는 한동안 집 근처 중국집에서 파는 쟁반 짜장이랑 탕수육에 꽂혀서 매주 배달을 시키곤 했는데 중국음식보다 한국식 중국음식이 맛있다고 먹을 때마다 어찌나 감탄을 하던지. 맛있긴 한데 그렇게 먹을 때마다 감동할 맛이었는지..


한국식 브런치 카페들도 좋아해서 주말마다 브런치 먹으러 돌아다녔는데, 프랑스에 그것도 시골에 오니 브런치 먹을 곳이 없어서 속상한 그.

우리가 자주가던 브런치 카페들


 설빙의 빙수를 좋아해서 정말 수시로  먹었는데 여름이고 겨울이고   없이 꾸준히 먹었는지라 빙수에 매달 수십만 원은   같다. 프랑스로 오는 비행기를 타기 전날까지 빙수 시켜먹자고 한 남편.. 보면 나보다 훨씬  한국 음식을 그리워하는  같다.


꼭 배달시켜 먹어야했던


남편은 고기를 구워 먹으러 가면  밥을 시켜서 찌개가 나오기 전에 밥을  퍼먹는 편이다. 대신 찌개는 손도 대지 않아서 찌개류를 좋아하는 내가 독점할  있는  좋다. 남편은 한국 음식이든 프랑스 음식이든 축축   별로 선호하지 않아서 나는 좋아하지만 혼자 먹기에 양이 많은 전골류는  먹지 못한다는 점이  안타깝긴 하다.



리옹에서 들른 한식집. 양념치킨 몇조각에 10유로가 넘다니
밥 다 먹으면 빈 그릇도 차곡 쌓는 남편 ㅋㅋㅋㅋ


여튼간에 밥솥이랑 고추장이랑 간장을 실은 우리 이삿짐 컨테이너가 빨리 도착했으면 좋겠다. 우리 짐이 도착하면 제일 먼저 삼겹살을 구워서 쌈장에 찍어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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